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안소니 짐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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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안소니 짐머
  • 윤종원
  • 승인 2006.05.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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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마르소의 매혹, 안소니 짐머

소피 마르소의 매혹적인 자태에 시선을 두다 매끄러운 내용 전개에 빠져드는 영화.

"안소니 짐머"는 여전히 "라붐"에서의 청순한 매력을 기억하는 소피 마르소의 팬들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영화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월만큼의 완숙한 매력을 더해가는 소피 마르소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연기까지 숙성해갔다. 이 영화를 위해 더욱 매끄럽고 탄탄한 몸매를 만들어 과시하니 금상첨화.

범죄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는 이 영화는 할리우스식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힘입은 숨막히는 긴박감은 없다. 대신 나른하고 느긋하게 삶의 여유를 즐기는 듯한 프랑스 영화의 특징에 쉴새없이 머리를 굴려 생각하게 하는 흥미진진한 두뇌게임으로 무장했다.

잔인한 장면 묘사가 거의 없음에도 촘촘히 엮은 시나리오를 통해 영화를 짜릿하게 풀어가는 솜씨가 돋보인다. 몇 편의 시나리오와 단편 영화를 제작했을 뿐인 제롬살레 감독의 장편 데뷔작에 소피 마르소가 참여했던 건 시나리오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고 한다.

프랑스 경찰은 돈 세탁 등 국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안소니 짐머를 추격한다. 그러나 수 차례의 성형수술로 얼굴과 목소리가 완전히 변해버렸으며 아무도 그의 진짜 얼굴을 본 적도 없다. 경찰 애커만(사미 프레이)은 안소니 짐머가 죽도록 사랑하는 여자 키아라(소피 마르소)만이 최후의 방법이라고 판단해 미끼를 던진다. 키아라가 사실은 경찰의 스파이였던 것.

기차역에서 만나기로 한 짐머는 키아라에게 "미행을 당한 것 같으니 기차에서 아무 남자나 유혹해 미행자를 따돌리라"고 전한다. 키아라는 지시에 충실했고, 짐머와 비슷한 체격의 어리버리한 번역가 프랑수아(이반 아탈)를 유혹한다.

얼떨결에 미모의 키아라와 함께 화려한 호텔에 묵게 된 프랑수아의 행복은 잠시. 아침에 키아라는 사라지고 정체 모를 남자들로부터 총격을 당한다. 러시아 옛 정보기관에서도 짐머를 쫓고 있었던 것.

프랑수아의 말을 믿어준 경찰마저 살해되고, 잠시 입원해 있던 병원에 또다시 괴한들이 찾아오자 프랑수아의 이유 없는 도피전이 계속된다. 키아라는 자신도 모르는 새 사건에 휘말리게 된 프랑수아를 구해주며 사건에 끼어들지 말라고 말하지만 이미 키아라를 사랑하게 된 프랑수아는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마지막 반전이 중요한 장르인지라 결말은 영화를 보며 확인해야 한다.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 관객이라면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이미 누가 누구인지 눈치챘다면 과정을 즐기는 게 나을 듯.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럽의 여유로운 풍광은 욕심 내지 않고 여유롭게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과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룬다.

이반 아탈은 "동정 없는 세상"으로 세자르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프랑스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아왔다. 애커만 역의 사미 프레이 역시 프랑스 내에서 존경받는 배우.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게임식의 즐거움을 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전혀 다른 맛을 내는 프랑스 영화도 감상해 볼 만하다. "안소니 짐머"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프랑스 영화와는 달리 관객에게도 상당히 친절하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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