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질병관리청에 연구 기능 포함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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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질병관리청에 연구 기능 포함 해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6.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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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과 복지의 기능 나눈 보건부·질병관리처 신설도 고민 필요
행안부·복지부·질본, ‘부처간 협의 중’이라는 천편일률적 답변만 내놔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과 관련한 정부의 개편방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에 반드시 연구 기능이 포함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1일 신현영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또 정부 역시 6월 3일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입법예고와 동시에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의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소속 국립보건연구원과 확대 개편되는 감염병연구센터의 보건복지부 이관, 인력 및 예산 감축 등 정부 개편방안의 문제점이 청와대 국민청원, 언론 보도를 통해 지적됐으며 급기야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취지에 맞도록 개편방안을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비례대표)은 6월 9일 오후 1시 30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질병관리청, 바람직한 개편방안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청으로의 승격시 반드시 연구조직이 포함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바람직한 질병관리청 개편 방안’을 발표한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공중보건연구원을 두고 연구조직으로 실험연구센터, 역학연구센터, 정책연구센터, 질병통계센터를 제안했다.

또 보건복지부로의 국립보건연구원 이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연구 기능을 제대로 잘 해왔느냐의 문제다”며 “국립보건연구원은 응용연구 부분이 적은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연구 부분을 남겨둘 부분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복지부 산하로 이관한다고 할 때 수십년 간 방치됐던 것을 가져간다고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제대로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이 해야 할 연구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 이관할 경우 국무총리실에는 감염병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과기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심의회의에 감염병심의위원회를 별도의 분과로 신설할 것과 국립보건연구원에는 보건산업진흥원의 R&D 기획본부와 연구 예산 관리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버넌스와 관련해선 단지 조직구조를 바꾸고 법을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며 각각의 주체들이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방에 센터급이 아닌 청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시도의 역량이 천차만별”이라며 “권역 단위에서 조정기능이 필요하고 그 업무를 권역질병관리청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복지부, 질병청, 시도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가 되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발제자인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이재갑 교수는 “질병관리청의 독립은 형식의 문제가 아닌 거버넌스, 연구, 지방행정조직을 아우르는 정책과 시행, 연구와 관련된 광범위한 문제”라며 “인사권과 예산권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 기능의 이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감염병 대응에 있어서 강화된 질병관리청의 필요성이 확인된 만큼 강력하고 효율적인 기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복지부 보건정책실의 감염병 정책기능을 강화하거나 감염병 정책기능을 질병관리본부로의 이관과 질병관리청장과 복지부 2차관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면서 보건과 복지의 기능을 나누는 보건부의 설립이나 질병관리처의 신설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 교수는 언급했다.

특히, 과거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한 바 있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질병관리청이 아닌 처로의 승격을 피력했다.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청보다는 처가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정기석 교수는 “복수차관제가 시행되면 결국 보건을 담당하는 차관은 질병관리청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있어 정은경 본부장이 청장으로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나. 그렇게 할 바에는 지금의 질본 그대로 가는 것도 좋다”면서 “인력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행안부에서 생각하는 센터 정도의 지방사무소로는 지방조직을 지휘할 수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논의를 해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생각한 목표와는 다르게 가고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 게 맞는지 정책을 평가하고 인력 양성 등 문제는 다 빠졌다”며 “전 부처와 시민, 전문가가 모여 근본적인 대응을 논의가 해야 하고 질병관리청을 만들어서 해결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처가 되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부처로를 신설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정작 이번 이슈의 당사자인 행안부와 복지부, 질본은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천편일률적인 답변만 내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허영지 행안부 조직기획과 서기관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차원에서 참석했다”며 “관계부처와 조율해 더 나은 과정을 만들어 가겠다”고 했다.

복지부 혁신행정담당관 이선영 과장은 “향후 정부안을 만들게 되면 다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각 기관의 고유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질본 기획조정과 신재영 과장도 “내부적으로 조직이나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세부적인 부분은 부처간 협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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