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룸 투 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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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룸 투 렌트
  • 윤종원
  • 승인 2006.04.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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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 있는 이집트식 유머 "룸 투 렌트
이집트 출신 감독이 영국에서 살며 만든 영화. 낯설지만 정감 있는 유머가 돋보이며 전혀 다른 문화임에도 동양적 정서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움을 준다.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호평받고 수상한 작품답지 않게(?) 대중성이 강해 즐겁게 빠져들 수 있다.

작가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안고 이집트에서 영국으로 날아온 알리(사이드 타그마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자들에게 밸리 댄스를 가르치는 걸로 근근히 살아가지만 현실은 비자 만료가 코앞에 다가운 불법체류자.

밸리 댄스 수강생인 상류층 부인에게 몸까지 내줘야 하며,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소설로 옮기는 바람에 번번이 금붕어 어항을 들고 쫓겨다니는 신세다.

친구 아메드(카림 벨카드라)는 "위장결혼"이라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위장결혼 할 여자를 사기 위해 더욱 돈을 벌어야 하는 알리. 상류층 부인은 남자 사진작가 마크(루퍼트 그레이브스)를 소개해주지만 마크는 게이여서 알리를 화들짝 놀라게 한다.

알리는 마릴린 먼로를 쏙 빼닮은 쇼걸 린다(줄리엣 루이스)를 만나 첫눈에 반해버린다. 거기다 린다는 아주 싼 가격에 알리와 결혼하겠다고 말해 그를 더 감격스럽게 만든다.

그러던 중 알리는 버스에서 앞을 못 보는 여자 노인을 만난다. 그녀는 알리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지만 알리는 의식하지 못한다.

이집트인 알리가 만나는 영국 사회와 정서를 체감하는 묘미가 쏠쏠하다. 게이아들을 둔 아버지의 애타는 부성, 불법체류자를 막 대하는 식당 주인의 비굴함, 자신이 살기 위해 친구마저도 배신해야 하는 절박함, 무엇보다 작가와 배우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잃지 않는 알리와 린다의 힘겨운 삶이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그려진다.

그러다 영화는 느닷없이 운명과도 같은 인연을 내세운다. 앞을 못 보는 할머니는 알리를 자신의 젊은 시절 연인이 환생한 것이라 믿고 있는 것. 돈 때문에 할 수없이 할머니와 결혼하게 된 알리의 삶은 180도 바뀐다.

이집트에서 활동하며 각종 영화상을 차지해 주목받은 칼레드 알 하가르 감독은 영국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했다. "룸 투 렌트"는 감독의 영국 유학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생생하다.

처량하고 팍팍한 이민자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낼 수 있었던 건 나름대로 영국 사회에서 자리잡은 감독의 긍정적인 인생관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5월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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