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손실 보상만으론 지역의료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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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손실 보상만으론 지역의료 붕괴
  • 박해성 기자
  • 승인 2020.06.15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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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급여 주기조차 어렵다는 병원계의 비명이 절대 과장된 상황이 아닙니다. 정부가 눈에 보이는 손실만을 계산해 보상하려 한다면 지역 병원계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

지난달까지 부산시병원회를 이끌던 대동병원 박경환 병원장과 부산지역 병원 관계자들은 최근 병원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경환 병원장<사진>은 우선 재정적 측면을 얘기했다. 그는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지속했고 그나마 매년 조금씩 성장세를 이어왔었으나 코로나19 이후로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은 입원 병상이 일부 축소됐고, 전체적으로 환자들이 20% 가량 감소하며 재정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가 줄어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대의를 앞세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정부는 직접적인 손실만 책임지려는 분위기”라며 “정부는 지원을 더욱 확대해 의료기관이 힘껏 싸울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지원자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지역은 수도권과 달리 코로나 관련 큰 사건이 나타나지 않으며 조금씩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병원 의료진 및 직원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이다. 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병원과 의료진 모두 한순간에 힘이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 병원장은 “많은 병원들의 회계연도가 3월이어서 급여 인상을 기대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았으나 코로나로 인해 병원이 이를 늦추거나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의료진의 업무는 더욱 가중돼 인력의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던 지역병원의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 병원들은 국민안심병원 운영이나 선별진료소 운영 유지에 대한 고민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 때 의료기관을 위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건강보험공단의 누적된 재정을 사용할 적시적기”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투입된 인력들에 대한 인건비 보전 방안, 신포괄수가 시범사업 참여병원 및 코로나 양성환자 진단 병원 등에 대한 손실보상 기준 마련 등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지역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의 경우 선별진료소 방문자가 하루 15~20명 정도 되지만 원무과 직원, 간호사 등 4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있고, 발열체크를 위해 각 출입구당 3명씩 투입되고 있다”며 “호흡기 안심진료소,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출입문 발열체크를 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들에 대한 부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환자의 경우 PCR 진단검사 결과에 관계없이 입원기간 전체 진료비가 행위별수가제로 전환되기 때문에 정책가산에서 제외된다”며 “심평원은 신포괄수가제 적용 환자가 PCR검사를 하면 행위별수가로 돌아가는게 기본원칙이고 신포괄수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의 입장에서는 한푼이라도 아쉬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로 인해 전체 진료과의 환자가 감소했고, 특히 코로나 양성환자가 다녀간 병원의 경우 환자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난 만큼 이를 반영한 손실보상 기준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국민을 위한 필수 진료과를 중점 운영하는 경우와 같이 진료 특성상 경영 타격이 심각한 병원들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좋은문화병원의 선별진료소 전경-기존 천막형 선별진료소(사진 위)에서 환자안전을 위해 업그레이드한 모습
좋은문화병원의 선별진료소 전경-기존 천막형 선별진료소(사진 위)에서 환자안전을 위해 업그레이드한 모습

이외에도 의료기관인증평가 등 병원에서 진행되는 각종 평가들에 대한 유예 및 서면 대처, 선별진료소 시설 개보수에 따른 추가 지원 등에 대한 요구사항도 있었다.

병원들이 모든 자원을 투입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각종 평가를 준비할 시간과 인력이 남아있지 않으며, 병원이 경영 정상화에 우선 집중할 수 있도록 각종 평가들의 유예를 연장하거나 서면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기존에 천막 등 임시적으로 급하게 만들어진 선별진료소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설을 보완해 개보수한 경우 이에 대한 추가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병원 관계자의 바람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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