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끝없는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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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끝없는 사랑을
  • 김완배
  • 승인 2006.04.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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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복음병원 신상철 원장, 경영난 극복 정신질환자 보금자리 만들어
3월말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자락은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몸을 저절로 움추리게 만들었다. 간혹 눈발까지 흩어져 기세좋게 찾아온 봄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해발 1,084m의 축령산 자락에 자리잡은 축령복음병원(원장 신상철)은 축령산 기슭에 자리잡은 후 20번째 봄을 이렇게 맞고 있었다. 축령복음병원은 올 4월19일로 개원 20돌을 맞는다.

축령복음병원이 문을 연 것은 본지 창간보다 이틀앞선 1986년 4월19일. 신상철 원장은 서울 금오동에서 잘나가던 복음병원 문을 닫고 경기도 남양주 축령산 외딴 지역에 축령복음병원을 지었다.

한 평생을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지낸 신 원장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현대 정신의학의 진수를 구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로 축령산 기슭을 찾아내고 이곳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투자한 것.

“정신병원 하기 좋은 곳을 찾아나서다가 경기도 여주지역에 2만7천여평을 사들였으나 교통이 나빠 포기하고 경기도 마석 근처에 병원부지를 기증하겠다는 독지가가 있어 이 근처를 살피다 우연찮게 현재 병원부지를 발견했습니다.”.

모든 것을 털어 병원을 짓고 나니 남은 것은 병원운영에 대한 걱정밖에 없었다. 개원 행사도 쉽지 않았다. 마석에서 산길 비포장도로로 10㎞ 정도 들어와야 하니 개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귀한 손님들도 마석에서 차를 주차시키고 병원에서 마련한 차편으로 이동해야했다.

“불편한 교통사정 등 악조건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금오동 복음병원 자리에 개원한 축령복음의원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축령복음병원의 결손을 메꿔야 했습니다. 1988년 OECF 차관을 얻어 200 병상을 더 증설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빚만 늘어 빚이 27억원에 이르는 지경에 달했습니다.”

신 원장은 누적된 적자와 빚에 견디다 못해 병원을 큰 교회나 대기업에 넘기고 월급장이 원장으로 남는 방안을 생각해 내고 고민했으나 그나마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고 봤는지 투자의사를 가진 곳조차 없어 죽기살기로 병원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희망은 신 원장을 저버리지 않았다. 서울시에서 200 병상 규모의 시립정신병원 위탁을 제안해 왔다. 서울시는 용인정신병원과 고양 시립정신병원, 백암정신병원에 200 병상씩 나눠 위탁했다. 지원금만 47억원에 달했다. 축령복음병원은 병원내 여유부지 2,000평을 기증, 시립정신병원을 지었다. 병원의 총 병상이 540 병상으로 커졌다.

축령복음병원은 1999년부터 조금씩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채를 모두 갚고도 남아 직원 기숙사를 짓고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있다.

올 2월말 축령복음병원은 경기도 노인전문병원 위탁 사업자 결정으로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2차에 걸친 유찰끝에 축령복음병원이 최종 사업자로 경기도지사의 결제를 받았다. 146억원의 건축비에 50억원 규모의 의료기자재까지 총 196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란다. 축령복음병원은 병원앞 값비싼 펜션 터에 위치한 3,500평 규모의 땅을 기증, 1,800평에 220 병상 규모의 노인전문병원을 지을 생각이다. 지난 1997년 남양주시로 부터 위탁받은 노인정신보건센터까지 합치면 위탁받은 병원만 해도 3곳이나 된다.

축령복음병원은 처음에는 일반 병원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거의 정신병원 위주로 운영중이다. 지리적 여건상 외래환자 유치가 거의 힘들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정신질환자 치료에 딱 맞는 환경과 진료수준을 갖추고 있어 지금은 아예 가정의학과외에는 다른 외래 진료과를 개설하지 않고 있다.

신 원장이 어려운 여건속에서 지금의 축령복음병원을 가능하도록 한 것은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뛰어난 술기보다는 종교적인 힘이 더 많이 작용한 것같다.

“정신과 환자 치료는 기독교적인 끝없는 사랑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어무리 잘해줘도 끝이 없거든요.”

신 원장은 때문에 아예 교회를 병원내에 짓고 병원 목사직도 함께 맡겼다. 이름도 축령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축령후원회를 결성, 돈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돕는가 하면 행려환자에게 옷이나 여비를 보태주기도 한다.

축령복음병원은 중간단계의 환자를 머물게 하는 그룹홈을 시작했다. 퇴원하게될 환자가 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는 곳인 셈이다.

지난 1985년 임상예술학회를 설립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후에 회장까지 지낸 신 원장은 정신과 환자 치료에 있어 음악과 미술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정신병의 원인이 음악이나 그림을 통해 표출하는 것을 잡아내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관련해 미국에서 음악치료를 전공한 전문의도 영입했다.

축령복음병원은 개원 20주년 행사를 개원일보다 한달정도 늦춰 5월중순경 가질 예정이다. 꽃샘추위로 행사에 올 손님들이 불편해할 것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배려에서다.

“정신과는 의료급여 환자가 많고 통합수가로 운영돼 환자 한사람당 하루에 3만원을 받지 못합니다. 한달에 최고로 받아도 90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신 원장은 병원운영의 최대 걸림돌로 수가수준을 지적하면서 현실성있는 수가정책을 아쉬워 했다.

병원신문과 거의 같은 세월을 보낸 축령복음병원도 이제 힘들었던 청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꽃피울 날만 남겨놓았다. <김완배·kow@kh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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