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확충 정책 추진동력 상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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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확충 정책 추진동력 상실 우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9.2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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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인력 민주적·개방적 의사결정 구조서 논의 필요
이기효 교수, 신규 보건직종 도입(분화) 제시…’PA’ 공식화 제안

“정부의 해 묵은 과제 해결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돼야 하지만 정책 추진 동력 상실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가 9월 24일 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With 코로나시대의 보건의료 인력정책-국민중심 접근’ 토론회에서 최근 정부의 의사 수 확충 정책과 관련해 미흡하고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정책 취지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인력 확충은 필요하나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학생선발 방식 등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정부와 여당의 미흡함이 정책 추진의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 있는 우려에서다.

(사)선진복지사회연구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기효 교수는 “고령화, 보장성 강화, 감염병 대유행 등 의료서비스 수요 폭증과 의사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 수는 늘어나야 한다”면서 “의사 수 증가로 보건의료비 지출이 증가한다는 주장은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보건정책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의 의사 확충 정책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의 전략 부재로 인한 정책 실패라는 것.

이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다소 미흡하거나 정제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정책 취지 훼손을 초래했다”면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직역 단체의 반발에 부딪히자 국민 앞에서 한 정책 추진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앞으로 의대 정원 확충 등 주요 보건정책 논의 파트너를 일개 직역단체인 의협으로 국한시켜 건강보험 가입자, 소비자 등 다른 이해 당사자를 배제한 결말에 이른 것은 전략 부재에 의한 참담한 정책 실패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직역단체와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가 골고루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해 전향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 국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 다수가 수긍할 만한 가시적인 조치 하에 정부가 대승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대다수 국민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패키지 딜을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주민의 건강수준 격차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의사의 지역 분포 불균형에 대해서는 기존의 인구 10만명 당 의사 수 대신 지역별 의료수요, 인구 전망, 환자 유출입, 격오지 등 지리적 조건을 모두 고려한 의사 지역불균형 지표를 도입하고 이를 기준으로 시도 광역자치단체 내에서 의사부족지역을 판별하고, 시도 단위의 의사수급계획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의사부족지역에 대해 광역단체 내 대형 공공의료기관 소속 의사의 파견, 건강보험 수가 개선 등 단기 대책 외에도 원격(비대면)진료와 홈케어(이동진료) 등 새로운 공공의료 서비스전달 시스템 구축, 미국 및 유럽식 진료간호사(Nurse Practitioner) 제도 도입, 의사 수의 대폭 확충 등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보건직종 도입(분화)가 필요하다면서 ‘PA(의사보조, Physician Assistant)’ 공식화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의사의 고유 업무 중에서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정형적인 일부 업무를 APRN 및 PA 등 비의사 임상가에 위임하고 의사가 이들과 협업하여 팀 기반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의료서비스의 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이라며 “이미 미국과 유럽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착된 협업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한, PA가 아닌 진료협력사를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PA가 아닌 진료협력사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의사가 위임하는 의료 업무를 고유 직능으로 하는 진료협력사 직종을 신설하자”면서 “양성은 광범위한 일발의 의학 교육(generalist medical education)을 포함하는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교육 후 국가시험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를 부여하자”고 말했다.

이어 “병원협회, 의사협회, 간호사협회 등 전문 직역단체와 의료소비자 및 노동자 단체, 공익을 대표하는 전문가, 그리고 관련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추진 회의체를 구축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 통합하되 국민 및 환자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대안이 도출되도록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타 경제·사회분야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인력정책도 국민을 중심으로 수립되고 실행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직역단체의 이해관계가 아닌 대다수 국민의 이익이 보장되도록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협의체에서 장기간의 숙의 과정을 거치되, 대다수의 국민 이익을 중심으로 정책 및 계획이 도출되도록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의해 보건의료인정책이 논의되고 합의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정형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인재가 의대에 과도하게 집중돼 인력수급의 사회적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의사와 과학기술 인재 등과 같은 비의사인력 사이의 보상수준의 불균형은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사회적 스트레스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교수는 “의사 임금의 상승은 인건비가 주된 비용인 병원의 원가를 높여 의료수가의 인상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본인부담 및 보험료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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