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에 코로나에 병원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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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에 코로나에 병원 이중고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8.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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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병원 수술 건수 30% 이상 축소
외래 일정 조정 등으로 혼잡 피했지만 환자불편 계속

대한의사협회가 8월 26일부터 28일까지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비상인 병원들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사전에 수술 일정 등을 조정한 상태지만 앞으로 파업이 지속될 경우 병원의 경영 악화는 물론 환자들이 입게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우선 지난 21일부터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병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수술 건수가 평소의 절반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입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술방 31개에서 하루 평균 120건의 수술을 진행했던 서울대병원은 파업 첫날인 26일 수술 건수가 60건으로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평소 수술의 절반 정도만 소화하고 있고 현재는 14개 수술방이 열려있지만 상황을 봐서 더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위치한 다른 병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 및 의사 파업으로 8월에 실시 예정인 일부 수술 및 시술, 검사 스케줄이 9월로 미뤄졌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30~40% 정도 줄어든 상태”라며 “전공의 파업 여파로 수술, 시술 이런게 다 미뤄지고 있어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서울성모병원도 응급·중증환자 위주로 수술을 제외하고는 수술을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30~40% 수술이 줄었고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평소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예정된 수술 가운데 긴급을 요하는 수술을 제외하고 100건 이상을 미룬 상태다.

중앙대병원과 한양대병원 역시 30~40% 줄어든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수술감소가 입원까지 영향을 미쳐 병원 경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대병원 관계자는 “결국 수술감소는 입원에도 영향을 미쳐 입원도 반토막 날 지경이고 병원 경영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에 위치한 대학병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공의 181명 가운데 15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인하대병원은 파업전과 비교해 수술 건수가 25% 가량 줄었다. 외래 환자도 10%가 줄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응급 진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일정을 미루고 있다”면서 “입원도 응급이 아니면 통원 치료를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가천대길병원도 수술건수와 외래진료 환자가 평소보다 20~30% 정도 감소했다.

수술을 제외한 외래의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상태다. 대부분의 외래 진료를 전공의나 전임의가 아닌 전문의(교수)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일 접수로도 진료가 가능했던 병원들은 사전 예약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당일 접수 진료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은평성모병원관계자는 “외래의 경우 파업의 영향이 적지만 혹시 모를 혼란과 환자들의 불편을 생각해 예약환자 위주로만 환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응급실이다. 그동안 야간 당직을 봤던 일부 과의 전공의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환자들이 응급실을 가도 진료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밤에 갑자기 안압이 높아져 보라매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의사가 없어 진료를 볼 수 없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야간 당직을 섰던 전공의 파업으로 의사가 없었던 것. 그나마 전문의도 외래 진료 및 수술, 입원환자를 돌보는 등 업무 과부하로 당직을 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보라매병원에서 진료가 안 돼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연락을 했더니 진료는 가능하지만 2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119로 전화해 안과 진료가 되는 병원을 알아봐야 했다”면서 “갑작스럽게 아파 병원을 찾는 환자를 위해 응급실 등은 파업에서 제외돼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이번 의협과 전공의협의회의 파업으로 병원들은 의료수익 감소로 인한 경영 악화와 환자들의 불편으로 인한 원성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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