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힘든 병원계 중대재해법으로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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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힘든 병원계 중대재해법으로 부담 가중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1.01.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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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의 경우 중대재해법 사업장 및 공중이용시설까지 포함돼
사망시 병원장에 1년 이상의 징역 및 10억원 이하 벌금 처벌 가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병원계에 또다른 부담으로 가중될 전망이다.

중대재해법은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압사사고,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및 4·16 세월호 사건과 같은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등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됨에 따라 지난해 관련법안들이 발의돼 논의를 지속해 1월 8일 최종 제정됐다.

법안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부상 및 질병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감독의무를 위반한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해서도 사망의 경우 50억 원 이하의 벌금, 부상 및 질병의 경우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의 부과가 가능하고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고,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하여 중대재해 예방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근로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조치가 미흡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중대재해법 대상에 병원은 사업장으로서 뿐 아니라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면서 사업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병원이용자(환자)의 재해발생 책임까지 지게 됐다는 것이다.

병원의 경우 근로자뿐 아니라 실내공기질 관리법 제3조 제1항의 시설로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 돼 환자 등 병원이용자들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는 물론 법인과 기관에도 책임과 처벌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경영책임자나 법인 및 기관이 안전보건조치를 100% 이행한 경우 재해발생 시에도 처벌대상은 아니지만 병원은 안전·보건 조치 외에도 중환자, 응급환자, 고위험 수술 등이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예기치 못한 사망과 장해 등이 발생할 수 있는 특수성을 갖고 있어 이를 고려치 않고 안전조치 미흡이 중대재해의 원인으로 귀결될 경우 벌금과 형량이 커진 만큼 병원의 부담은 과중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한병원협회는 ‘의료기관’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견서에서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 등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각종 고위험 수술, 응급의료 등이 24시간 이뤄지고 있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더라도 일부 안타까운 환자의 사망과 장해 등은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병원은 사업장 이용자(환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완벽하게 이행하더라도 응급 이송된 환자, 중환자, 고위험 수술을 받는 자에 대한 위험을 피할 수 없으므로 선의이 진료에 따른 피해만을 감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의료법, 환자안전법, 의료분쟁조정법 등 기존법이 존재하는 가운데 중대재해법을 병원에 적용할 경우 과중한 이중규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병원협회는 “병원에서 이행해야 하는 환자안전조치 및 교육의무 등은 의료법, 환자안전법, 의료분쟁조정법 등 개별법에 이미 구체화되어 있어 충분한 규율체계가 작동 중”이라면서 “중대재해법에 따를 경우 병원은 중환자, 응급환자에 대한 수술을 기피하게 돼 치료를 통한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라는 본래의 사명과 임무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수도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진료의 특수성과 환자의 상태에 따른 위험을 통제·관리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역시 기존의 환자안전법과 의료법 등이 있는 상황에서 중대재해법이 병원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을 국회법제사법위원회에 제시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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