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나는 코로나19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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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나는 코로나19 전사다
  • 병원신문
  • 승인 2021.01.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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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천안병원 감염내과 유시내 교수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다른 선생님들과 SARS 일까하는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밝혀지고 시시각각 악화되는 중국의 상황을 접하면서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월 20일에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했을때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을 했고, 일단 응급실에 우한 지역에서 방문하는 환자를 주의해 달라고 요청을 하고, 응급실에 내원하는 의심환자에 대비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어서 공유를 했습니다. 그 주말이 설 연휴였는데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을 만났지만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공휴일이었지만 병원의 대응 위원회를 소집하였고, 본격적인 비상 체제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구,경북 지역부터 유행이 시작되었는데, 언제라도 천안,아산에서도 유행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집단 발생이 가능한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우리병원에서 운영하는 선별진료소에 내원한 환자에서 처음 양성 결과가 나왔다고 들었던 순간 아찔했던 기분이 생각납니다. 그 날 이후 확진자가 속속 발생하면서는 사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연락에 대비하느라 24시간 ON 모드 상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료 일정 외에는 시간 날 때마다 보도자료를 확인하면서 병원의 자체 방역 지침을 점검했고, 매일 오후 5시에 감염관리실과 회의를 하면서 하루 발생했던 사건 사고들을 공유하고 개선안을 논의하였습니다. 코로나19 외에는 다른 일을 생각할 틈이 없었던 하루하루였습니다. 유행 초반에는 말라리아 치료제로 주로 사용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에이즈치료제인 칼레트라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원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르시비어가 7월부터 국내 도입되어 폐렴이 동반된 환자에서 투여해 볼 수 있습니다. 폐렴이 심하고 산소 포화도가 잘 유지되지 않는 중증 환자의 경우 산소 공급도 중요한데, 인공호흡기로도 체내 산소 포화도가 잘 유지되지 않는 경우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MCO) 라는 심폐 기능을 보조하는 장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은 해열제 같이 보조적인 치료만으로도 호전되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보호구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문제였습니다. 마스크가 부족해서 병원 의료진과 직원에게 우선 순위를 정해서 마스크를 지급했는데, 특히 N95 마스크 같은 경우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도 부족해서 재활용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정부에서 공적 마스크 등을 통해서 마스크 공급을 조절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종 감염병은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새로운 감염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MERS 처럼 해외에서만 보고되었던 감염병이 국내에서 유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기후 변화, 교통의 발달로 인한 인구 이동 등 다양한 요인으로 설명합니다.

최근 발생하는 신종감염병들은 인수공통감염병, 즉 사람과 동물에게 모두 감염을 유발하는 병이 많습니다. 병원체가 종간 이동을 하면서 변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 신종감염병이 생기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2015년 MERS 유행을 겪으면서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이 필요성이 이미 논의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2월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폭발적인 유행이 발생하면서 갑작스런 격리병상 부족 때문에 입원 병실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환자까지도 발생하면서,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었습니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코로나19 유행과 같이 대규모 신종 감염병 발생으로 국가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모 병원과 완전히 분리된 병동을 새로 구축하고 입원 병실뿐 아니라 수술실이나 CT 촬영실 등 감염병 환자 진료에만 사용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가 준비됩니다.

해당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숙소나 식당 등도 마련되어 있어서 외부로 감염 노출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습니다. 동선이 완전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비감염병 환자분들도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됩니다.

최근 지역사회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분들은 설마 내가 감염될 줄 몰랐다라고 합니다. 평소처럼 직장에 출근을 하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밥을 먹는 일상 중 언제라도 바이러스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점 같습니다.

의료진 뿐 아니라 시민 여러분께서도 많이 지치셨겠지만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조심하자라는 마음으로 방역수칙을 준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유행 속에서도 일상 생활을 잘 꾸려나가시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생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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