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병원계 이슈-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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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병원계 이슈-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
  • 병원신문
  • 승인 2021.07.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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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

폭풍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하다. 정부여당이 엄청난 여론전을 펼치면서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던 수술실 CCTV 의무화 의료법 개정안(이하 ‘CCTV 법안’)에 대해, 지난 6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법안소위에서 재심사하기로 했다.

합의하거나 일방의 의견대로 결론이 난 것이 아니고 7월의 다음 회의에서 재심사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이는 종전이 아닌 휴전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얼마 전까지 ‘수술실 외부 CCTV는 의무화하되, 내부 설치는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가, 이번 법안소위에서는 ‘내부도 의무화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논의가 될 수 있는 다음 법안소위에서는 더욱 세찬 폭풍이 몰아질 수도 있다.

CCTV 법안의 문제점에 대하여 의료인들은 이미 다양한 경로로 많은 정보들을 제공받았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를 정리하고, 의료인들이 비의료인들에게 ‘이것이 문제야’라고 설명할 수 있도록 요약해 보겠다.

첫 번째로 가장 큰 문제점은, CCTV 법안이 법원칙에 위배되고 의도하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CCTV 법안의 입법 목적은 대리수술 방지, 의료과실 확인이라고 말해지는데, 먼저 대리수술 방지를 위해 의료계는 이미 논란의 여지가 적은 여러 대안들, 즉 수술실 출입 지문인식기 설치, 출입자명부 작성 및 서명, 수술실 입구 CCTV 설치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법률은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강제로 조정하는 것이고, 따라서 법률로 A의 이익을 강화하면 B의 불이익도 강화된다. 그러므로 A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B의 불이익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침해 최소성 원칙’이라 한다. 위와 같은 대안들로도 수술실 입실자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어 대리수술 방지가 가능하므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는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혹자는 간호조무사 자격이 있는 직원은 수술실에 들어올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 CCTV의 외부 설치 등으로는 대리수술을 방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적 상황을 전제로 한 가정적 주장에 대한 대책은, 현황과 실태를 파악한 이후에 세워도 늦지 않다.

또한 의료과실을 확인하는데 수술실 내부 CCTV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재 수술실 내부 CCTV는 대부분 수술실 천장 모서리에 설치되어 쿼터뷰 형식의 원경(遠景) 화면을 제공하는데, 이것으로는 당연히 의료과실을 확인할 수 없다. 과다출혈은 확인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CCTV로 확인될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과다출혈이 전체 수술에서 몇 건이나 되겠는가? 그리고 과다출혈은 진료기록부만 보아도 확인 가능하다.

또한 수술대 위에 CCTV를 설치한다 해도, 수술행위를 하는 의료진은 수술대 위로 머리를 숙이게 되니 의료과실이 식별 가능하도록 촬영될 가능성은 낮다. 수술에 집중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CCTV 가리니 머리 들고 수술해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두 번째 문제점은 방어진료를 심각하게 부추길 것이라는 점이다.

난이도가 높은 수술은 그만큼 합병증 발생 위험 또한 높기 때문에 의사는 난이도가 높은 수술을 행하기 전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발생 가능한 합병증과 대처 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는다. 그러나 만약 수술을 CCTV로 촬영한다고 하면, 의사는 다양한 진료나 수술 방법 중에서 최선의 방법보다는 합병증이 적은 방법을 택하여 환자와 보호자에게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 의사도 부양할 가족과 직원이 있는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직장암 수술을 예로 들어 보자. 미국의 경우 복회음 절제술이 40%이다. 환자는 평생 인공항문을 달고 살아야 하지만, 합병증이 적어 의사는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이 90%이고, 복회음 절제술이 10% 이하이다. CCTV가 설치되면 아마 우리나라도 복회음 절제술을 권하는 의사가 차츰 늘어날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으니 그러면 안 된다는 힐난이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미국 의사들도 했다. 국적과 관계없이 업무적으로 가장 유사한 판단을 내리는 직군이 의사들이다. 즉 일정한 상병에 대해 한국 의사나 미국 의사나 (동일한 지식과 경험을 가졌다면) 동일한 진단을 내린다는 뜻이다. 의사의 판단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의사 자체라기보다는 의사를 둘러싼 사회이다.

최근 모 방송사는 CCTV가 설치된 수술실에서 수술하고 있는 의사 한두 명으로부터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받아 이를 근거로 ‘방어진료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 견해를 일반화한다는 점에서 왜곡보도에 가깝다. 한두 명에 대한 인터뷰가 아닌 다수의 의사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CCTV가 소극적 진료를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점은 환자와 의료진의 인권 침해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먼저 환자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 침해가 우려된다. CCTV로 촬영되는 영상은 환자의 나체 또는 중요한 신체부위인 경우가 많고, 이는 특히 많은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가 결정되는 경우 반드시 설치될 것으로 보이는 산부인과나 성형외과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수술실 CCTV 영상들이 해킹 등으로 유출되는 경우 그 사회적 파장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혹자는 보안을 강화하면 해킹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총기는 분해할 수 있고 역순으로 조립할 수 있듯이, 모든 보안 체계는 역순으로 뚫을 수 있다.

그렇기에 외국에서는 야후, 오라클, 미국 연방인사관리국 등 보안에 돈과 사람을 아끼지 않을 것 같은 수많은 기업이나 기관들도 해킹 피해를 입었고, 올해에도 페이스북에서 5억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엔씨소프트, 옥션, GS칼텍스, 신세계몰, 현대캐피탈, SK컴즈, 넥슨, SKT(2차례), KT(3차례), LG 유플러스, EBS, SC제일은행, 씨티은행,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은행, 인터파크, 네이버, 국토교통부, 그리고 ‘청와대’ 등이 해킹되었다. 덕분에 우리나라 5,000만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중국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지난 10년간 보이스피싱으로 2조 5천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CCTV로 촬영된 영상을 잘 관리하는 의료기관부터 엉망인 의료기관까지 천차만별인 것이 현실이다. CCTV 법안대로 입법이 된다면, 수술실 CCTV 촬영 영상도 똑같이 천차만별로 관리될 것이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병원 주차장 CCTV와 산부인과 분만실 CCTV가 같은 사람에 의해 같은 방법으로 관리될 것이다.

혹자는 해킹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수술실 CCTV의 네트워크 연결을 허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네트워크 연결과 무관하게, 전국 수만 개 의료기관의 수술실과 분만실에 CCTV를 설치한다면 적어도 수만 명의 관리자가 있는 것이고, 앞서 본 것 같이 의료기관들의 CCTV 영상 관리는 천차만별이며, 이 영상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관리자의 수 이상이다. 참고적으로, 망분리를 했음에도 해킹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와 별개로 문제될 수 있는 의료인의 초상권,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길게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네 번째로 비용적 비효율성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겠으나, 전국의 수술실과 분만실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설치에만 약 3,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게다가 CCTV 영상 관리를 위해 의료기관별로 연봉 5,000만 원인 관리인력을 1명만 추가 고용한다 하여도, 연간 5,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어느 정도의 효용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연간 수술건수는 약 200만 건인데, 그 중 수술 중 의료과실이 문제되어 소송에 이르는 사건은 연간 약 800건, 즉 약 0.04%로 추정된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통계 등을 유추하여 의료과실이 있으나 소송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를 10배라고 추정하여도, 전체 수술 중 약 0.4%에서만 의료과실이 문제되는 것이다. 또한 대리수술 적발건수는 보통 연간 20건을 넘지 않는데, 발각되지 않은 경우를 ‘100배’라고 추정하여도, 전체 수술 중 약 0.1%에 지나지 않는다.

위와 같이 확인이 필요한 대리수술·의료과실 건수와는 별개로, 촬영된 수술실 CCTV 영상의 활용도를 살펴보자.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서는 지난 2년여 동안 2,850건의 수술실 CCTV 영상이 촬영되었지만, 촬영된 영상 사본을 요청한 사례는 ‘0건’이었다. 즉 수술을 촬영하였지만 아무도 이 영상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혹자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병원들이 응급수술이나 큰 수술은 거의 하지 않는 의료기관들이기 때문에 열람한 사례가 없었다고 주장할 것 같다. 그렇다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열람할 필요도 없는 영상을 찍자고 뭐 하러 돈 들여 CCTV를 설치하는가?

결론을 내자. 대리수술은 단 1건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전체 수술건수를 고려하면 극소수의 일탈에 지나지 않는다. 의료사고 역시 발생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대리수술 방지를 위해서는 다른 합리적인 대안들이 있고, 수술실 내부에 CCTV를 달더라도 의료과실 확인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및 관리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게다가 어떤 의료기관들, 아니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에서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한다 하여도 실익이 있을지 매우 의심된다.

무엇보다도 촬영된 영상은 대부분 극히 민감한 개인정보임에도, 어떤 방법을 취하더라도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 그리고 유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노력만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혈세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 국회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 문제점과 세부적 쟁점에 대한 깊은 검토 없이 발의된 법안을 그대로 입법하는 경우 발생할 현장의 혼란과 소모적 분쟁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모두 국민이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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