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짝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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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짝패
  • 윤종원
  • 승인 2006.05.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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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 그대로의 액션 살아숨쉬는 짝패

깔끔하고 담백하다. 생생한 액션에 드라마 역시 군더더기가 없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주연배우로 이름을 올린 "짝패"(감독 류승완, 제작 외유내강)는 작심하고 만든 액션 영화의 틀을 재미나게 형상화했다.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소개하며 영화계의 앙팡 테리블로 등장한 류승완 감독은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줄곧 액션 영화에 천착해왔다.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 대작전" "주먹이 운다" 등 모든 연출작에서 그는 "액션키드"였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감독, 제작, 배우, 각본 등 1인4역을 해낸 류 감독은 "최근의 영화가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액션 활극은 아닌 것 같았다.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 못하면 영원히 못할 것 같았다. 평생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무술감독으로서 한국 영화계에서 주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정두홍 감독은 지금까지 자신이 구축해놓은 영화 속 무술을 맘껏 담았다. 감독이자 두 주연배우의 액션뿐 아니라 정 감독의 꿈이 실현된 서울액션스쿨 소속 연기자들이 펼치는 투박하면서도, 그렇기에 오히려 정감 있게 느껴지는 액션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아무래도 프로페셔널은 아닌 이들의 연기 틈새를 이범수가 확실히 메워줬다. 이범수는 우정마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악덕 부동산개발업자로 등장해 드라마를 진중하게 이끌어간다. 영화의 외형은 류승완과 정두홍이, 내실은 이범수가 다져간 것.

"혈의 누"에서 촘촘한 구성을 선보였던 이원재 작가는 이 영화의 목표를 잊지 않는 깔끔한 전개로 욕심 부리지 않고 간결하게 내용을 채워갔다.

20년 뒤 성공해서 직접 담근 뱀술을 나눠 먹자던 5명의 친구들. 서울에 조직폭력배 잡는 형사로 생활하는 태수(정두홍)는 어린 시절 패거리를 이끌었던 왕재(안길상)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다.

조폭 생활을 청산하고 호프집을 운영하던 그가 어설픈 양아치의 칼에 맞았다는 게 믿기지 않은 태수와 석환(류승완)은 범인을 쫓는다. 석환은 계속 고시에 낙방하는 바람에 집안마저 말아먹은 동환(정석용)의 동생. 5인방에 늘 끼었다.

태수와 석환은 범인의 뒤를 쫓는 과정에서 고교생들로부터 집단 공격을 당하고, 동환이 부동산 개발업자가 된 필호(이범수)로 인해 마약 중독자가 됐다 걸 알게 된다. 필호는 관광단지로 지정된 고향땅을 서울 부동산 개발업자(사실은 조직폭력배와 다름없다)와 손잡고 잔인한 방법으로 잠식해가고 있다.

어느새 "짝패"가 된 두 사람은 필호를 향해간다.

마치 비보이의 힙합 춤을 연상케 하는 액션과 자전거를 이용한 고난도 액션, 무엇보다 연출이 아닌 진짜 치고 받는 합(合)이 느껴지는 격투신이 볼 만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운당정에서의 결투는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제작사 측은 ""킬 빌" 역시 액션 영화에 대한 오마주였고, "짝패" 역시 그러해 분위기가 비슷할 수 있으나 "킬 빌"을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운당정이라는 공간은 오리엔탈 이미지를 극대화시킨다. 단층으로 낮게 깔린 한국식 기와집에서 일본풍의 옷을 입은 종업원들과 사무라이 활극을 펼친다. 이범수와의 마지막 결투가 벌어지는 실내 공간은 중국 스타일이 묻어난다.

생생한 액션 속에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스러져가는 "고향"의 의미와 함께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 다섯 친구를 통해 쓰라린 현실을 반추하게 한다.

영화 내용은 절박하다. 그런데 웃음이 터진다. "짝패"의 주요한 웃음 코드는 충청도 사투리. 세상에 영화나 드라마의 결투 신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쓴다는 걸 지금까지 상상이나 했나.

온양 출신 류승완, 부여 출신 정두홍, 청주 출신 이범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 사람은 모두 충청도 사투리로 말하는 게 편했다고 한다.

90분의 짧은 상영시간과 25억원의 적은 제작비까지 여러 면에서 깔끔하게 마무리한 영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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