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미래-슬기로운 병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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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미래-슬기로운 병원 생활
  • 병원신문
  • 승인 2021.05.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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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국장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바둑을 겨루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인공 지능’이란 말이 회자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때 우리는 다섯 번의 대결 중 한 번만 가까스로 이겼다는 아쉬움보다 알파고의 무한질주에 경이로움을 넘어 경악했다.

             오정환 국장
             오정환 국장

그 인공지능은 현재 ‘딥러닝’에 의해 스스로 발전을 거듭, 사회 각 분야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 중이며 의료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16년, 가천대길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IBM의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진료에 투입하며 일대 혁신을 일으키는 듯 했으나 한국인의 질병양상 등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등 문화적, 기술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는 발 빠르게 한국형 맞춤 인공지능 개발에 착수, 드디어 올해 토종 인공지능 ‘닥터앤서 1.0 (Dr. Answer 1.0)’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의료서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닥터앤서는 우리나라 국민 수명과 가장 밀접한 암, 치매 등 8대 질환에 대해 국내 26개 의료기관, 22개 ICT기업과 손잡고 3년에 걸쳐 의료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공동 분석해낸 인공지능(AI) 의료 소프트웨어(SW)이며, 정부는 12개 질병군으로 대상을 확대, 다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한층 진화한 닥터앤서 2.0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첨단기술은 바둑을 두는 알파고에서 암과 심뇌혈관질환을 진단하는 왓슨이나 닥터앤서로 옮겨가면서 빛의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의 역할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이다. 의사가 질병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고, 더 효과적으로 치료하도록 도울수 있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앞서 예로 든 인공지능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BIG DATA)와 같이 최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는 병원을 이른바 스마트병원이라 하는데 최근 그 끝을 모르게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런 스마트병원의 도입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수립, 작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 구축사업을 벌이며 많은 병원들이 공모에 참여하는 등 병원의 스마트화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스마트병원은 직접적인 진료분야 외에도 병원의 환자안전관리, 출입시스템, 행정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일례로 삼성서울병원은 지하철 승강장 출입시스템과 유사한 스피드게이트를 구축해 환자가 미리 신용카드 등을 등록해두면 창구에서 선결제하지 않고 후불정산하는 페이 스루(PAY Thru) 시스템을 도입했다. 서울대병원은 LG와 손잡고 검체, 약품, 물품 등 단순 반복 업무를 돕는 배송로봇 클로이 서브봇(CLOi Servebot)을 개발, 현장에 투입했다. 또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음성인식이 가능한 AI 의무기록 시스템을 도입, 현장의 업무부담을 대폭 줄였다.

이와 같이 스마트병원 플랫폼이 구축되면 복잡하고 다양한 병원 내 진료 및 기타 워크플로우 등이 자동화되어 수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예방할 수 있고 물류관리 효율도 향상되는 등 환자중심의 고효율 병원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술이 나날이 선을 보이고 있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아직 건강보험수가와 관련한 제도 등이 미비해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는 등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에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는 스마트병원 시스템은 편의성 증대, 맞춤치료 현실화 등 대체로 긍정적 반응이지만 보험수가 문제와 병원 내 인력 간 수요 상충 등 문제점 역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이는 도입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해 추진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제대로 된 스마트병원을 구축하려면 개별 병원들의 ‘병원내 혁신’을 이루려는 차별화된 접근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및 인프라 구축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스마트병원이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비하는 신모델로 자리잡게 될 뿐 아니라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촉발된 팬데믹에 이른바 언택트 기반의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전시회를 통해 구체화 및 형상화하고, 관련 주요 현안 등을 컨퍼런스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를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서울코엑스에서 개최한다. 벌써 7년째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박람회는 올해 ‘스마트 의료, 디지털 뉴딜을 선도하다’라는 주제로 보건산업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함께 의료의 미래, 병원의 미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한국판 뉴딜에 따른 미래 의료산업의 트렌드를 조망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4차산업으로 대변되는 모든 기술적 혁신과 제도적 장치, 그리고 일선 병원들의 노력이 집약돼 스마트하게 즉, ‘슬기롭게’ 적용된다면, 얼마 전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의 쾌거와 같이 우리나라 의료 역시 다시 한번 K-medical의 위상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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