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길 14회 중외박애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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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길 14회 중외박애상 수상자
  • 정은주
  • 승인 2006.04.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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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과 세상 연결고리, 나눔과 열림의 정신 실천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경기도적십자사와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의 의료실정을 파악하고, 필요한 물품 등을 점검하기 위해 갔었죠. 말그대로 북한의 의료시설은 정말 엉망입니다. 1천병상 규모의 적십자병원이 야전침대와 같은 병상으로 구성됐고, 낡은 마취기에 변변찮은 수술장비 하나 없는 수술실이며 복도에는 전등도 제대로 없는 곳에서 첨단 의료기기를 기대할 수는 없죠. 다녀온 후 병원협회 차원에서 매년 1차례 북한을 방문해 필요한 장비와 자금, 의약품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막연하게 북한의 동포를 돕겠다는 결심보다 실상을 보고 겪으면 마음이 먼저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북한을 다녀와서 자신이 운영하는 안중병원의 시신 4구를 보관할 수 있는 시신냉동기를 북한으로 보냈다. 병원협회와 적십자사를 중심으로 도움을 손길을 물론 장비와 의약품도 하나씩 모으고 있다.

의사가 의술로 세상에 사랑과 생명을 전할 수도 있지만 정책을 움직이고, 사람들을 조직하면서 간접적이지만 더 큰 힘으로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수원백성병원 백성길 원장은 후자에 가깝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 해일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는 긴급 의료봉사단을 구성하고 의료인력과 의약품을 지원하는 등 남아시아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눔과 열림의 정신을 실천하기도 했다. 현재는 사랑의 열매와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서 활동하면서 소외된 이웃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봉사활동 외에도 지역 검찰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에서 화해중재위원장을 맡아 가해자와 피해자간 원활한 접점을 찾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검찰청 범죄예방자문위원이나 관할 경찰서 치안행정자문위원장 등도 그가 하는 일의 일부이다.
“의료사고로 억울한 경우나 사기사건 등이 발생하면 쌍방이 만족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하는 일이죠. 과거에는 범죄자 중심의 대책강구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요즘엔 시각부터 많이 달라졌습니다. 피해자 지원이 우선입니다.”

백성길 원장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상 돌아가는 꼴이 못마땅하다 싶으면 바로 반기를 들고 나선다. 애정과 열정이 넘치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를 열심히 보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예요. 후배 의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게 있는데 의사들은 너무 소외돼 있어요. 사회성이 결여됐어요. 정부가 잘못된 의약분업을 도입하려 하자 폐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의사들이 나서 반대했어요. 당시 의사들이 파업을 해도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의사들의 사회성 때문이라고 봐요”
그는 친화력을 강조한다.
늘 세상과 어울려, 사람과 어울려 살아야 하기에 각계각층 누구와도 관계를 맺고 그 인연을 소중히 하는 것, 그가 말하는 친화력의 출발이다.
그 일환으로 백성길 원장은 자신의 모교인 수원 소재 매산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다. 내년이면 개교 100주년이다. 개교 100주년 준비위원장을 겸직하고 있기에 병원 건물 바로 옆에 총동창회 사무실을 두고 100년사를 쓰고 있다.
“역사는 기록되어지는 것이고, 기록된 역사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석된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게 되니까 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그의 직업은 의사이고 병원경영자다.
1967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한 후 제일병원에서 정형외과 과장과 관리원장을 지내다 그가 태어나서 자라온 곳, 수원에서 개원하게 됐다. 1992년 30병상 규모의 백성의원으로 첫발을 뗀 후 1994년 백성병원으로 승격해 현재 200병상 규모의 준종합병원으로 발돋움했다.
몇해 전에는 평택에서 안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안중백병원을 인수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병원을 운영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돈벌이가 되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백성병원의 임직원이 약 130명 정도 됩니다. 이들의 고용유지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제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일익을 맡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도시와 농촌간 극심한 의료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안중백병원은 소도시나 시골 주민에게 적기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공익성도 크다.

병원경영을 하다 보면 불합리한 정책이나 제도도 현장에서 많이 겪게 된다고 한다. 의료에서도 이젠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게 백성길 원장의 주장이다. 다수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질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국민에 대해선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것, 획일적이고 균일화된 그리고 강제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금까지 숨가쁘게 살아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병원 내에 위치한 교회를 중심으로 종교활동도 하고, 오랜 세월 몸담아온 적십자사 활동도 계속할 예정이다. 백성길 원장은 “병원을 알차게 운영하면서 무료진료도 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란 내 고장 수원을 위해, 지역주민들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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