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학회 등 한방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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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학회 등 한방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반대
  • 병원신문
  • 승인 2020.10.2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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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에 시범사업 원점 재논의 촉구…8개 학회 공동 반대 성명 발표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홍승봉), 대한신경외과학회(이사장 오창완), 대한재활의학회(이사장 이상헌), 대한뇌졸중학회(이사장 권순억),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회장 서상현), 대한뇌혈관외과학회(회장 고현송), 대한뇌신경재활의학회(이사장 백남종)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회장 윤석만) 등 8개 학회가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에 반대한다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1월부터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안면마비 3개 질환에 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학회들은 복지부의 시범사업 추진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건강보험재정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의 결정 원칙에 위배 될 뿐만아니라 절차상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방 첩약의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약제의 사용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며 과거 임산부들에게 흔히 사용했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로 인해 태아의 팔다리가 없이 태어나는 선천성 기형이 대규모로 발생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학회들은 “60년 전 사건 이후 환자에게 사용되는 모든 약은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약의 효능뿐 아니라 안전성을 심사해 승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사용 승인된 약물이라 하더라도 장기 투여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해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용 승인을 취소하기도 한다. 또 판매 중인 약품의 생산 제조 과정에 유해한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들은 “한방 첩약은 그 성분이 제대로 분석되어 있지 않아 약의 일관된 효능을 평가하기 어렵고, 장기적 관찰을 바탕으로 한 안전성 자료를 수집할 수 없다”며 “한약재의 재배 및 유통과정 중에 유입될 수 있는 오염물질과 독성물질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학회들은 “뇌혈관질환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투여되는 모든 약들은 환자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검증과 안전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한방 첩약에 대해서는 이런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된 사안이므로 시범사업 진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뇌혈관질환의 후유증을 갖고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대부분을 진료하고 있는 전문학회의 의견조회나 일절의 자문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들은 “시범사업 과정에서 환자에게 투여 되고 있는 첩약의 성분과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정보가 담당 의료진에게 전혀 제공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추후 담당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이상 반응을 적절히 대처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시범 사업 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하거나 그 결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도 전문학회의 참여가 배제돼 있는 상태로 이렇게 진행되는 시범사업을 누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가 있겠는가?”라며 이번 시범사업의 시행은 다시 원점에서 재논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엄격한 경제성 검증 절차 후 건강보험 재정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원칙’에도 위배 된다고 했다.

뇌졸중 후에 오는 신경통증, 구역, 구토, 식욕 부진 등에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된 약제들조차 건강보험재정상의 문제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어 현재 많은 뇌졸중 환자들이 고가의 약제 비용을 전액 본인 부담으로 지불하며 어쩔 수 없이 복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회들은 “한방에서 정의하는 중풍과 뇌혈관질환의 정의가 같지 않고 한방 첩약에 대한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한의사마다 처방하는 첩약이 각기 다르다”며 “이는 첩약의 안정성과 효능 평가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뇌졸중 후유증 관리를 위해 필요한 의약품의 급여화가 우선임에도,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한방 첩약부터 급여화하려는 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효능도 평가할 수 없는 한방 첩약을 무리하게 시범사업으로 급여화하는 시도는 진행 절차상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무리하게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원점에서부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중심의 검증 절차를 거쳐,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끝으로 이들 학회는 “한방의료 전반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즉각 마련하고, 최소한의 원칙도 무시한 채 근거 없이 진행하려는 한방 첩약 급여화 계획을 중단 및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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