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직장 내 괴롭힘 금지 시행 1년,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
상태바
[기고]직장 내 괴롭힘 금지 시행 1년,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
  • 병원신문
  • 승인 2020.11.17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 변호사
김선욱 변호사

대부분의 국민들은 직장을 가지게 된다. 직장은 꿈을 이루게 하고 생계를 유지하게도 하지만 생활방식이나 성격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여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준다.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직장 등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갈등이 외형적으로 표출되어 가해와 피해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으로 불리는 사회의 어두운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꾸준히 사회 문제가 되어 왔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병원 내 태움문화‘라고 한다. 병원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는 좋은 직장임에도 이러한 낯선 용어가 생기게 된 것이 안타깝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0% 내외가 직장 내에서 괴롭힘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정부는 2018년 직장 등에서의 괴롭힘 근절 대책을 마련하였고, 국회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개념을 법에 도입하고 2019. 7. 16.부터 시행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넘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제도화된 일부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은 아닌 병원계에 있어 위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어떠한 점을 주의하여야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이하 금지제도라 한다)는 사업장별 상황에 맞게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조치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에 괴롭힘이라는 이상한 문화를 직장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없어지게 하자는 취지이다. 금지제도를 직장 내에서 구현하기 위해서 그 제도를 구성하는 주요 내용에 관하여 사업주로서 병원장 등이 알아 두어야 한다. 이하에서 간략히 설명하기로 한다.

첫째, 병원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취업규칙을 반드시 구비하여야 한다. 금지제도를 취업규칙에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따라서 취업규칙에 금지제도를 규정한 내용이 없으면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둘째,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거나 주장하는 것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한 경우에는 사업주가 형사처벌 된다.

셋째, 괴롬힘 발생사실을 신고하는 경우 즉각 조사를 실시해야하고, 피해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무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등 피해자근로자가 동의하는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

넷째, 조사결과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 가해근로자에 대한 장계 등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징계 양정에 있어 사업주인 병원장 등의 주관이 개입되어서는 안되고,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 양정을 판정하는 위원회의 성비나 직원 관여 정도도 중요하다.

위와 같이 금지제도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것 이외에도 다른 법규의 변화도 이끌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발생한 질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질병에 해당되게 되었다. 직장의 구성원이 아닌 고객이나 환자 등으로부터 직원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 이를 병원장 등 사용자는 당해 근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여야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의 2). 이 법에서는 이러한 불편을 호소하는 간호사 등 근로자에게 오히려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경우에는 병원장 등은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금지제도의 주요한 내용인,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는 남녀고용평등법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병원 내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성희롱을 하지 아니하였어도 사업주인 병원장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난임휴가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모성보호에 관한 괴롭힘이 있는 경우도 병원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법규에 관한 이해 이외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잘못된 직장문화일 것이다. 대표적인 구습을 살펴보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직장 내에서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하여야 한다. 괴롭힘 현상은 직장인 공적 영역에서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급자의 사적인 의도나 욕심에 의하여 가해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 언론에서 크게 보도된 회장이 직원인 기사에게 막말을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원 이상으로 친한 관계를 형성하여 이를 통해 직원을 대하다 보면 부하 직원에게 업무가 아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거나 더 나아가 사적 감정이 발현되어 성추행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정기적으로 병원 직원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금지나 괴롭힘 금지 관련 교육을 시켜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사례를 통해 이러한 금지된 행동이 어떠한 것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게 하여 예방을 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발생한 사건에 대하여 은폐를 하여 화를 키우지 않아야 한다. 과거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일들이나 이 또한 현재의 법적인 잣대를 대면 문제가 된다. 과거부터의 관행이라고 해서 일을 무마하거나 은폐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사건 규명도 중요하지만 규명에 관한 절차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신속히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에게 징계를 함에 있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절차적인 프로세스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양 당사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제기되면 절차적으로 병원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 자체 규정에 합당한 프로세스가 있었는지가 가장 먼저 주목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과의 단합도 중요하나 이는 병원의 공식행사로서 업무시간 내에 진행하여야 한다. 병원장 입장에서는 선의로 진행한 체육대회나 각종 행사가 직원들에게는 또 다른 업무 내지는 괴로움으로 여겨질 수 있다. 과거 모 병원의 체육대회 관련 행사가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회식에서 지나친 과음에 따른 음주폭행이나 음주 중 노래방 등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성추행 등의 문제가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의해야 하는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사후적인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이 아니다. 선제적이거나 예방적으로 건전한 직장 문화가 자리 잡혀야지 비로소 없어질 것이다. 태움이라는 좋지 못한 용어가 발생된 원인이 된 만큼 사회 내 여러 직장 중 병원이 선도적으로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