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투석혈관 치료, 혈관생명 단축시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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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투석혈관 치료, 혈관생명 단축시킬 수 있어
  • 한봉규 기자
  • 승인 2020.09.02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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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장내과 최선령, 흉부외과 이재진 교수
                                      혈관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최선령 교수
                                      혈관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최선령 교수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만성신장병(질병코드 N18) 환자는 2015년 17만576명에서 2019년 24만9283명으로 최근 5년간 46%나 증가했다. 만성신장(콩팥)병이 악화돼 신장 기능이 회복될 수 없는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신대체요법인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중 한 가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대체요법 중 가장 많은 70% 이상을 차지하는 혈액투석 환자수는 2018년 9만901명으로 2014년 대비 22.8% 증가했고, 진료비는 2조6340억원으로 45.5% 늘어났다. 만성신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게 되면 혈액투석기로 충분한 양의 혈액을 보내줄 수 있도록 동맥과 정맥을 이어 ‘동정맥루’라고 하는 굵은 혈관을 만들게 된다.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인조혈관’을 이용해 투석혈관을 조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석혈관은 투석환자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주 3회씩 투석을 받아 1년에 약 300회 주사바늘에 노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혈관에 협착이 생기거나 혈전증 등으로 투석혈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말기신부전 환자들은 혈관상태가 좋지 않고 만성 염증에 노출되어 혈관이 좁아지는 협착증이 발생하기 쉽다.

이 경우 투석효율의 저하는 물론 투석 자체를 못 받게 되기 때문에 혈관 협착이나 혈전증은 투석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투석혈관에 협착증이 발생하면 풍선카테터라는 가는 관을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혈관성형술을 받게 된다.

그런데 최근 투석혈관이 망가져 혈관성형술을 받는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 연구에 의하면 3달에 한번 꼴로 혈관성형술을 반복적으로 받는 환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신장내과 최선령 교수는 “모든 약에는 좋은 효과와 부작용이 따르듯 혈관성형술도 예외는 아니다”며 “잦은 혈관성형술은 혈관벽이 두꺼워지는 내막비후 등의 합병증을 가속화시켜 오히려 투석혈관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료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료진-환자 유기적 소통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2018년 개소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투석혈관센터는 불필요한 투석혈관 치료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석혈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투석혈관센터 의료진, 혈액투석실 간호사, 혈액투석 환자 간의 유기적인 소통이 핵심이다.

먼저 투석혈관센터 의료진은 적극적인 신체검진 및 건강보험 급여화로 접근성이 높아진 혈관초음파검사를 이용해 포괄적인 진단을 내리고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혈액투석실 간호사는 혈액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들에 대한 전문적인 신체검진 방법을 익혀 환자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있다. 환자들 또한 평소 주의할 사항들을 지속적으로 교육받아 자신의 혈관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도록 하고 있다.

투석혈관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인해 불필요한 치료가 크게 줄고 투석혈관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 환자들은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이곳에서는 중재신장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들이 협진을 통해 최상의 진단 및 치료를 하고 있다. 혈관 문제로 내원한 환자의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아 중재시술이나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 경우 당일 치료 및 퇴원이 가능한 원스톱서비스가 이뤄진다.

투석혈관센터장인 흉부외과 이재진 교수는 “이곳 센터의 목표는 혈관투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이해하고 이러한 고통에서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라며 “팀 접근을 통해 한 번의 혈관조성술로 투석혈관의 기능을 가능한 오랜 기간 유지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석혈관에 문제가 생겨 새로운 투석혈관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에도 인조혈관보다 자가혈관(동정맥루) 조성술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기존의 혈관을 최대한 이용해 별도의 도관 삽입 없이 투석까지 받은 후 귀가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300회 주사 꽂는 투석환자, 투석혈관 관리 가장 중요

투석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충분한 혈류가 나오지 않고 정맥압이 올라가거나 팔이 붓거나, 바늘 제거 후 지혈 시간이 평소보다 연장되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때문에 투석혈관에 이상이 있는 경우 가능한 신속하게 투석혈관치료 전문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선령 교수는 “동정맥루나 인조혈관 부위가 눌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환자 스스로도 자신의 혈관에 대한 기본적인 평가 방법을 익히고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투석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동맥류 역시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혈관 기능에 문제가 없다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기능 이상을 동반하거나 미용적으로 문제가 될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투석혈관에 동맥류가 발달한 부위의 피부가 얇아져서 광택이 생긴다면 급성출혈로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재진 교수는 “투석혈관수술은 단순하게 동맥과 정맥 또는 인조혈관을 이어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번의 수술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투석혈관을 만드는 것이 환자의 장기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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