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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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40)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6.15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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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제도 후속대책

의약분업 시행을 뒷받침할 약사법 개정안이 1999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외래약국 폐쇄 등 의약분업 문제와 자보수가 인하 등 병원계 현안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노관택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12월 10일 임시총회가 소집되고 협회 집행부의 사의 문제를 논의했다. 상임이사회에 이어 열린 임시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의결했다. 이와 더불어 국회에서 개정·의결된 약사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과 대통령에게 보내는 탄원서, 의약분업 모의테스트 실시 등 강경투쟁 의지를 보였다.

의약분업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병원운영 개선방안 모색을 위해 처방료, 입원조제료, 투약지도료 등을 인상하거나 신설키로 노력하며, 국회 법사위원회 제2법안소위원회 부대결의를 근거로 2000년 4월 총선 이전에 시범사업을 촉구하고 병원계 자체 시범사업 실시를 결의했다.

그해 12월 탄원서 제출을 위해 대한병원협회 회장단이 복지부 장관을 만났다. 복지부 장관은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대한병원협회도 이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정부는 보험약가제도 변경, 의약분업 실시 등에 따른 의료기관 경영여건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여 보험수가제도를 개선하는 등 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 11월 23일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계의 규탄대회가 열린 이후 2000년에 들어서면서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 의사대회’ 등의 규탄대회가 의권 쟁취를 위한 투쟁으로 양상이 바뀌어 그 열기가 더해 갔다.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한 의권쟁취투쟁은 병원의 전공의들이 이에 합세하고 일부 임상스대프들도 가세함으로써 더욱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곧 집단휴업을 포함한 과열상황으로 치닫자 복지부가 먼저 의료기관의 경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가를 조정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한편 정부의 의지를 믿고 집단휴업을 자제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공휴일로 결의대회 일정을 조정해 주도록 대한병원협회에 요청해 왔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2월 말까지 획기적인 수가인상 계획을 준비 중이라며 의사대회 일정의 연기를 요청했고, 공정거래위원장도 집회 자제를 요청해 왔다.

당국의 협조 요청에도 불구하고 2000년 2월 17일 여의도에서 3만 8000여 명의 의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잘못된 의약분업 바로잡기 전국 의사대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의약분업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적정진료를 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와 의료보험제도를 전면 개편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대한병원협회와 의사협회 공동으로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의사대회로 인해 진료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위반조사를 착수했다.

2000년 3월 27일 대한병원협회는 긴급상임이사회를 개최, 7월 1일 이전에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의약분업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또 4월 3일에도 긴급상임이사회를 소집해 국민들의 불편을 감안하여 휴진보다는 시범사업을 계속 추진할 것과 국민의 조제선택권 보장과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도출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기총회에서 선출된 라석찬 회장은 협회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5월 17일 의약분업대책소위원회를 소집하여 의약분업 사태에 대한 협의를 가졌다. 이 회의에서 대한병원협회는 의약분업 시범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부와 약사회가 적극 반대하고 있으므로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재촉구함과 동시에 의약분업 실시를 위한 의약품 분류, 예외환자 및 예외의약품의 구체적인 범위를 조속히 확정하여 줄 것을 정부에 요청키로 했다. 또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부각하기 위해 5월 중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7월 1일 의약분업 시행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키로 하고 이를 근거로 대국민홍보활동을 강화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5월 18일 의약분업 시행이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까지 예외환자, 예외의약품에 대한 구체적인 목록이 마련되지 않아 각 병원에서 원외처방전 발행 등을 위한 전산시스템 교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외래환자에게 직접 투약할 수 있는 약품목록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복지부에 건의했다. 이는 의약분업에 병원계가 적극 대비하여 제도 시행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아울러 “환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당분간 병원 내 외래약국을 허용하고 환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의약분업은 반드시 성공을 거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범사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병원의 처방료와 입원 조제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의협 회장단과 의쟁투 집행부를 연속해서 만나 ‘환자의 약국선택권 보장’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서 발표 문제를 논의했다. 복지부 장관을 만나 의약분업으로 인한 혼란을 해소하려면 환자의 약국선택권을 보장해야 하고 실거래가 상환제로 인한 병원손실분을 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임원진(2000년 6월 4일)
결의대회에 참석한 대한병원협회 임원진(2000년 6월 4일)

6월 4일 투쟁선포식(과천 정부청사 앞 잔디마당)을 앞두고 전공의 대표들을 불러 간담회를 갖고 의약분업에 대한 전공의 측 의견을 칭취했다. 전공의들 역시 병원가족인 만큼 대한병원협회와 수시로 협의하여 함께 해결하는 데 노력키로 했다.

투쟁선포식 이후 대한병원협회 라석찬 회장과 박용원 부회장 등이 복지부 차관을 만나 정부 의약분업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환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으로는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병원 내 약국이 폐쇄되는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하여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64.4%, ‘다소 불편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30.3%로 95% 이상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약분업 저지 전국결의대회(2000년 6월 4일)
의약분업 저지 전국결의대회(2000년 6월 4일)

6월 20일로 예정된 의사협회의 의약분업 관련 폐업투쟁에 대해 전공의와 일부 봉직의사들의 참여가 예상돼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줄 것을 회원병원에 통보했다. 아울러 이로 인해 병원들이 파행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면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기관 및 의료인 등이 집단 휴·폐업을 실행할 경우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의료법 제48조 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 휴·폐업 금지 지도명령을 시달하고 이를 회원병원들에게 통보해 줄 것을 대한병원협회에 요청해 왔다.

지도명령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휴·폐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모든 응급의료 지정기관에 대해 휴·폐업기간 동안 응급의료관리료 산정대상 응급증상 이외의 환자가 응급실을 통해 내원하더라고 응급의료관리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조치하여 줄 것을 대한병원협회에 요청해 왔다. 대한병원협회는 의약분업 관련 전공의 및 봉직의 파업에 따른 비상진료에 대비하기 위해 휴진기간 동안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의료기관 휴·폐업과 관련, 회원병원에 휴진을 하도록 통보를 했는지 여부와 의협 및 의쟁투쟁에서 대한병원협회에 요청한 내용 등을 조사했다. 이후 대한병원협회가 외래휴진을 결의하고 이를 실행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위배 된다고 판단, 출석을 요청했고, 그 자리에서 박승서 대리인이 휴진결의의 불가피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병원협회를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이 제3차 상임이사 및 시·도 병원회장 합동회의에 참석한 병원장 모두를 검찰에 출석하도록 통보해 왔다. 하지만 제4차 상임이사회 및 시·도 병원회장 합동회의에서 병원진료를 정상화하기로 함에 따라 검찰출석이 보류됐다고 통보해 왔다.

이후 대한병원협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비롯해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의장 등에게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환자의 약국선택권 보장을 요청했다. 또 ‘환자에게 병원 밖의 약국이든, 병원 내의 약국이든 스스로 선택하여 조제 할 수 있도록 병원약사의 외래환자에 대한 원내 조제 금지조항을 삭제한다’는 내용으로 약사법을 개정할 것을 국회에 청원했다.

2000년 7월에는 의료기관 휴·폐업을 주도한 혐의로 의사협회 김재정 회장이 구속 수감됨에 따라 그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또 약국 선택권을 환자에게 돌려주도록 약사법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병원외래조제실 폐쇄의 부당성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9월에도 잘못된 약사법을 즉시 개정하여 국민건강과 환자편의가 보장될 수 있도록 의약분업 방안을 강구할 것과 원가에도 미달하는 의료보험수가를 현실화하고 의료보험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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