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구타유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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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구타유발자들
  • 윤종원
  • 승인 2006.05.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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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순환, 구타유발자들

영화 "구타유발자들"(감독 원신연, 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은 "코믹잔혹극"을 표방하는 영화다.

웃음과 함께 잔혹한 폭력을 통해 공포심을 자아낸다. 소재는 낯선 상황에서 오해와 우연이 빚어내는 사건. 원신연 감독은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200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대상 수상작으로 독특한 소재와 치밀한 구성이 특징.

바람기가 다분한 성악과 교수 영선(이병준 분)은 우연히 뮤지컬 배우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제자 인정(차예련)을 만난다. 이들은 영선이 새로 뽑은 하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호젓한 교외로 드라이브를 나선다. 그러나 악질 교통경찰 문재(한석규)에게 신호위반으로 걸리면서 곱지 않은 말이 오가게 되고, 급기야 영선은 문재에게 욕을 하며 문재를 피해 예상치 않았던 시골길로 접어들게 된다.

한적한 강가에 차를 세운 영선이 엉큼한 속내를 드러내자 놀란 인정은 벤츠에서 탈출해 숲으로 도망간다.

홀로 서울로 가려던 영선은 강가 모래밭에 차바퀴가 빠져 오도가도 못하게 되는데 이때 동네 "양아치" 홍배(정경호)와 원룡(신현탁), 야구방망이로 돼지를 잡는 데는 도가 텄다는 오근(오달수)이 나타난다.

한편 길을 헤매던 인정은 우연히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친절하고 순박한 시골 청년 봉연(이문식)을 만나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그러나 봉연이 도착한 곳은 터미널이 아닌 영선ㆍ홍배ㆍ원룡ㆍ오근이 있는 강가. 강가에서는 오근이 야구방망이로 잡아 육질이 쫀득쫀득하다는 일명 "떡삽겹살" 파티가 벌어지고 영선과 인정은 이들과 자리를 함께 하게 된다.

영선과 인정은 초면이 것처럼 행세를 하고, 인정은 터미널까지 태워주겠다는 봉연에게 영선의 벤츠를 타고 가겠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이때 홍배와 원룡이 타고 온 오토바이에 실려 있던 자루 하나가 떨어진 뒤 그안에 있던 고등학생 현재(김시후)가 밖으로 끌려나온다.

영화는 늦가을을 배경으로 5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은 주요 인물들이 모이는 강가에서 촬영됐다. 한 공간에서 촬영돼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감독은 사실성을 높이려고 조명 대신 자연광을 이용했다고.

"구타유발자들"의 장점은 결말 부분의 극적 반전과 강렬한 메시지에 있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은 하나하나 쌓아올린 벽돌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메시지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결말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먼 감이 있다. 웃음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과도한 폭력은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즐거움을 위해 영화관을 찾는 관객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

순박한 얼굴로 폭력성의 극단을 보여주는 이문식의 열연이 눈에 띈다. 한석규ㆍ오달수ㆍ이병준ㆍ차예련ㆍ김시후 등 출연배우들은 각각의 존재감으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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