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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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5×2"
  • 윤종원
  • 승인 2006.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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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짐에서 만남까지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서로 뜨겁게 사랑했던 커플도 종종 남남이 되곤 한다. 이들은 모두 노랫말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일까.

프랑스의 천재 감독 프랑수아 오종의 "5×2"는 한 커플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

헤어지는 순간에서 시작해 만나는 장면으로 끝나는, 역순으로 진행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진 이 영화는 왜 이들이 헤어졌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한 커플의 사랑을 차가우면서도 로맨틱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영화는 질(스테판 프레이즈)과 마리옹(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이 이혼 서류에 서명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마지막 인사라도 나누듯 여관으로 가지만 마리옹은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질은 "다시 시작하자"고 말해보지만 마리옹은 문을 닫고 떠난다.

이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뛰어넘으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질과 마리옹의 기억을 되새긴다. 마치 다섯 편의 단편영화를 보듯 각 에피소드에는 두 사람이 느꼈던 환희와 분노, 배신감과 열정, 설렘과 자기연민의 감정들이 표현된다.

마지막은 질과 마리옹이 어느 해변에서 석양이 지는 바닷가로 걸어 들어가는 사랑의 시작 장면이다. 이혼이라는 결과를 알고 보는 이들의 첫 만남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우면서도 슬프다.

만남에서 시작해 헤어짐에서 끝났다면 단순한 멜로 영화와 다름없겠지만 이야기가 순으로 진행되면서 다섯 개의 에피소드는 마치 서스펜스물과 같은 긴장감을 형성한다.

또한 결말부터 시작하는 진행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이 영화를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이별 이야기로 보이게 만든다.

다만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연인들이 헤어지는 이유를 밝히려 들지 않는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에는 특별한 사건이나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헤어짐의 이유는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일 수도 있고 배우자의 외도일 수도 있다. 단지 감독은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으며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영화는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으며 마리옹 역의 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쉬뿐만 아니라 남편질 역을 연기한 스테판 프레이즈 역시 뛰어난 연기력으로 관객을 두 사람의 관계 속으로 빨아들인다.

1996년 제작한 단편영화 "썸머 드레스"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내일의 표범상"을 수상하며 기대주로 떠오른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8명의 여인들" "스위밍 풀"에 이어 이 영화로 장편영화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았다.

2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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