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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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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36)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5.0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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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R 시범사업 강행

1994년 의료보장개혁위원회는 의료보험진료비 지불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DRG 지불제도의 도입·실시를 정부에 건의했다. 많은 찬반론을 불러일으킨 DRG 지불제도는 1996년 시범사업으로 실시됐다.

이에 앞서 그 해 5월 DRG 지불제도 도입 검토협의회 실무작업반 회의가 열려 향후 실무작업반에서 DRG 수가작업을 위한 원가계산방법을 검토·논의하기로 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 회의에서 정부가 의료기관 모니터링체계 구축 및 시범사업 평가를 위해 변경된 청구명세서 내용을 각 병원이 연합회에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을 문제 삼았다. DB 구축은 연합회 전산프로그램 개편에 의해 가능하므로 협조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DRG 제도 도입 반대가 협회의 기본방침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보장개혁위원회, DRG 지불제도 도입 검토위원회, DRG 실무작업반회의 등을 통해 DRG 지불제도 도입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이를 철회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복지부 및 관계부처에 협회 의견을 전달했다. 건의서에서 대한병원협회는 DRG 지불제도는 일시적으로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고 진료비청구 및 심사업무가 간소화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보다 큰 단점들이 있다면서 진료비 지불수단으로 DRG 지불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7월에 열린 DRG 대책회의에서는 DRG에 의한 지불제 도입 시범사업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돼야 하며 DRG에 의한 지불제 도입에 앞서 수가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데 대한병원협회와 의사협회가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8월에 열린 DRG 지불제도 검토위원회 및 실무작업만 합동회의에서는 시범사업대상 의료기관에 적용할 DRG 수가를 관계기관과 재검토 후 결정키로 하고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은 종전과 같이 적용하기로 했으며 DRG 적용 시 환자본인 부담금 부과 방법은 심층 검토키로 했다.

시범사업은 1996년 11월부터 1년 동안 참여희망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키로 했는데 대한병원협회에서는 DRG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시 자체를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에서 대한병원협회는 우리나라는 아직 진료비 억제에 관심을 기울일 시기가 아니며 DRG 지불제도는 의료서비스 공급량을 감축시켜 환자와 의료기관 간에 분쟁을 심화시키게 되고 DRG 적용대상 의료비는 절감되는 반면 다른 부분의 진료비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진료비 총액 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원가 외에 적정이윤을 감안해 수가가 책정되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의 연쇄도산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향후 DRG 수가는 언제나 원가와 적정이윤을 반영해 책정한다는 점을 모든 의료기관에 확신시킬 수 있어야 하고 의료인력 수급 안정 및 수가 현실화를 통해 왜곡된 진료행태를 정상화시킨 다음 DRG 지불제도를 시행해야만 의료의 질 저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의 합리성 여부가 검증되기 이전에는 종전의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의 상대적 차이를 고려한 DRG 수가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10월에 열린 DRG 지불제도 대책위원회에서도 DRG 시범사업이 일시적으로 수가인상 효과가 있음은 인정하지만 장기간으로는 국민건강 향상 및 의료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협회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햇다. 또 복지부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정부의 DRG 지불제도 시범사업실시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DRG 지불제도 시범사업을 실시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을 설명하고 시범사업 기간을 1996년 11월 말부터 1997년 12월까지 13개월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병원협회는 대책위원회를 열어 DRG 지불제도 시범사업 실시가 부당하므로 철회되어야 하지만 부득이 실시한다면 사업계획의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건의키로 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 건의서에서 DRG 지불제도는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고 환자와 의료기관 및 보험자 간에 분쟁을 심화시키며 실질적인 진료비 억제 효과도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기관에 충분한 이윤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DRG 지불제도를 의료보험진료비 지불제도로 채택하고 있지 않다 등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리고 국·공립 및 정부투자의료기관의 의료보호 환자만을 대상으로 할 것과 시범사업 기간은 최소한 5년 이상으로 할 것을 건의했다.

DRG 도입 논란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996년 11부터 시범사업을 강행했다. 이에 앞서 10월 1일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회에 의료관리연구원 염용권·서창진 연구원이 참석해 DRG 지불제도 시범사업 추진에 대한 설명과 함께 토의를 가졌다. 이 토의에서 대다수 선진국에서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아 실시되지 않고 있는 DRG 지불제도를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려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요청해 “지불제도로 적용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뿐이며 실패했다는 보고는 없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DRG 지불제도 실시로 인해 수가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원의 설명에 수가 수준은 전체 규모에 좌우되며 그것은 복지부의 권한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미국에서 경험한 의사들은 모두 DRG 수가가 미국에서 실패해 미국은 최근 새로운 수가 제도를 모색 중에 있다고 주장하며 이와 같은 제도를 무리해서 도입하려는 당국의 무모함을 지적했다. DRG 지불제도가 도입되면 의료의 질이 저하되며 당시의 긍정적인 QA가 부정적인 QA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고 연구원에서 지적한 행위별 수가제도의 문제점은 수가의 기본과 상대가치가 잘못 설정돼 발생하고 있음에도 마치 행위별 수가제 자체의 문제점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미국의 DRG 지불제도는 적용대상이 메디케어 환자에게만 국한되고 있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마치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미국의 전 국민에게 적용하고 있는 듯이 설명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병원계 자율정화 운동 전개

1990년을 즈음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일부 의료인의 부동산 투기, 호화 사치 풍조, 의약품 랜딩비 및 전공의 모집 비리사건 등이 불거져 의료인과 병원계의 명예가 훼손됐다. 이를 계기로 병원계 스스로의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대한병원협회는 1993년 3월 ‘병원부조리시정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병원 부조리 척결 다짐 대회(1993년 3월 19일)
병원 부조리 척결 다짐 대회(1993년 3월 19일)

이 위원회는 환자들의 불편·불만이 야기되는 요인들을 병원이 스스로 시정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위원회 발족 직후 열린 회의에서 병원 부조리에 관한 대외적 표현을 순화시키기 위해 병원의 수익과 관련되는 부조리와 병원의 수익과 직접 관련 없이 병원종사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부조리를 구분하지 말고 용어를 순화시켜 표현하기로 했다.

또 병원 부조리가 협회 차원에서 시정할 문제와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해야 할 제도적인 사항이 있지만 당시의 상황이 제도 차원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하에 협회가 가시적인 일을 계획·실천하고 병원의 모범사례도 대외적으로 홍보하기로 했다.

제2차 회의에서는 병원 부조리 시정추진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의 목표는 병원에서 환자의 불편과 불만을 병원계가 스스로 시정해 해소하도록 노력하여 보다 양질의 진료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참된 병원상을 정립하는 데 있었다. 이 계획은 ‘병원부조리시정추진위원회’를 구성,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환자의 불편과 불만을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대한병원협회에 ‘환자 불편·불만 신고센터’를 설치, 전용 전화를 가설하고 전담직원을 임명해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고된 사항은 ‘환자 불편·불만 신고 처리대장’에 등재해 해당 병원장에게 통보하고 시정결과를 보고 받아 신고인에게 회신한 다음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기록을 유지키로 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온 병원 부조리를 병원인 스스로 시정해 나가기 위해 전국병원장의 결의를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전국 병원인에게 세부실천에 대한 계몽 교육을 확산해 나가기로 했다.

전국 병원장은 1993년 3월 19일 결의문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우리 병원인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재확인해 모든 환자에게 차별없이 박애와 친절봉사를 생활화 한다’, ‘우리 병원인은 환자 진찰 및 입원과 관련한 일체의 부조리를 하지 않는다’, ‘우리 병원인은 환자에게 과잉진료 또는 지정진료 및 상급병실 이용을 유도하지 않는다’, ‘우리 병원인은 모든 환자에게 적정한 진료를 제공하며 진료비계산서를 발급한다’, ‘우리 병원인은 의약품 및 치료재료의 부당한 거래행위를 하지 않는다’ 등이다.

1993년 5월 병원부조리시정추진위원회를 열어 병원인 의식개혁의 자율적인 쇄신운동 추진방안으로 ‘부당한 금품수수 배제운동’을 병원 전체행사로 표방해 병원의 위상 제고 방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환자 불편·불만 신고센터에 접수·처리한 사안을 추후 신고인에게 다시 확인해 처리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파악하고 수련병원 심사 강화 방안으로 지정기준·전문의 수·진료통계·시설·장비의 수련교육 여건 및 향응 금지 등 심사에 철저를 기하기로 했다.

같은 해 6월에 열린 제5차 위원회에서는 △우리 병원은 환자의 불편·불만을 신고받습니다 △우리 병원은 진료청탁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 병원은 부당한 금품을 받지 않습니다 등 병원에 게시할 3가지 항의 표어를 대한병원협회에서 제작해 전국 병원에 배부하기로 했다. 또 전국 시·도 병원회장 및 병원부조리시정추진위원 합동회의를 열어 전국 시·도병원회별로 병원계 자체정화 결의대회를 개최키로 하고 대한병원협회 병원부조리시정추진위원회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신한국 창조를 위한 병원계의 적극적인 동참, 의료서비스 향상과 부조리 근절을 위한 자체정화 추진, 환자를 우선하는 병원운영체제의 정착 등을 기본방향으로 부당한 금품수수 배제 운동 전개, 전공의 임용의 공정성 확보, 의료서비스 향상 등을 적극 추진하자는 내용의 병원계 자제정화 계획을 세워 전국 병원에 송부했다.

이와 함께 대한병원협회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정사협)’ 가입도 검토했다. 여기에 정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이 조직의 사업계획 및 의사결정에 협회 입장을 반영할 수 있고 협의회 활동을 통해 병원직원의 의식개혁을 꾀할 수 있으며 사정기관 및 언론매체의 비판적인 시각 완화와 나아가 의료계 대한 국민의 불신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한병원협회는 1993년 7월 1일부로 정사협에 가입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공정경쟁규약 심의위원회(1995년 1월 16일)
공정경쟁규약 심의위원회(1995년 1월 16일)

1994년 5월에는 의료보험용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도 제정했다. 이 규약은 의료보험용 의약품 제조업 등에 있어서 금품류 제공을 제한하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부당한 고객 유인을 방지,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보하는 데 그 목적을 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경쟁규약에서는 보험의약품 사업자가 의료기관에 제공해서는 안 될 금품류로써 할인·할증·판매 장려금을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원협회는 할인·할증·판매 장려금이 모든 물품 판매에서 통상 인정되는 것으로 그것이 부당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닌 한 상거래 관습의 일환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이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공정경쟁협의회의 회원은 대한병원협회 회원으로 한정할 것도 요청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원안대로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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