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이사장 환자식 개밥표현에 병원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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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이사장 환자식 개밥표현에 병원계 발끈
  • 김완배
  • 승인 2006.04.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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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식대급여와 관련한 주간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회견에서 “조만간 식대 감사조직을 꾸리겠다”고 밝히면서 “환자에게 ‘개밥’을 주면 가만히 안있겠다”라고 표현한 것은 병원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나타낸 것으로, 피보험자와 의료공급자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는 기관의 장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이사장의 ‘개밥’ 발언은 식대수가가 낮게 책정돼 입원환자 식사가 부실화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단어 선택에 있어선 신중치 못했던 것같다. 보험자의 수장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거친 표현이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의료공급자인 병·의원을 감시,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다. 피보험자인 국민을 대신해 보험료를 받아 요양기관들이 피보험자들에게 제공한 의료서비스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곳이다. 공단이 국민들에게서 받은 보험료가 적절히 사용되는 것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공단은 의료공급자를 대하는데 있어서 국민을 대신해 급여를 지급한다고 해서 우월적 지위에 서선 안된다. 상호협조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현안을 협의해야할 것이다.

이번 식대수가는 병원이나 시민단체 모두 불만이다. 병원마다 손익의 차이는 있지만, 병원들은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고 아우성이고 시민단체는 식대가 터무니없이 낮은 공립병원들의 식대수준을 제시하며 너무 비싸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며 맞서고 있다. 식대수가는 시작부터 병원간 편차가 6,000원 이상에 달한다는 문제를 안은채 논의가 시작됐었다. 때문에 어느 병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식대 수가의 높낮이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학병원들의 경우 이번 식대수가로는 십수억씩의 손실을 감수할 수 밖에 없고 중소병원들 역시 추가가산의 요건을 맞출 수 없는 경우 손실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이사장의 ‘개밥’ 발언은 매우 시의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병원들이 식대수가가 낮게 책정된 것에 불만을 품고 환자 식단을 부실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경계하는 의미로 보이지만, ‘개밥’이란 표현을 환자식사에 대입시킨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사실 식대수가 결정이후 본지와 대한병원협회 사무국은 회원병원들의 우려섞인 전화를 적지 않게 받았다. 내용중 상당수가 이번에 결정된 식대수가로는 식당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히 의원급과는 달리 영양사와 조리사를 각 2명씩 고용해야 추가가산을 받을 수 있어 규모가 적은 병원들로선 추가가산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병원들이 식대수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환자식사가 단순한 식사가 아니기때문이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에 맞지 않을 경우 환자회복에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선 환자식사를 치료의 연장개념에서 보는 것이다.

피보험자를 대표하는 공단 이사장이 “환자에게 ‘개밥’을 주면 가만히 안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환자들로선 병원에서‘개밥’수준의 식사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이러한 생각은 고스란히 병원에 대한 불신으로 커지게된다는 사실을 이 이사장은 알아야 한다.

환자나 국민들이 병원을 불신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에 대한 의식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 이사장은 적절치 못한 표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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