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응급의료체계 패러다임 변화해야
상태바
포스트 코로나, 응급의료체계 패러다임 변화해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5.25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응급의학회 최근 전문가 좌담회서 주장
응급실·선별진료소 공간 재배치…인력 효율적 활용 등 제안

코로나19 장기화에 맞춰 향후 응급의료체계 패러다임이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응급실 내 독립공간과 선별진료소 등 공간을 재배치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

이같은 주장은 5월 22일 명지병원에서 열린 ‘코로나19 응급의료체계, 어떻게 개편해야 하나’ 전문가 좌담회에서 나왔다.

이날 왕순주 대한응급의학회 응급의료미래연구소장(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향후 코로나19와 비슷한 감염병이 확산되면 현 응급의료체제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응급실 내 독립공간, 선별진료, 인력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응급진료센터 운영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발표한 왕순주 소장은 “감염병 유행 상황시 감염병 대응이 가능한 중증환자 초기응급진료기관의 역할로 중증응급진료센터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근거를 법률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증 환자 유입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지역응급의료기관 활용 및 지역별 공동검사실을 운영·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한응급의학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응급의료체계 개편을 위해 정부와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대한응급의학회 허탁 이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문제가 되는 것은 확진 환자보다 코로나와 관련되거나 중증응급 환자의 진료가 더욱 문제였다”며 “학회는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응급의료체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중증응급진료센터를 중심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허 이사장은 “현재 응급의료는 병원이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혼란이 있다”면서 “이 부분은 지방정부와 지방행정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커뮤니티 중심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발생 이후 병원의 응급실에도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경기도 10개 권역과 중증응급의료센터에 내원한 전체 응급실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72%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등급 환자 수는 12%, 중증도도 감소 했다는 것. 반면 응급실에서 사망하거나 사망한 상태로 내원한 환자 수는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왕순주 소장은 “응급실 방문환자들이 감소한 것은 감염병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면서 “다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응급실 과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코로나19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은 “응급실 환자가 줄어든 것은 역설적으로 응급실에 안 와도 될 사람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대한응급의학회 주도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코로나 대유행에 대비한 응급의료체계 전략을 에비던스 위주로 짜야 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현재의 감염병 관리 및 대책이 응급의료와는 동떨어져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허탁 이사장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대책을 세우다 보니 감염, 예방 전문가들이 주류로 이끌었다”며 “실제로는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로 오고 응급실이 무너지면 병원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대구에서 목격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허 이사장은 “지금부터라도 감염병, 만성병과 응급은 떨어져서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감염병과 응급은 맞물려서 하나의 체계를 가지고 가야 한다”며 “감염병 대응 정책에서 응급의료가 빠질 수 없다. 질본이 승격이 되면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