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F 2020]한 종합병원의 COVID-19 대응 현장중심혁신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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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F 2020]한 종합병원의 COVID-19 대응 현장중심혁신 사례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0.10.26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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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
김상일 H+양지병원장
김상일 H+양지병원장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300병상의 종합병원이다. 서울 내 비슷한 규모의 병원은 많이 있지만 우리 병원만큼 규모에 비해 의사와 직원 수가 많은 곳은 없을 것이다. 100여 명의 의사와 1천 여명의 직원들이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병원 내 임상연구소에서는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반 종합병원급에서 9년 연속 임상건수 1위를 차지할 만큼 많은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뉴스위크지 100위 병원 안에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고, 이는 국내 대학병원을 제외한 종합병원 중 1위로 인정받은 것이다. 의사 5명, 직원 50여 명에서 시작한 병원은 2013년 그랜드오픈하며 7천여 평 규모의 병원으로 성장했다.

우리 병원은 내과계가 강한 병원이다. 그리고 코로나의 진단이 가능한 PCR 검사를 이전부터 이미 많이 하고 있던 병원이었기에 이번 코로나 사태에 대처가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병원의 한계인 좁은 공간(주차장), 장비 및 예산 부족, 드라이브스루의 활용이 불가능한 보행자 위주의 내원객 등이 우리 병원의 약점으로 작용했었다. 이에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환자들도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의료진도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응급실 앞 주차장 한쪽 편에 컨테이너와 텐트를 두고 선별진료소 운영을 시작했다. 공간이 좁아 컨테이너와 텐트 사이의 외부 공간에서 진료가 이뤄졌으며,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1층 응급실 내부에 있는 음압병실로 이동해 진료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공중전화 부스 크기의 워크스루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게 됐다. 병원 내 음압병상은 -5 파스칼의 음압이 기준이지만 워크스루 부스는 -40 이상의 파스칼을 유지했고 헤파필터링을 적용해 내부 소독을 철저히 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환자들의 불안감은 사라졌으며, 의료진의 피로도 또한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초기 모델을 지금 다시 돌아보면 엉성한 형태이다. 하지만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자체 개발한 워크스루 부스는 워싱턴 포스트 1면에 소개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며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으며,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진화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그리고 원내 연결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

이에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제대로 된 건물 형태로 공간을 구분·확장하기로 결정하고 워크스루를 더욱 업그레이드 했다. 이번 워크스루 역시 전 세계 50여개 외신의 주목을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혁신은 계속돼야 한다’는 신념으로 고민을 이어갔다. 직원들은 장시간의 방호복과 보호구 착용에 힘들어했고, 매번 검사할 때마다 부스를 소독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이 없어도 자동으로 소독되는 형태의 완전 자동화 버전의 워크스루를 다시 개발했다. 매 환자마다, 그리고 물리적 마찰 방식의 소독, 정식 규격의 소독약제 사용 등 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으로 자동화를 구현했다.

이에 이번 워크스루는 정부의 요청으로 K방역 관련 특허를 획득했으며, 이후 정부의 기술표준화 사업에도 협조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대한민국의 강점인 5G 기반의 네트워크 활용도를 높였다. 코로나 선별검사는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간편한 예약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또한 병원출입관리 스마트솔루션을 도입,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출입이 엄격해졌다. 또 출입구 관리를 위해 많은 병원 직원들이 투입됐다. 이전까지는 병원 출입을 위해 환자들은 문진표를 작성하고, 직원들은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 여부 확인 등 게이트에서 할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스마트솔루션을 도입하며 환자는 보다 편리하게 출입이 가능해졌고, 직원은 관련 업무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특히 원내에 비치된 로봇은 환자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와 발열 여부 등의 체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솔루션은 앞으로 병원건축에 영향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의 조건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엄청난 비용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큰 건물과 엄청난 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작은 병원에서도 얼마든지 혁신이 가능하다. 다만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해야 한다. 그리하면 쉽지는 않지만 성공의 길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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