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맨발의 기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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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맨발의 기봉이
  • 윤종원
  • 승인 2006.04.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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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의 의미 되새기는, 맨발의 기봉이

지금 우리 사는 세상에 이런 남자가 있다. 몸은 훌쩍 커버렸으나 마음은 8살에서 멈춰버린 아이같은 어른 엄기봉. 그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어머니께 드릴 국이 혹시 식을 새라 맨발로 동네 곳곳을 달린다.

실제 인물 엄기봉 씨의 이야기는 종종 영화나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는 KBS 2TV "인간극장"에서 2003년 "맨발의 기봉씨"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신현준이 먼저 보고 친구 권수경 감독에게 이 5부작짜리 VHS를 전해주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됐다. 엄기봉의 효심에 "꽂힌" 신현준은 제작사를 설득하고, 어머니 역을 맡아줄 김수미를 쫓아다니며 설득했다.

"맨발의 기봉이"(제작 지오ㆍ태원 엔터테인먼트)는 언뜻보면 "말아톤"과 외형은 비슷하다. 정상인(도대체 뭘 기준으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과 다른 인물이 무엇인가를 위해 달린다는 것. 그러나 내피는 상당히 다르다.

"말아톤"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가야 하는 자폐아의 시선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도전 정신을 밀도있게 그렸다면, "맨발의 기봉이"에서의 달리기는 어머니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매개체이다.

기봉이(신현준 분)에게는 어머니(김수미)가 세상의 전부다. 다랭이마을의 백 이장(임하룡)은 다른 동네 이장들이 자기 마을에서 검사가 나고 개그맨 최양락이 났다고 자랑하는 걸 보면서 심기가 불편하다.

얼떨결에 참가한 마라톤대회에서 기봉이 1등상을 받아오자 백 이장은 기봉에게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킨다. 기봉이 역시 달리기 1등을 하면 어머니에게 틀니를 사줄 수 있다는 말에 호응한다.

기봉에게 힘든 잡일을 시키며 편히 살아온 마을 사람들은 백 이장이 마뜩찮다. 백 이장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물은 백 이장의 백수 아들 여창(탁재훈).

아들은 야단만 치고 기봉이만 싸고 도는 아버지가 싫다.

영화는 기봉과 어머니, 기봉과 백 이장, 기봉을 늘 곁에서 응원하는 정원(김효진) 등을 둘러싼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영화 사이사이 등장하는 탁재훈의 개인기는 관객에게 "올드&뉴"식의 웃음을 선사한다. 신현준은 딱 "기봉이" 처럼 보인다.

기봉이의 효도를 통해 육체 말짱한 사람들에게 반성을 유도하는 영화이지만 영화 자체의 흡입력은 떨어지는 편. 얼개가 엉성하며,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지점도 비틀거린다.

그럼에도 최근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좋아하는 배우가 골고루 출연하는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며, 착한 교훈을 주입해 "재미없다"는 말을 감히 내뱉지 못한다.

대중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으로 "맨발의 기봉이"는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26일 개봉한다.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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