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병원회-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간담회
5월 22일(금)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내 보건복지부
“직원들에게 6월 월급 줄 돈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마음이 정말 급합니다. 경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따로 손 벌릴 데도 없습니다. 정부에서 의료기관의 손실보상을 해준다는 얘긴 처음부터 들어왔지만 당장 경영의 어려운 점을 국가에서 감안해 주셨으면 합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단기간에 급증했지만 의료기관과 의료진, 시민들이 합심해 지금은 거의 수습단계에 이른 대구경북병원계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경영난’이라는 더 큰 상대를 만나 허덕이다 결국 정부에 급하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 보상지원반은 정부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병원계가 경영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답했다.
또 개산급과 선지급금은 당장의 의료기관 경영난 해소를 위해 임시로 지급한 것일 뿐 추후 손실 평가를 통해 실제로 손해 본 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병원회(회장 고삼규)는 5월 22일(금)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7층 영상회의실에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보상지원반과 간담회를 갖고 병원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지원을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정부 측에서 이형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 보상지원반장(연금정책국장)과 정영기 보상지원팀장(건강증진과장), 류재현 보상지원반 사무관, 김은경 보상지원반 주무관, 박정우 보험정책과 사무관이 참석했다.
대구·경북병원회에서는 고삼규 회장(보광병원장)과 서영성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장, 송시연 영남대학교의료원 기획조정처장(이비인후과 교수), 김건우 대구파티마병원 상황실장(류마티스내과 주임과장), 윤종원 경북대병원 기획예산과장이 참석했다. 또 대한병원협회 김승열 사무총장과 김종윤 기획정책본부장이 배석했다.
고삼규 회장은 “우선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신 이형훈 반장님과 정영기 팀장님, 그리고 이하 팀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연 뒤 “대구경북 소재 병원들이 이제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게 돼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확진자 진료에 매달렸던 병원들의 살길이 막막해졌다”고 호소했다.
고 회장은 이날 간담회가 실제로 대구경북 의료기관들이 어떤 문제에 봉착했고, 손실 보상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부분이 뭔지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서영성 병원장은 “그 동안 저희 병원에 국무총리께서 두 번 다녀가신 것을 비롯해 대구광역시장, 국회의원 등 많은 분들이 발걸음을 했고 뵐 때마다 손실보상 얘길 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저희 병원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환자를 살렸지만, 앞으로는 가급적 빨리 적자폭을 줄이고 일상진료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서 병원장은 “저희 병원은 지난해 4월 15일 새로 개원한 2차병원이어서 타 병원과 달리 회복탄력성이 떨어진다”며 “전체 350명의 직원이 1천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했고 중환자의 경우도 평균 이하의 사망률을 유지, 기여한 바가 많다고 자부하지만 당장 경영악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남는 게 뭐냐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서영성 병원장은 개산급 선지급으로 40억3천만원을 받고 시설장비 비용과 빈병상 손실 비용을 받았지만 5월 말 병원 잔고가 3억7천만원에 불과해 당장 6월 직원 급여 지급할 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는 저희 병원과 직원들의 헌신이 대외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며 “당장 다음달 월급은 줄 수 있느냐는 우려가 직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고삼규 회장도 “대구동산병원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으면 대구의 코로나19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거들었다.
이에 대해 이형훈 반장은 병원장님을 비롯한 병원 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셔도 충분하다고 격려하면서 당장 급한 경영자금은 건강보험 선지급을 적절히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개산급과 선지급을 받으면 보상이 끝나 나중에 더 받을 돈이 없지 않느냐는 병원장들의 우려에 대해 정영기 팀장은 “선지급은 이자 없이 당장 급한 경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고, 개산급은 계산하기 쉬운 것만 일부 먼저 주는 것이지 보상 과정에서 손실이 더 인정되면 모두 다 보상되니 안심해도 된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또 코로나19 환자 병동에는 일반환자 병동에 비해 몇 배의 인력이 투입되므로, 운영 병상만 보상해 줄 경우 손실을 피할 길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영남대의료원 송시연 기획조정처장은 “병실 110개에 코로나19 환자를 채우려면 250개 병상을 비워야 운영이 가능하다”며 “레벨D 방호복을 입으면 단위 병동당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며 선별진료소와 발열감시소 등에도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 다른 병실 간호사들을 다 빼야 운영이 가능한데 110병상만 보상해 준다면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위험수당 등도 별도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남대병원은 권역호흡기센터와 본관 2개동 등 총 260병상을 코로나19 전담병상으로 운영했다.
이에 대해 이형훈 반장은 미사용 병상에 대한 기회손실을 비롯해 전년도 동기 진료비 수입을 기준으로 손실보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윤종원 경북대병원 과장은 “같은 대구 소재 병원이라 하더라도 각 병원마다 약간씩 상황이 다르다”며 “경북대병원은 중증의 위험군 환자를 많이 진료한 만큼 보상 기준 설정 시 환자수 외에 중증도도 감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중환자실의 경우 음압시설 설치 비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부분도 반영해 달라고 덧붙였다.
대구파티마병원 김건우 실장은 “정부가 손실폭을 어느 정도 인정해 줄 것이냐에 대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학병원과 달리 2차 병원이나 중소병원은 회복 속도가 더딘 만큼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특히 대구지역의 경우 모든 병원이 합심해서 코로나19 퇴치에 기여했으며, 그같은 헌신을 감안해 타 지역과 기준을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건우 실장은 “처음 시작할 때는 모두들 전쟁이라 했지만 열심히 해서 결과적으로 아무 문제 없었다”며 “전쟁이 끝날 때쯤 위험수당 등 돈 얘기가 나오니까 직원들의 반감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고삼규 회장은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터졌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막을 수 있었다 생각한다”며 “대구는 타 지역보다 대학병원이 많고 대구파티마병원에서 많은 역할을 감당했을 뿐만 아니라 마침 대구동산병원이 비워져 있어서 해결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서 두 가지 관심사가 부각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손실보상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난지역 선포가 대구지역 의료기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창 확진자가 쏟아질 땐 모두 다 보상 해준다고 했지만 무조건 해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손실보상에서 제일 큰 쟁점은 대구 병원들이 실제 코로나19 병상을 가용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고, 근무 인력들이 귀가하지 못하고 호텔에서 잤는데 그런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같은 손실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직접 진료한 병원뿐만 아니라 뒤에서 지원한 병원에서도 발생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비급여진료비 등에 대한 보상도 감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재난기금 중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이 가장 큰 몫이지만 정작 의료기관은 제외됐다며 “급할 땐 언제고, 재난지역 선포해 놓고 이제 와서 의료기관을 제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밖에 선지급금 상환 시기를 늦춰서 병원들이 경영 정상화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청했다.
이형훈 반장은 “저는 대구·경북의료계, 나아가 한국 의료계가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의료계가 잘 해서 국민들의 자존감이 올라가고 어깨를 펴고 있다고 부내에서 자주 얘기한다”며 “손실보상은 합당하게, 그리고 충분한 보상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예산이 부족하다면 재정을 더 늘려서라도 다 보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전체는 아니더라도 손실 보상액 상당 부분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비급여와 의료외수입 등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고삼규 회장은 “병원은 손실보상 외에는 다른 재난지원금을 별도로 받는 게 없다”며 “병원경영 압박이 6~7월이면 최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전에 어느 정도는 손실보상이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승렬 병협 사무총장은 “오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오늘 이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들이 반영돼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