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따위에 환자생명 살리는 일 멈출 수 없다'
상태바
'코로나19 따위에 환자생명 살리는 일 멈출 수 없다'
  • 한봉규 기자
  • 승인 2020.07.07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팀

지난 4월 저녁 7시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다급한 환자가 도착했다. 사흘 전 미국에서 귀국한 50대 서지영(여, 가명) 씨로, 미국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골반으로 전이가 의심됐으나 미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3개월 넘게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귀국을 결심했다.

한국에 온 그녀는 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보려 했지만 해외거주로 인한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고, 복막염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이곳 음압응급실에 오게 됐다.

그녀는 이전에 미국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았던 부위에 천공이 생겨 대장 내 노폐물들이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당직의였던 외과(대장 분과전문의) 김정연 교수는 환자를 보자마자 심각성을 인지했다. 환자는 이미 귀국행 비행기에서부터 천공이 시작됐던 것으로 보여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고, 해외에서 온 사람은 예외 없이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가져야 했다. 환자는 입국 직후 보건당국에서 실시한 1차 코로나19 검사결과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 온 입국인 중에는 2차 검사결과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아 코로나19 감염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응급실 도착 직후 2차 코로나19 검사가 이뤄졌지만 결과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수많은 고민 속에서 김정연 교수는 응급수술을 결정했고, 감염예방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다음날 새벽 2시 수술에 들어갔다. 천공부위는 직장 바로 위쪽이었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술 준비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의료진이 투입됐다.

수술실 감염예방을 위해 중환자실 음압격리실에서 별도로 기도삽관이 이뤄졌고, 음압이송용 카트를 이용하여 수술실로 환자를 이송했다.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은 수술복 위에 레벨D 방호복을 입어야 했다. 김 교수는 응급수술 원칙에 따라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루형성술을 시행했다. 먼저 누출된 노폐물을 배액하고 잔여물을 세척한 뒤, 장루를 만들어 추가누출을 막으며 최단시간에 수술을 마쳤다.

3시간 만에 수술이 끝났지만 레벨D 방호복을 착용했던 의료진은 수술 내내 비지땀을 흘려가며 긴장 상태로 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은 방호복을 착용하고 감염관리지침을 철저히 지키며 수술을 시행해 접촉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술이 끝난 뒤 수술이 이뤄진 수술방은 사흘간 부분폐쇄됐고, 인증 받은 환경소독제를 사용하여 수술실 전체를 소독했다.

다행히 2차 코로나19 검사결과에서도 음성이 나왔다. 수술결과도 좋았다. 환자는 오랜 시간 대장 내 노폐물 노출로 인해 우려됐던 패혈증을 잘 극복했고, 일주일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환자는 감염관리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검사결과가 나온 날로부터 14일간 격리병동에서 치료받은 후 퇴원 전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한번 시행하여 음성판정을 받고 안전하게 퇴원했다.

김정연 교수는 “복막염은 방치하면 사망률이 48%에 이르며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5~8% 증가하기 때문에 중증도 우선 치료라는 원칙에 따라 감염위험에도 복막염환자 치료를 결정했다”며 “단 코로나19 감염 시 다른 환자들에게 큰 피해가 따르기 때문에 환자 보호에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대장암 환자 10명을 수술하는 것보다 힘들었지만 환자분이 건강하게 회복하여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만으로 인한 사망률은 1%가 안 되기 때문에 코로나 따위에 생명을 살리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고열 동반되면 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철저한 감염관리 필요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이래 호흡기 외 환자 전담병원으로서 역할을 하며 많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외과는 코로나19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작년보다 수술건수가 증가하며 수많은 비코로나 중증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코로나19 의심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기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경기도 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증응급의료센터 등 10곳의 응급실 내원환자를 분석한 결과, 올해 2~3월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절반 이상 줄었음에도 응급실에서 사망하거나 사망한 채 이송돼 오는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막염 등 급성복증 및 복부감염 환자의 경우 고열이 동반되기 때문에 코로나19 의심환자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분초를 다투는 중한 질환이어서 코로나19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수술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코로나19 환자에 준하는 감염관리 속에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결과 확인할 시간도 없는 중증환자 전담에도 감염사례 없어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수술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도 음압격리실과 방호복 등 충분한 감염예방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여 코로나19 검사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응급수술에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하는 등 코로나19 환자에 준하는 감염관리 지침에 따라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혹시라도 결과가 양성이 나오면 수술방 부분폐쇄 및 의료진 격리까지 이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고열이 동반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드물었고,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으로 많은 수술환자가 몰리게 됐다.

충남 이남 등 150km나 떨어진 지역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까지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이처럼 많은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치료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감염사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2015년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하며 겪은 위기 속에서 감염병에 대한 철저한 매뉴얼을 만들고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뒤 원칙에 따라 치료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과 신동우 교수(과장)은 “고열이 동반되는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수술하는 의료진은 격리까지 각오하며 보통 수술보다 몇 배는 힘든 조건에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검사결과는 24시간 안에 나오기 때문에 코로나19 검사가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보다 복막염 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