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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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 병원신문
  • 승인 2021.01.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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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 병동간호1팀 서현기 팀장(간호팀장)

'슬기로운 코로나19 음압병실 생활'(3회 중 1회)

 

서현기 팀장
서현기 팀장

온 국민이, 아니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두려워했던 코로나19!

어느 날 우리들 속으로 불쑥 찾아온 불청객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우리 모두가 약국에 줄을 서야했고,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신혼여행도 취소하고,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우리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몇 년전 메르스를 겪었는데도 내성이 생기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위세에 여전히 웅크리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띵동’하며 우리의 뇌를 각성시키는 반갑지 않은 안전 안내 문자의 알림음은 아무리 여러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울릴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2020년 2월.

대구 신천지교회발 대확산으로 대구·경북 지역은 병상이 부족하여 기저질환이 있는 중증환자를 타 지역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경희의료원도 코로나19 확진자를 받기 위한 비상 감염대책회의가 소집되고 분주한 병실준비가 진행되었다. 호흡기 병동 음압격리실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입원시키기 위해, 음압격리실에서 치료를 받던 결핵환자와 수두, 폐렴환자는 새로 마련된 음압격리실로 이동하였다.

‘윙-드르륵-뚝딱뚝딱’

마치 타임 랩스를 보는 것처럼 순식간에 호흡기 병동은 코로나19환자를 받을 시설준비를 끝냈다. 일반병동을 폐쇄하여 간호사 한 팀은 응급의학과로, 한 팀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전담하는 팀으로 조정하고, 중환자실 일부병상을 축소하여 간호사 지원을 받았다.

호흡기병동 간호사는 선택의 여지없이 코로나19 어벤져스(코벤져스)팀의 주역이 되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직접 접촉해야 하는 부담감,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두려움은 매일 전쟁터로 나가는 군인들처럼 서로를 격려하게 하였고, 보호복을 입을 때도 꼼꼼히 모니터링했다. 의료진과 코로나19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교수님은 수련의 전공의 대신 반복되는 코로나19 검사를 직접 했다.

긴급한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며 모두가 좌충우돌 기준을 마련하며 준비를 하는 과정 속에서 갈등도 있었고 부딪힘도 있었지만 우리 민족이 위기에 강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경희의료원 코벤져스팀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위기의 고개를 하나둘씩 함께 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폐렴과 기저질환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가족을 떠나 생전 처음 들어가보는 음압 텐트, 경북 구미에서 긴긴 시간을 달려온 피로감과 우주복 같은 특수복장을 입은 의료진에 둘러싸인 여자환자의 잔뜩 겁먹은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의료진들은 인이어 모니터 시스템(in-ear monitor system)으로 대화하지만, 음압텐트 속 환자는 무슨 소리인지 잘 들리지 않아서인지 더 불안한 듯 했다. 의료진들이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크게 외쳐도, “CT검사하러 이동합니다. 걱정 마세요!“라고 큰소리로 알려주어도 환자의 불안한 모습은 역력했다.

그런 힘겨운 과정들을 겪은 환자는 음압텐트를 벗어나 병실에 입실한 후엔, 많이 안정되며 간호사와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슬기로운 코로나19 병실생활에 아주 잘 적응하게 됐다.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안심시켜주고 응원해 주고 싶어서 ”힘내세요!“란 응원의 핑크색 하트 스티커를 부착한 도시락을 퇴원 전까지 52일간 지속적으로 넣어드렸다. 그렇게 3개월의 코로나19 병실운영을 하고 코로나 환자 퇴원 후 전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서 5월말 우리는 또 한편의 타임 랩스를 보듯 ‘뚝딱뚝딱-드르륵-윙’ 코로나19 병실을 일반병실로 전환을 했다. 병실을 개조해 만든 ONE-WAY SHOWER BOOTH와 복도와 병실에 설치되었던 이동형 음압기를 철거할 때 우리는 이번보다 더 세게 겪게 되는 상황이 생길 거라곤 상상하지 못 했다.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K-방역 성공신화와 더불어 빠른 해피엔딩을 너무 바랬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2편에서 계속)

 

글 싣는 순서

1. 슬기로운 코로나19 음압병실 생활

2. VENT, CRRT 음압병실에 중환자실을 옮겨 놓다

3. 덕분에 챌린지

-고사리 손으로 보내온 격려 메시지

-007 작전 : 자가격리 보호자의 마지막 면회

-사망자 가족이 보내온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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