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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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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나는 코로나19 전사다
  • 병원신문
  • 승인 2021.01.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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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코로나19 전사일까!’
신종식 명지병원 코로나19대응팀 환경소장

“깨톡, 깨톡”

연신 울어대는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있는 ECO병동(격리음압중환자실) 팀장의 짧은 문장의 알림톡이다.

“자! 이제부터 내가 나설 차례인가!”

나는 가장 ‘기쁜’ 소식과 가장 ‘슬픈’ 소식, 극과 극에 동시에 움직이는 사람이다.

“E000실 OOO님 완치되어 격리해제, 00일 00시 퇴원하셨습니다”

“E000실 OOO님 사망으로 00일 00시 퇴원하셨습니다”

다행히도 완치되어 건강한 모습으로 격리음압병실을 나서거나, 아니면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신 분이 영안실로 옮겨진 이후에야 나는 비로소 코로나19 대응 최전선에 투입된다.

나는 확진환자가 치료받던 환자가 완치되거나 아니면 돌아가시게 되어 비워지는 격리병실로 들어가 청소와 소독을 하며 깨끗한 병실로 새롭게 리셋하는 일을 한다.

2020년 1월 25일.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치료를 받고 완치되어 퇴원한 음압격리병실 청소와 소독을 위해 보호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신종식 소장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치료를 받고 완치되어 퇴원한 음압격리병실 청소와 소독을 위해 보호복으로 갈아입고 있는 신종식 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 명지병원에서 처음 수용한 ‘3번 환자’의 입원과 동시에 나의 코로나19 대응 업무는 시작됐다.

신종플루와 메르스 때도 그랬듯이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 조차도 약간의 두려움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병원에 근무하기는 하지만, 의료진이 아닌 병원의 미화와 환경분야에서 일하던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 두려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코로나19 대응 상황실이 꾸려지고, 곧바로 방역팀에 배속된 나는 감염관리팀 지침에 따라 보호복을 비롯한 보호구 착용과 탈의 심화훈련을 시작했다.

평상시 감염병 모의훈련 시 교육이라면 대충대충 하던 팀원들도 이번 교육만큼은 임하는 자세가 남달랐다. 질문이 이어지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신종감염병이 무섭긴 무섭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격리음압병실 투입 사인이 떨어지면, 함께 들어갈 동료와 나는 하던 일을 즉시 멈추고 에코병동으로 향한다. 처음에는 그리도 무거웠던 발걸음이 근 1년이 다되어 가다보니 전에 비해 상당히 가벼워진 느낌이다.

격리병동에 도착, 출입자 명부 작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평상시 근무하는 근무복에서 수술복으로 환복하고, 다시 레벨D 보호복을 그 위에 덧입는다. 보호복을 비롯하여 보호장갑, 안면보호구, N95 마스크, 전신앞치마 그리고 덧신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올 1월말 코로나19 환자 발생으로 교육을 받고 실무에 투입되던 때에 20여분이 넘게 걸리던 보호복 및 보호장구 착용 시간은 그간의 경험이 덧입혀져 어느덧 10분 이내로 단축 할 수 있게 됐다.

서로 상대방의 보호복 착용 상태를 거울 보듯 꼼꼼하게 점검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OK사인이 나야만 비로소 꽁꽁 닫혀있는 음압병동 전실과 복도로 들어서게 된다.

손을 대지 않고도 감지센서로 작동되는 문들을 통과, 방역 및 청소도구가 있는 장비실에서 청소와 소독에 필요한 일회용 도구들을 챙겨 지정된 병실로 향한다. 이미 비워진 병실이지만, 나도 모르게 마치 환자가 있는 양 조심스럽게 들어가게 되는 건 초창기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함께 들어간 동료는 너무 익숙하게 도구를 들고 천정과 벽면을 소독 청소하기 시작한다. 이미 수없이 많은 작업을 함께한 터라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져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주로 중환자들이 누워서 치료받던 병실이지만, 침대는 물론 화장실과 창틀과 유리창, 그리고 각종 스위치까지 혹시라도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점검하며 꼼꼼히 닦아낸다.

전신을 감싼 밀폐된 보호복 때문에 시작한지 10여분이 지나자 이마에 땀이 흘러내린다. 하지만 손을 넣어 땀을 닦을 수는 없다. 안면보호구에 습기가 맺혀 시야가 가리지만 작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

가장 어려운 작업의 하나가 천정 부분이다. 받침대를 괴여놓고 올라서서 구석구석 옮겨 다니며 닦고 소독하다보니, 쉴 새 없는 몸의 움직임에 이미 몸 안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처음엔 이 상황이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으나, ‘이제 샤워가 시작됐네, 오늘은 물줄기가 좀 약하네’하며 스스로 즐겨보려고 까지한다.

마지막 단계로 병실 바닥까지 소독용 청소포로 닦아내면 1시간여의 작업이 마무리된다. 초기에 2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이제 파트너와의 호흡도 찰 맞고, 서로 숙련도가 생겨서 90분 내외면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다.

청소와 소독을 마치고 폐기물과 장비 정비까지 마치면 음압병실 정비는 마무리된다.

이제 제일 중요한 마지막 순서가 남았다. 가장 긴장되는 보호복 탈의순서이다. 혹 보호복에 손상된 부위가 있는지 확인하고, 착용할 때의 역순으로 한 단계 한 단계 탈의를 진행할 때마다 소독액으로 겉장갑을 소독한다. 락스 소독액으로 신발을 적셔 소독하고, 파트너와 마주보고 서서 형광 램프로 서로의 옷이나 몸이 오염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까지 마쳐야 비로소 퇴원병실 소독과 청소절차가 마무리된다.

전실을 거쳐 다시 샤워실에서의 진짜 샤워를 위해 수도꼭지를 트는 순간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느 사우나에서, 어느 찜질방에서 하는 샤워가 이만큼 시원하고 상쾌할 수 있을까?

잠시나마 태초의 모습으로 서서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며 작은 행복을 느껴본다. 대단한 일은 아닐지라도, 누구도 하지 않는, 또 누구나 꺼려하는 일을 내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드는 것도 바로 이순간이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병동이 아닌 외부로 연결된 전용 계단으로 나오기 위해 마지막 철문을 여는 순간,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듯한 쾌감이 온 몸을 감싼다. N95 마스크를 쓴 상태이지만, 깊게 들이마시고 내 뱉어보는 첫 호흡의 느낌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상쾌함이다.

계단 끝에 서서 두어 번 심호흡을 하며 짧지도 길지도 않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의 전투를 마무리 짓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수시로 이어지는 병원의 긴급 상황에 신속 대응하면서도 긴장과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온 근 1년.

밀폐된 보호복을 입고 확진자 병실에서 배출되는 오염된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일, 타지역에서 확진된 환자가 전원 올 때면 출동하는 통제업무,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진행되는 확진자 CT촬영 이송과 소독….

음압격리병실 청소와 소독도 마찬가지이지만,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아니, 보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혹시 걱정하게 될까봐 미처 가족들에게는 이야기 하지 못한 나의 비밀스런 일과이다. 언젠가 웃으면서 말할 날이 오겠지.

2020년 1월, 겨울에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며 어느 계절이라고 할 것 없이 모두 힘들었지만, 다시 겨울이 돌아오니 이 전과는 다른 어려움이 다가선다.

익숙해진 탓에 이 일로 인한 몸의 고됨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막막함에 커다란 벽을 느끼게 됨은 왜일까.

일상의 즐거움이었던 운동은 물론 지인들과의 만남도 끊은 지 오래다. 그저 수도승처럼 집과 병원을 오가며 맡겨진 내 일에 몰두하고 있다.

불현 듯, “나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는 코로나 전사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깨톡”

“E000실 OOO님 완치되어 격리해제, 00일 00시 퇴원하셨습니다”

그래도 이런 기분 좋은 깨톡은 나에게 다시금 힘이 솟아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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