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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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 병원신문
  • 승인 2021.01.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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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만들어진 '안심병동' 장기화의 슬픈 현실
시뮬레이션·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극복 의지 '우리 같이'

누구에게나 그렇듯, 2020년 2월 이후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중 가장 발 빠르게 묻고 따질 사이 없이 변해야 하는 곳, 병원이다. 나는 그 현장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까지 그러하다. 마스크가 신체의 일부가 된 지금, 내게 온 변화는, 말을 더 잘 전달하려고 목소리가 커지고 억양이 다양해졌다. 입모양을 대신하기 위해 손짓이 많아지고, 얼굴 표정을 대신하기 위해 눈과 눈썹을 과하게 움직인다.

신승민 은평성모병원 병동간호2팀 91병동 매니저
신승민 은평성모병원 병동간호2팀 91병동 매니저

내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코로나19 안심병동’이다.

안심병동은 호흡기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폐렴을 진단받은 분들을 분리하여 입원치료를 시행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입원 시부터 폐렴을 진단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타병동 입원 중에 새로 발생 된 폐렴환자는 즉시 우리 병동으로 이동한다. 발열 등 코로나19 관련 증상을 가진 환자,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바로 입원이 필요한 대상자, 자가격리자가 입원치료를 필요로 할 때도 이곳 안심병동으로 입원한다.

2020년 2월, 우리병원은 입원환자의 확진으로 일시적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조치가 취해졌고, 호흡기내과 병동이었던 우리 병동은 바로 밀접접촉자 코호트 병동이 되었다. 밀접접촉자의 격리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호자 없이 환자에게 기본간호를 수행하며 한명, 한명 퇴원할 수 있게 되었고, 마지막 환자를 퇴원시키면서 잠시 병동 폐쇄 및 방역이 이루어졌다.

그 후 본격적으로 우리병원은 확진자를 받기 위한 준비를 하였다. 이에 맞추어 buffer병동(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머무는 병동), 안심병동을 각각 운영하다가 지난 5월부터 안심병동으로 합쳐 운영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찾아온 변화가 수개월 쌓인 지금은 안심병동이 잠시 특수임무 완수 후 해체될 곳이 아니라는 슬픈 현실이 직시된다. 모두가 원하지 않았고 그러지 않길 바랐으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현타(현실자각 타임)에 절절함이 한숨 짖게 하더라도 가슴 한켠에 바싹 마른 성냥 하나 지니고 있다. 희망의 불씨로 활활 타오르고 싶다. 마스크 없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눈빛, 말, 표정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만큼이다.

안심병동을 운영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기존 병동에서 하던 업무량을 상상 이상으로 띄어 넘어 그 모든 것을 인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는 병원, 환자, 보호자, 직원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출근 이후 나의 첫 업무는 인계내용을 확인한 후 보호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코로나19관련 증상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혹여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귀가시키고 진단검사를 하도록 안내한다. 바짝 긴장하면서 보호자의 검사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불안 속에 있어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안심병동을 나의 병동순회 흐름으로 소개해보겠다.

환자의 안녕과 더불어 보호자의 안녕을 확인한 이후, 이동형 음압기가 설치된 음압방 3곳에 어떤 환자분이 입원하게 되었는지 살핀다. 어느 정도의 중증도를 가진 환자인지 가늠하고, 보호자가 있는지, 마스크는 잘 착용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담당간호사는 음압 병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비닐가운, 고글, 마스크, 장갑을 착용하고 문을 열면 음압기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음을 듣게 되는데, 환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앉아 있고, 보호자는 간호사를 보자마자 “잠시만 문 밖에 나갔다가 들어올 수 없나요?”라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코로나19검사 결과가 음성이기를 간절히 기다려 보고 확인 즉시 기계를 꺼드리겠다고 달래본다.

우리는 기관에서 정한 직원 행동지침, 입원환자의 코로나19 PCR 검사 기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입원 환자의 기준이 맞는지, 누락된 과정은 없는지 확인한다. 특히, 폐렴을 가진 환자는 입원 시부터 음압병실로 배정되고 2회의 코로나19 PCR 검사 결과가 음성임을 확인할 때까지 보호자도 병실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입원 시부터 환자의 초기사정, 병실 내에서의 생활 안내, 주의사항, 환자의 위생, 자세변경, 기저귀 교체 등의 설명만으로 보호장구를 한 채, 1시간가량 있게 된다. 급하게 입원하게 된 환자와 보호자는 당장 해결할 식수부터 세면도구 등도 없어 외부에 있는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급한 용무는 직원들이 대신 해결해준다. 보호자의 끼니를 위해 라면에 물을 부어 전달해주는 기본생활 영역에까지 간호사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특히, 폐렴 진단을 받은 고령의 환자 중에는 활력징후가 불안정하고, patient monitor, 고유량산소요법 기구 등 여러 의료기구가 적용되는데 간호요구도가 높을수록 방문 횟수가 잦아지고 병실을 나와서도 기계알람을 듣기 위해 청각을 한껏 열어야 한다.

입원 시부터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가족들은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고자 하는 결정을 하게 되고, 상주보호자 1인 이외에는 입실이 불가 하지만, 방문객 수에 제한을 두어 마지막 인사시간을 마련해 드린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간호사들은 면회를 하고 싶어 하는 더 많은 가족들, 더 오래 있고 싶어 하는 상황이 발생될 때마다 갈등을 겪어야 하고 보호자의 폭언으로 상처 입기도 한다. 외부에 있는 보호자의 같은 문의로 반복되는 전화에 업무가 가중되어 수화기 너머로 가족도 못 보게 한다며 통곡하는 대상에게 응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족들이 환자의 임종 전에 직접 볼 수 있게 최대한 도움을 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며 매번 간호사들은 적절한 면회 시점을 정하는 고민, 추가 면회 요청에 대한 갈등과 함께한다.

직원들은 음압병실 뿐만 아니라 일반병실에 들어갈 때도 비말이 튈 처치, 환자의 비말이 튈 상황, 행위가 예상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고글, 비닐가운, 장갑,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여야 하고 입고 벗기를 근무 동안 수 십 번 해야 한다. 침상마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환자의 얼굴을 바로 볼 수 없는 것이 의료진으로서는 가장 불안한 부분이다. 산소요구도가 높은 분, 가정용인공호흡기 치료 중인 분, 승압제를 투여 중인 분 등 환자의 변화를 즉시 감지할 수 있는 기회를 커튼이 막고 있으니, 방문 횟수를 늘리고 상당부분을 모니터에 의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넓고 쾌적한 병상간격 1.5M의 병실이 모니터들로 인해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또한, 환자분들과 직원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채혈업무, 식사 배식도 간호사의 업무가 된다. 검사를 위해 병동 외로 이동하기 위해서 따로 마련된 동선으로 이동하고 다른 병동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환자 퇴실 후 청소 영역, 횟수가 늘었고 퇴실 자리는 매번 커튼을 교체한다.

이렇게 변화가 다양하고 행동 제약이 있는 곳에 입원한 환자는 자주 답답함을 호소한다. 철저해서 안심이 된다고 말해주는 분은 극히 일부다. 보호자 분들의 이동 동선도 통제한다. 몇 달 전 있던 일이다. 환자분이 편의점에 가서 당신이 직접 골라 간식을 사고 싶은데, 무엇이 있는지 알고 부탁을 하겠냐...하시며 곤란함을 표현하였다.(환자는 허용된 시각에도 편의시설을 직접 이용할 수 없다.) 우리는 고민 끝에 편의점에 가서 사진으로 모두 담아 왔고 종이로 크게 출력하여 고를 수 있도록 하였다.

활동의 제한은 사람을 우울감에 빠뜨린다. 특히 보호자가 함께 있지 못하는 환자가 오랜 입원 기간을 거치면 더욱 그렇다. 핸드폰 영상통화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면 그나마 행복한 경우이다. 얼마 전, 폐렴으로 체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우을증까지 보인 환자분을 정신건강의학과에 협진을 하니 위험한 결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한 상태라고 하였다. 식음을 전폐하고 몸은 앙상해졌다. “나 식혜만 먹으면 여한이 없어요. 그거 먹고 죽으면 돼요....” 라고 말하자 담당의는 약물조정을 했고 그 후 난 식혜를 사다 드려 그 자리에서 마실 수 있도록 도왔다.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던 분이 식혜 2캔을 비웠다. 블라인드를 올려 햇빛을 보도록 하고 휠체어 타고 병동 한 바퀴 돌고 오자고 조르듯 설득도 해보았다. 주변에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방문횟수를 늘렸고 병동 외부로 검사를 위해 간다면 부서직원과 함께 다녀오도록 하여 공백이 없게 했다. 친가족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살고 있어서 겨우 지인을 설득하여 3일간 함께 있으면서 어느 정도 기력을 찾기 시작했고 며칠 후 퇴원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제한된 것들로 인해 우리가 세심히 살펴야 할 부분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우리는 나와 내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시행하고 그 과정을 간호스테이션에 게시하여 수시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혹여 내가 퇴근 이후 확진환자가 발생하게 된다면 언제든 다시 출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일상생활이 우리 병동 상황에 맞추어 있다. 병원과 집이 연장선상이다. 신선한 채소를 사기 위해 직접 보고 먹을거리를 사러 갔던 것을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고, 부서원들 역시 휴일에도 지방에 있는 가족에게 가지 못하고 1년여를 자취방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에게 인내와 희생을 따르게 하고 있다.

호흡기 문제를 가진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전시 상황 같다. 거친 호흡, 기침소리, 의료기기 알람소리, 환자, 보호자의 호소 등이 난무하는 곳에서 긴장을 놓치고 있을 수 없다. 지난 2월, 우리 병동이 코호트 병동으로 분리되면서 부서원들에게 “현재는 전시상황이고 적을 알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듯이 코로나19를 알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올려 체득하도록 하였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군대를 다녀오지도 않은 젊은 부서원들에게 이렇게 표현한 것을 떠올리니 나도 참 마음이 급하긴 했나보다.

오늘도 우리는 병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의 마실 물을 담아 전달하지만, 정작 우리는 간호사실로 들어가서 목을 축일 시간을 아껴가며 환자를 돌본다. 우리는 코로나19 전사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리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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