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공공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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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공공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이 필요하다’
  • 한봉규 기자
  • 승인 2020.07.21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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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훈병원 허재택 병원장

우리는 전례 없는 바이러스와의 전쟁 한가운데 서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까지, 이러한 감염병은 누구든 걸릴 수 있는 병이고 전 세계는 지금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총칼 없는 전쟁을 겪고 있다.

              허재택 병원장
            

지난 1월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부터 정부는 확진자들의 감염정보와 동선을 공개하고 격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으며, 헌신적인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에 동참한 시민들의 협조로 사회 전체가 감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여러 번 국가적인 감염병을 거치면서 사스, 메르스 때와 비교하여 초기 대응, 대량 검사, 감시 체계, 정보 제공, 공항 검역이 강화되었으며, 의료기관에서도 음압격리병상을 갖추고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는 등 환자 진료시스템이 개선되었으나 부족한 부분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지역에는 상급종합병원이 5개나 있는데도 병상이 모자라 환자를 부산 등 타 지역으로 옮기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공공의료인력이 부족해 공중보건의들과 민간 봉사 인력이 동원되었다.

이러한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체계적이고 잘 훈련된 의료인력의 일사불란하고도 신속한 대응과 전문화된 치료시설이다.

7월 현재, 코로나-19로 전 세계 2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300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57만명 이상이 숨지고 각국의 경제ㆍ사회 시스템이 마비되고 있다.

감염병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 대응이다. 재난이나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시작하면 이미 늦다. 초기 대응의 성공을 위해서는 감염병이 발생하면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기본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며, 체계적으로 훈련된 공공의료인력은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국가 자원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의 기반이 된다.

문제는 신종 전염병에 대한 완벽한 방역체계란 없으며, 언제 어디서든 이러한 감염병 위기가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감염병은 다른 질환과 달리 국가가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감염병을 개인위생으로 예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감염병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료정책과 공공의료인력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

이번 재난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정부가 새로운 의료시설을 위해 막대한 재정투입보다는 공공의료기관들을 점검하여 감염병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조직으로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전국적인 의료망을 구축하고 있는 보훈병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훈병원은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단일체계 속에서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전국 6개 대도시(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인천)에 종합병원을 보유하고 있어(총 3,400병상 규모) 전국을 커버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들 떄문에 국가적인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군ㆍ경찰ㆍ소방ㆍ보훈을 아우르는 ‘국가돌봄병원’구축에서도 보훈병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서울 강동구 소재의 중앙보훈병원은 현재 1,400병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인가 조건인 500병상 이상 의과대학 교육병원 시설 기준을 충족하며, 많은 박사학위 취득 전문의가 재직 중이고, 유전체 연구 등 임상연구기관인 보훈의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시설로는 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강의실 등 교육시설이 완비되어 의과대학 시설로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TAVI시술 인증기관, 관상동맥우회술 1등급, 요양급여 적정성평가 전 항목 1등급, 공공보건의료계획 시행결과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고객만족도 11년 연속 최우수기관 선정 등 의료질 면에서도 국내 유수병원에 뒤지지 않는 수준의 의료를 시행하고 있다.

즉, 의과대학 설립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추가적인 국가예산 투입없이 의과대학 설립 운영이 가능한 상태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중앙보훈병원이 공공의과대학 설립하여 안정적인 의료인력을 제공하여야 하며, 특수공공의료 전달체계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진입의 당위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안위를 위한 기간조직인 군, 경찰, 소방, 보훈과 같은 특수공공의료 전달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에 필요한 특수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통하여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대처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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