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 사회적 합의 우선 필요
상태바
‘간호법’ 제정 사회적 합의 우선 필요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5.20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정 직역 관련 법 제정보다 현행 ‘의료법’ 개정·보완 바람직
복지부, "정부의 기준 제시보다 사회적 합의 도달이 더 중요"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가 최근 ‘간호(조산)’ 법안 제정 움직임에 보건의료인력간 원활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업무범위 등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와 함께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검토 필요성을 피력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5월 20일 오후 2시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공동 주최한 ‘해외 간호제도를 통해 본 간호법안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송 부회장은 “간호(조산)법안 제정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간호업무 질 제고와 숙련된 간호사 확보 등을 위한 일환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판단되지만 전반적인 보건의료 법률체계의 개편과 함께 환자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에서의 보건의료인력간 원활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업무범위 등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와 아울러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한 사안으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은 법 테두리내에서 간호서비스의 질적 제고가 불가능한 것인지, 특정 직역 관련 단독 법 제정으로 인해 보건의료인력간 업무 충돌과 배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

간호법이 직역 간의 업무 갈등만 만들 것이며 실질적인 간호사 처우개선 등은 지금의 의료법이나 관련 법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다.

송 부회장은 “제정안 취지의 간호서비스 질 제고 등을 위해서는 특정 직역 관련 법 제정보다는 현행 ‘의료법’ 등의 개정·보완을 통해 통합적으로 보건의료인력간 유기적인 협력 도모가 바람직하다”면서 “종합적인 보건의료 법률체계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 범위와 관련해선 간호법 제정안에 처방이라는 말이 들어있는데 이것은 독립적인 활동을 고려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다만, 지금의 의료체계와 융화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갈등만 조장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송 부회장은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복합질환자 증가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는 보건의료 인력간 팀 구성을 통해 체계적으로 더 안전하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자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지 밀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과 관련해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에 따라 제반 환경 조성과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송 부회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시범사업 병동 확대 및 병원관련 각종 평가시 간호인력 관련 상대평가기준 적용 등 그동안 간호사 수요 정책 추진으로 인해 지방 및 중소병원의 간호사 채용난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른 사업장의 근무와 달리 3교대 근무제를 통해 24시간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간호사 이직률은 지난해 평균 20.8%로 간호사의 잦은 이직과 신규간호사 채용난은 환자안전 위협과 기존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부회장은 “간호인력 운용과 관련해 그동안의 정책을 평가하고 현안을 면밀히 분석하여 그 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 나간다면 간호서비스 질 제고를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 나선 다른 직역 단체들도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염호기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교수는 직설적으로 간호사에게 모든 권을 주겠다는 법안이라며 의료체계를 흔들고 간호사를 중심으로 모든 의료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염 교수는 “간호사법은 현행의료법에 담긴 간호사관련 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다만 일선 간호사들이 아니라 일부 간호정책입안자와 일부간호사들의 이권을 보장하는 법안으로 의료기관의 수없이 많은 타 직종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인정해 직역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수십년 동안 정착되고 완성돼 가는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의료체계에서 의사의 지도 감독이라는 미영 아래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안전이 위협받게 되며 행위별 수가체계에서 간호사를 동원한 무차별한 검사와 의료행위가 남발할 가능성이 높아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며 “현행 의료법과 의료제도 하에서 왜 간호사가 힘들고 어려운지 근본을 파악해 대책을 수립해야 하지 간호사법을 만들어 준다고 간호사가 좋아진다는 착각은 떨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유관직종 단체 및 당사자인 간호조무사협회와 협의 부재 △보건의료체계 혼란 △의사·간호의 보조인력에서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고착화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의무 배치로 경영난 가중 및 간호조무사 일자리 위협 △간호법 우선 적용으로 타법령에 규정된 간호인력 기준 무력화 △요양보호사의 간호사 보조인력화 및 직종 갈등 심화 등을 이유로 간호법 제정안을 반대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최종현 기획이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 간호법안 논의 시 간무협 참여를 보장하고 보건의료발전협의체가 아닌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또는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가 2013년 추진 중에 2015년 12월 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로 중단된 간호인력개편을 재추진하고 그 논의 내용을 법안에 반영해 심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대한간호협회를 제외한 모든 단체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양정석 과장은 “간호법 제정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대국민 의료서비스 향상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간호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공통적이라고 보여진다”면서 “처우개선도 다 같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간호법이라고 하는 것은 법률적 용어로 분법인데 원칙적으로 분법은 득과 실이 있다. 득은 개별법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에 집중할 수 있고 환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반면에 의료 서비스라는게 팀 서비스로 더 중요해 진다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아마 통합적 규율을 통해서는 그런 점에서는 다소 유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 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 과장은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할 것이고 다만 법안 논의할 때 추측이나 비약보다는 현재의 규정에 근거해서 논의를 해야 생산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면서 “간호법 제정 중요성도 생각해 봐야겠지만 간호법에서 집중할 부분과 의료 전체 체계에서 공통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