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나는 코로나19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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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나는 코로나19 전사다
  • 병원신문
  • 승인 2021.01.1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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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안녕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간호사 류정주
류정주 간호사
류정주 간호사

지난해 COVID-19의 발생과 확산으로 인해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감염병 환자의 격리 입원치료를 위해 운영하는 병상)'에서 근무하는 파견의 기회가 주어졌다. 감염병 환자를 직접 간호해야 한다는 업무에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레는 기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격리 병상에서 일을 막 시작한 연초 까지는 코로나 환자라고 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증환자들이 입원을 하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피로도가 낮았었다. 그렇지만 2월 말부터는 확진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음압카트를 타고 누워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중증환자 입원이 많아지면서 피부로 느끼는 업무 강도나 피로감이 계속해 높아졌다.

특히, 우리는 환자들의 산소포화도를 사수하기 위해 각각의 병실에 머무르며 24시간 동안,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산소포화도가 100% 수치였다가 단 몇 초 만에 70%로, 그리고 30%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중증환자를 돌보는 일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Level D 방호복과 PAPR(전동식호흡장치) 착탈의를 반복하며 8시간 내내 환자를 간호하는 일이 생각보다도 더 많이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근무 인원이 충분하지 않아 안과 밖에서의 업무 교대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그 때는 간호사 충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도 했다.

COVID-19는 한 순간에 급격히 악화되는 특징이 있어 환자들의 상태와 증상이 갑자기 나빠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환자의 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아침 흉부 X-ray를 촬영하는데, 응급상황을 해결한 이후 다시 확인해 보면 몇 시간 만에 또 악화돼버린 환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렇게 폐가 급속도로 나빠진 모습을 볼 때면 무섭고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는 보호자들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면회가 불가능해 환자를 직접 만나지 못하다 보니 불가피한 오해를 하거나 의구심을 표현하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지키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조금만 더 표현해 준다면 ’의료진들도 보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많았다. 또한, 모든 의료진이 입원환자의 상태를 관리하고 계속해서 모니터링 하는 만큼, 필요한 처치와 치료를 통해 건강하게 퇴원하는 환자가 더 많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지나친 걱정이나 오해도 조금은 덜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환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된 적도 많았다. 의료진의 행동에 진심어린 마음으로 고마움을 표현해 주고,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 대신 목소리를 기억하면서 반가워해주는 환자들을 만날 때에는 소진된 것 같았던 힘이 다시 생겨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이처럼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보듬어주며 의지하고, 격려하다보면 그로 인해 생겨나는 시너지 효과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끔, '무조건 나 먼저'를 외치는 환자들을 만날 때면 어쩔 수 없이 힘이 빠지기도 했다. 옆 병실 환자의 긴박한 상황 때문에 동분서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식사나 약 전달을 먼저 요구하는 환자들의 투정이 야속한 날도 몇 번 있었다.

아울러 이곳에 입원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중증환자인 만큼, 계속된 치료 끝에도 삶을 끝맺었을 때 우리가 받았던 고통도 상당했다. 온 힘을 다해 보살피던 환자의 죽음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다시 방호복을 입고 다른 환자에게 가야할 때도 많았다. 그 마음을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알아 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이에 대한 확실한 지지체계가 마련되어야만 많은 의료진들이 계속해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힘을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코로나와 함께한지도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 동안 간호스테이션과 복도 사이의 유리창은 수없이 쓰고 지웠던 보드마카로 인해 뿌예졌고, 계속해서 추가되는 장비와 물품 박스들은 창고를 넘어 문 앞까지 쌓여 보관되고 있다. 하루도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에서 그 시간의 흔적만큼이나 수고가 많았던 동료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고생한 동료와 의료진들을 위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의료진들이 흘린 땀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인 분위기를 통해서도 많은 의료진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표현해주면 좋겠다. 운동선수들에는 응원가와 치어리더가 있고, 연예인들에게는 팬클럽이 있듯이 지금 일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있는 의료진 모두가 다시 한 번 기운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 줄 그 무언가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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