상처투성이 의료계, 의료정책연구소가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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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의료계, 의료정책연구소가 구원투수 될까?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1.09.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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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법 및 전문간호사 개정안 등으로 ‘그로기’
내년 대선 앞두고 대외협력 강화 욕구 및 필요성 더 커져
의료정책연구소 정책제안서 및 연구 내용 등에 기대감 높아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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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의사를 옥죄는 법안과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의료계가 그로기 상태에 놓인 가운데 상처받은 자존심과 대외협력 역량, 리더십 등을 높이기 위한 구원투수로 의료정책연구소가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대한의사협회의 브레인을 넘어 의료계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근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면서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달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되고, 보건복지부가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의협 회원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의료정책연구소가 무분별한 의료악법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9월 4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개최한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기자회견 자리에서 의료정책연구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의료계가 국회 법안과 정부 정책에 대항할 때 너무 점잖게 행동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여기서 ‘점잖다’는 표현을 예로 든 것은 무조건 ‘투쟁’을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무언가 주장을 할 때 좀 더 공격적·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투쟁이 양날의 검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투쟁을 포기하고 대화만 할 수 없고, 반대로 대화를 하려면 투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의협은 투쟁과 파업을 너무 방어적으로만 했다”며 “다른 직역 단체나 보건의료노조처럼 공격적인 투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객관적인 데이터와 합리적인 근거로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고 법제화 과정에서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계부처를 대등하게 상대하기 위해 의료정책연구소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가능하면 이번 집행부 때는 방어만 하지 말고 우리가 먼저 공격했으면 좋겠다”며 “의료정책연구소가 많은 현안을 연구하고 정책을 만들면 의협이 이를 정부에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도 지난 8월 1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전문가 단체로서 국민건강에 이익이 되고 회원들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만들려면 의료정책을 연구하는 것이 핵심임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의료계가 연구하고 제안하는 보건의료정책의 가치를 정치권에 강력히 설파할 의지를 보였다.

이 회장은 “현재 의협에서는 끊임없이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연구 중인데, 당을 가리지 않고 대선 대표 주자를 만나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설득할 것”이라며 “각 정당에 대선 공약집을 전달해 의협이 제안한 정책이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정책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의료정책연구소 홈페이지 화면.

이 같은 기대감을 의식한 듯, 의료정책연구소는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과 의사의 직업적 안정성이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도록 글로벌헬스케어 동향에 맞는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 단체 최초이자 유일의 정책연구소로서, 데이터 기반의 미래를 설계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건의료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의협을 지원하고 있는 것.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연구소의 신뢰도는 곧 의협의 신뢰도로 연결된다”며 “어떤 조직보다도 윤리적·전문적·논리적 에비던스와 근거 중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의료정책연구소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책제안서를 제작하고 최종 점검 중이다.

정책제안서에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재검토 △필수의료 국가안전망 구축 △공익의료 국가 보상제 도입 △의료분쟁 걱정 없는 나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나라 △보건의료 서비스 일자리 창출 △보건 분야 전문가 책임차관 임명 등이 주요 아젠다로 포함됐다.

단, 우 소장은 의협의 현안만 해결하는 게 의료정책연구소의 존재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우 소장은 “현안 중심의 연구와 중장기 과제 중심의 연구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며 “현안과 중장기 과제에 대한 연구 수행을 균형감있게 잘 다뤄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책을 제대로 검증해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전문가 단체가 할 일”이라며 “이는 집행부가 하기 힘든 일이니, 의료정책연구소에서 그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를 짓누르는 법과 제도가 아무렇지 않게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대외협력 역량과 현실성 있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며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앞으로 의협이 국회와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 의료정책연구소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은 9월 추석 연휴 전에 대선기획단 위원 추천 및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대선 채비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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