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신약 보장성 강화 요구에 정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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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신약 보장성 강화 요구에 정부 ‘고심’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7.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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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건보재정 지출 사회적 합의 필요
전문가들, 시판허가에 비해 보험급여 느려…선등재 후평가 제안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환자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속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한정된 건보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양윤석 과장은 7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온라인으로 공동 주최한 ‘첨단바이오의약품 환자접근성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 나와 건보재정 지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윤석 과장은 “정부도 첨단바이오의약품과 같은 신약의 접근성 확대 요구를 잘 알고 있고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면서 “다만, RSA(위험분담제) 도입 후 항암제 등재율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등재가 늦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제성평가 면제제도를 운영해 많이 확대됐고 고가 항암제 절반가량이 경제성평가 면제를 받았다”면서 “그 대신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최근 고가의약품들이 개발되면서 건강보험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지가 정부의 최대 숙제가 됐다”면서 “원론적이지만 국민이 낸 건보재정을 어떻게 지출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법령에서 정해진 절차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동의와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양 과장은 국내 급여제도에 대한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양 과장은 “일부 지적에 대해 등재속도를 높이란 취지로 받아 들이겠다”며 “ 정부가 급여 시 임상효용성 대비 비용효과성에 너무 치우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건강보험이라는 공적보험에서 비용효과성은 급여심사에 있어 매우 중요요소”라고 말했다.

또, 선별급여 때문에 환자부담이 높아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등재에 한해서는 선별급여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양 과장은 “선등재 후평가 제도에 대해서는 외국사례를 검토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단일 건강보험제도로 한번 등재되면 모든 국민들이 사용하게 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며 “선등재 후평가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 따져보고 이미 환자가 쓰고 있는데 평가 후 약을 퇴출하거나 약가를 조정하는 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복지부의 고민은 한 번 치료에 고가 비용이 든다는 측면에서 이를 제약사와 어떻게 재정분담과 지불구조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다”라며 “중증질환 급여율을 높이려면 추가적인 보험료 수익이 있거나, 지출효율화를 해야 하는데 보험료는 가입자의 부담이 있는 만큼 지출효율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CAR-T 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이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판허가에 비해 보험급여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번 치료비로 5억원이 소요되는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를 사례로 들며 킴리아가 케미컬 백혈병치료제인 글리벡(이매티닙)과 유사한 상황에 처했다고 언급했다.

글리벡은 환자 생존 기간을 평균 6년에서 평균 22년으로 늘린 획기적인 항암제로 평가되지만 국내 허가 획득 당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한 달 치료비가 200만원으로 환자 접근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된 바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상당히 빨리 사용허가를 내 주지만 보험은 항상 한참 후에 따라온다. 경제성평가를 거치고 건보재정 영향과 예측 수요를 따지면 대개 몇 년 후에야 급여가 된다”며 “초고가 약제는 허가와 비슷한 시기에 급여를 적용해서 환자가 고가약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첨단재생바이오법 제정으로 대체치료제가 없는 중대한 질환 및 희귀질환 등 의료적 필요성이 높아 신속 허가 처리 제도를 마련했지만 현실적인 치료를 보장하는 신속한 급여 등재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

즉 관련 법령 취지에 맞게 대체 치료방안이 부재한 환자에게 장기 생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해선 신속한 허가뿐만 아니라 신속한 급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형기 서울의대 임상약리학과 교수 역시 김원석 교수의 비판에 힘을 보탰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약가 제도가 임상적 효용(약효·안전성)에 방점이 찍히기 보다는 비용효과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약효보다도 약값이 낮아야 급여를 해준다며 고가약의 경제성평가 도구가 위험분담제(RSA) 외에 추가 제도가 없고,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ratio; 점증적 비용 효과비)값 역시 지나치게 낮은 점도 문제로 꼬집었다.

이에 이 교수는 ICER 임계치를 신축 적용하고, 위험분담제를 확대 적용하며, 선등재 후평가 제도를 정부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강보험재정의 적절한 배분을 위해 고가 제네릭 약가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첩약, 무분별한 보장성 확대 등 건보급여에 대한 비용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보험재정을 낭비하는 사례를 줄일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건강보험재정 상태와 관계없이 신약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 기금을 조성하고 적용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기금 조성 및 운영 방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합의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먼저 급여화하고 나중에 얻은 경제성평가 자료로 시장 퇴출이나 급여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제네릭은 사실 무임승차로 우리나라는 제네릭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건보재정을 적절히 배분해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접근성을 높이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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