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 역전현상, 현 제도 모순의 결정적 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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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지수 역전현상, 현 제도 모순의 결정적 논거”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1.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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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재정운영위원장, 수가협상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 필요성 강조
병협과의 협상 결렬 배경은 “협상단에 주어진 재량이 제한적”이라 설명
윤석준 재정운영위원장
윤석준 재정운영위원장

“환산지수 역전현상은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앞으로 점점 더 확대되게 되어 있습니다. 의료전달체계를 다시 복원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현재와 같은 모형으로 협상하고 타결하게 되면 수가 역전현상은 개선이 어렵고 더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제도가 필요합니다. 현 제도가 갖고 있는 모순의 결정적 논거가 바로 수가 역전현상입니다. 지금처럼 이대로 간다면 간격이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윤석준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장(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은 6월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종료된 후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5월 31일, 엄밀하게 말하면 6월 1일 마무리된 수가협상 결과 병원보다 의원의 수가가 더 높은 환산지수 역전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병원협회와 치과의사협회와의 협상이 결렬된 결과와 관련해서는 “안타깝게도 병협과 치협이 타협을 못 이뤘다”며 “제도 개선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와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타협의 정신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가 돼야 제대로 된 마무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6월 둘째 주 예정된 건정심 소위에서 제도개선 플러스 알파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협과의 협상이 결렬된 배경과 관련해 윤석준 위원장은 “제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는 전체 평균 인상률 2.09까지였다”며 “협상단에게 재량을 줘야 실제 타결도 가능하지만 재량 범위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매년 결렬 단골손님이었던 의협과의 협상이 올해 타결된 데 대해 윤 위원장은 “제 생각에는 협상단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의협 집행부가 최근에 교체된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한다”며 “과거 집행부에서는 한 번도 타결이 안된 걸로 알고 있는데 집행부가 바뀌면서 타결까지 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공급자 단체가 제안한 건보재정 미수금이나 적립금이 수가협상에 반영돼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재정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논의가 됐었고 부대결의를 통해 동의하는 절차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고가 애초 기획재정부에서 약속한 금액이 제대로 들어와야 완충될 수 있으며 정부가 약속했던 수준으로 국고 지원금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운영위원장으로서 첫 수가협상을 치른 소감에 대해 “건정심에는 오랫동안 참여했지만 재정운영위원장은 처음 맡아 초보자로서 역할을 했다”며 “작년과 결과만 놓고 비교하면 올해는 그나마 의협이 타결돼 재정운영위원회 기본 성격에 조금은 부합이 됐다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윤석준 위원장은 “제가 이해하는 재정운영위원회 역할은 가입자와 공급자 간 적절하게 균형을 찾아가면서 타협의 정신을 살려가는 것”이라며 “올해 병협과 치협이 결렬돼 숫자로는 두 곳에 불과하지만 전체 볼륨은 절반을 차지해 안타까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병협과 치협 외에 의협까지 3곳이 결렬된 데 비하면 결과적으로는 진일보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아직도 절충을 위한 제도적 틀인 협상이라는 이름에 비춰 미흡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올해 재정 규모가 크게 늘어난 배경과 관련해 윤석준 위원장은 “재정운영위는 가입자 단체 대표들로 구성돼 있다”며 “가입자 분들이 소위 공급자 측의 어려움도 이해는 하지만 가입자들의 생활, 즉 삶이 엄청나게 피폐돼 있다는 점을 고수, 강경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역대 가장 어려웠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수가협상 소감을 묻자 “재정운영위원장 역할을 맡은 사람으로서 수가 협상의 기준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SGR 모형도 활용되고 있지만 참고자료로만 사용되고 있고 기준점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당장 7월부터라도 내년도 환산지수 계약을 위한 새로운 제도개편을 준비해야 한다. 연말까지 제도개선을 긴 호흡으로 정리하고 연초부터 관계자들과 토론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재정운영위 전체회의 때도 그랬고 건정심에서도 제안해 많은 위원들이 동감했다”고 말했다.

또 수가협상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배경과 관련해서는 “잘못된 관행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구체적인 합의점을 만들어 낼 기준선이 불분명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윤석준 위원장은 “해가 갈수록 협상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가 있다”며 “데이터나 협상 방식이나 SGR이 아니라 다른 모형과 같은 근본적 차원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며 여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가장 난감했던 것이 가입자와 공급자가 모두 동의하지 않는 모형으로 협상을 해야 하는 점이라는 것.

윤석준 위원장은 “20년의 세월을 그렇게 해왔으니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며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잘못된 관행을 끊기 위해 7월부터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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