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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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 병원신문
  • 승인 2021.02.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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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VENT, CRRT 음압격리병실에 중환자실을 옮겨 놓다”
경희대병원 병동간호1팀 서현기 팀장
서현기 팀장
서현기 팀장

음압격리병실은 결핵,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이 전염력이 높은 질환을 가진 환자를 음압병실에 격리시킴으로써 입원실간의 상호오염과 다른 환자로의 전파를 막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규격에 맞춘 시설이며(2.5Pa(-0.255mmAq) 병실, 화장실, 전실, 복도 등도 규정에 맞춰져 운영한다.

음압격리병실로 입실하는 환자는 전파위험이 소실되어야만 퇴실이 가능하고, 환자팔찌의 바코드로는 병실을 벗어날 수 없도록 통제가 되어 있어, 환자는 격리가 해제될 때까지 갇혀 지내야 하므로 입원일수가 증가됨에 따라 환자는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가 느끼는 박탈감과 같다.

음압격리병실은 일반 1인실에 비해 넓게 구성되어 있다. 병실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운동도 해야 하고, 샤워 등 일상생활을 해야 하므로 화장실도 안전바, 응급비상벨, 논슬립 등 안전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실에서 병실로 들어갈 때는 음압유지가 필요하므로 한쪽 문이 닫힌 후에야 반대편 문이 열리는 장치로 되어있다. 의료진과 시설물이 직접 닿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 열림 장치’는 발로 하는 센서 방식이다.

이러한 이중삼중 안전장치는 급하게 뛰어다니는데 익숙한 의료진에게는 매우 불편하다. 보호자도 최대한 출입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꼭 필요한 상황에만 이동이 허용되는 별도의 출입증이 지급된다.

이렇게 장황하게 음압격리병실을 설명하는 것은 아래에 언급할 코로나19 중환자실의 힘겨운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겠단 생각에서다.

개별병실과 전실

복잡한 이삼중 음압차단 시설을 거쳐야만 환자에게 접근이 가능한 이처럼 훌륭한 국가지정 규격의 음압격리병실은 코로나19 중환자를 간호하기에는 매우 불편하고 힘들다.

LEVEL-D 방호복, 마스크, PAPR후드, PAPR, 세 겹의 글러브, 환자에게 갈 때마다 1회용 가운과 글러브를 교체해야 한다. 맨손으로도 어려웠던 주사를 세 겹의 글러브 너머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정맥의 탄력성을 찾아 어렵게 주사, 채혈 및 처치를 한다.

이 음압격리병실에 중환자 케어를 위한 VENT(Ventilator;인공호흡기)와 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ies ; 지속적 신장 대체요법)가 추가로 세팅됐다. 병실마다 Pt. Monitor, Infusion pump, 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체외막 산소공급)도 준비됐다.

의료진이라면, 중환자실 간호사라면 VENT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환자가 위중하고 간호처치가 많으며, 환자와 접촉할 일이 많은가를 안다. 또한 중환자는 갑자기 상태가 나빠질 수 있으므로 긴장을 놓을 수 없어, 일반병실에 비해 스트레스는 가중 된다.

환자 체위변경에는 3명 이상의 간호사가 함께 해야 하고, 환자상태가 악화되어 인공삽관 등을 할 때면 2시간 마다 교대하는 간호팀의 업무방식은 지켜지기 어렵다. 환자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라도 하면 음압병실에서 나올 수 가 없다. 물도 마실 수 없고, 화장실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4~5시간이 지나고야 나온 간호사는 땀으로 범벅이 되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다.

힘들 때

어려울 때

인간은 까칠해진다.

우리 멤버들도 아주 심하게 인간적이었다.

환자상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중증이었고 1차 코로나19 병실운영 때보다 입,퇴원도 많았다. 환자의 중증도가 올라가면서 긴급하게 중환자실 일부병상을 줄이고 중환자실 간호사를 투입해야 했다.

기존 병실의 간호사와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음압병실로 투입된 간호사가 감당해야 하는 업무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렇지만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서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가 도착하자마자 까칠했던 간호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열심히 교육을 받고, 에크모를 사용해야 되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을 하루하루 견뎌내는 과정 속에서 마음 아프게도 두 분의 사망자가 계셨다. 처음 보는 사체낭, 장례지도사가 입실할 수도 없어 그 역할도 간호사가 모두 해냈다. 사망자가 계실 때 유독히 체격이 작은 간호사가 근무할 땐 많은 부담이 될 수밖엔 없지만 이 또한 감수하며 해야 하는 것이 간호팀이다. 사후처치를 하고, 소독을 마친 사체낭을 스트레처카로 옮기고, 복도에서 입관을 하였다. 밖에서 대기하는 팀에게 전달된 관은 음압시설이 갖추어진 별도장소의 냉장시신 안치기에 안치되었다.

코로나19는 어려운 상황을 우리에게 쏟아 내었다. 음압격리병실은 Pt. monitr, VENT, CRRT 등 의료장비가 가득 채워져, 중환자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같았다. 길고긴 60일간의 코로나 19 음압격리 중환자실을 운영하고 두 번째 코로나19 전용병실을 정리할 때, 우리는 이 지독한 바이러스가 멈춰지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모른다.

오늘도 VENT, CRRT, ECMO, 전실을 거쳐야하는 음압격리병실, 한눈에 환자가 보이지 않아 모니터를 주시하며, 인이어(In-Ear)를 통해 환자정보를 전달받고 유리벽 너머의 환자에게 모든 촉각을 모으며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그렇게 또 슬기롭게 두 번째 어려움을 넘겼다.

2020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어느날!

우리는 VENT, CRRT, ECMO, 혈액투석을 엄청나게 해내야 했던 세 번째 코로나19 전용병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스텔라 영화 카피처럼

“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글 싣는 순서]

1. “슬기로운 코로나19 음압병실 생활”

2. “ VENT, CRRT 음압격리병실에 중환자실을 옮겨 놓다”

3. “ 007 면회 작전 ” : 자가격리 보호자의 마지막 면회

사망자 가족이 보내온 감사의 글

고사리 손으로 보내온 격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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