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병원인의 병원신문 최종편집2022-07-06 19:59 (수)
[기고]코로나 미워~ 때치때치!
상태바
[기고]코로나 미워~ 때치때치!
  • 병원신문
  • 승인 2020.05.04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재천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전재천 교수
전재천 교수

올해 1월말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이전에 비해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는 걸 느낄 나이가 된 것도 아닌데, 시간은 너무나도 후다닥 지나간 것 같다.

아마 그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코로나19(이하 코로나)’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올해 1월 초인가 중순쯤에 중국 우한지역에서 폐렴이 발생했다는 정보만 기사를 통해 얼핏 보았던(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상황에서 어느새 우리나라에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병원의 대비책 및 응급의료센터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들과 업무를 나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이후 수차례 응급실이 폐쇄됐고, 그에 따른 여러 업무들(역학조사 및 노출인원, 방역, 입원 및 퇴원 처리 등), 자가격리에 흔히 말하는 ‘멘붕’이라는 것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다시 하라면 아마 못할 듯하다. 나중에는 술 한 잔하며 추억을 곱씹을 거리가 될 것이라 바라며, 기억을 더듬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1월말, “룰루랄라~ 오늘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작해볼까?”라며 출근하던 중, 문자가 1통 왔다. 비상대책회의를 한단다. 무언가 바쁘게 돌아간다. 병원 내 코로나 상황실이 설치되었다. 코로나 확산 대비를 위해서 병원 내 각 파트의 대표자 20~30명이 모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렇다고 자신을 모두 드러내지 않았던 요놈의 바이러스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비책을 논의했다. 무엇이 필요할 것이며, 앞으로 상황에 따라 어떻게 병원이 대처해나갈지, 각 파트는 무엇을 준비해야할지를 두고 하루에 2~3번 회의를 가졌다.

필자가 속한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감염내과 교수님들과 감염관리팀이 정해준 지침 및 협조를 받아 환자를 분류하고, 응급의료센터 앞에 음압텐트를 발빠르게 설치했다. 해외여행력이 있는 환자들은 음압텐트로 안내하여 병력청취 후 코로나가 의심되는 경우 레벨D를 입고, 검체 채취 및 흉부X-ray 촬영 등을 시행하고, 확진의 경우 수용 가능한 병원으로 보냈던 것이 2월 중순까지 반복되었다. “아.. 조금 있으면 끝나겠지.. 더 확산되지는 않을 거야. 그럴 거야.. 곧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라며 견디던 나의 아주 얄팍한 기대는 2월 중순이 되자 와르르 무너졌다.

2월 17일, 대구지역에 모 종교 단체에 대한 이슈가 시작될 쯤이었다. 환자 1명이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2차병원에서 폐렴으로 치료하던 그 분은, 해외여행력도 없었고,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고 점차 폐 병변이 나빠진다는 소견서를 들고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당시 지침상에는 해외 여행력이 없는 경우에는 일반 환자처럼 구분을 했었다.

그런데, 환자가 들어오고, 검사 진행 중, 폐렴 소견이 그동안 케이스로 봐왔던 코로나 환자의 소견과 비슷하다. 헉! 이건 뭐지? 다시 병력청취를 했다. 어머나~ 그 종교단체 분이시란다. 바로 격리구역으로 환자를 이동시키고, 혼란이 시작되었다. 응급의료센터 폐쇄! 환자 유입을 막고, 접촉자 및 밀접접촉자를 가려내고, 센터 내 환자들 정리에 들어갔다. 당시는 원내 코로나 진단 방법이 없어서,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로 보내서 결과를 알아야했다. 시험용 키트가 원내에 있어서 본원 내 자체 검사를 시행. 결과는 양성. “아..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 질본의 결과를 기다려 보자.” 그동안 병원 내에 갇혔다. 당시 있던 모든 의료진들이 계속 일하면서 근무교대 없이 쭈욱 센터 내에 있던 환자들을 치료해 나갔다. 질본 결과가 나왔다.

[“Indeterminate 1. 불명확한, 뚜렷하지 않은, 막연한, 불확정의 2. 결말이 나지 않은, 미해결의 3. 명확한 음을 가지지 않은”]

이건 무슨 말인가? 불확실하다고? 왜? 왜?? 24시간 뒤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단다. 하하하하~~ 계속 갇혀있다. 난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언제까지 갇혀 있어야하나? 40시간 넘게 기다렸다. 양성이 나오면 어쩌지? 21시경 검사결과가 나왔다.

“Negative”

우어오어어~~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불안에 떨던 환자 및 보호자들, 그리고 의료진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퇴원할 환자들에게는 혹시나 모를 증상들에 대해 설명 후 증상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거나 내원할 것을 교육했다. 입원이 필요한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환자들은 1인실로 입원하여 경과를 보기로 하고,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음성이 나온 환자는 1인 격리실에 입원조치하고, 응급의료센터 전체를 방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48시간 넘게 문을 닫았던 응급의료센터는 다시 문을 열고, 진료를 재개하였다. 다행이 지금까지도 응급의료센터내 2차 감염자는 아직 없다. 정말 다행이야.. 맞아맞아..

다시는 뚫리지 말아야지 각오하고 기대했건만, 안타깝게도 그 뒤 5번 더 센터를 폐쇄하고 재개하는 과정이 반복되었다.

점차 코로나 환자들이 늘어났다. 어느 호텔에 방문했던 사람, 어디 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람, 어느 요양원에 입원했던 사람. 사람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대구지역은 혼란에 빠졌다. 환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는 경우도 발생했다.

‘중국 우한 = 한국 대구’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으니...

변화가 필요했다. 병원 앞에 외래선별진료소를 긴급하게 만들고, 의사, 간호사, 일반직원 모두 합심하여 외래선별진료소에서 200~300명의 환자들을 진료했고 검체 채취를 시행하였다.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감염의심환자와 비감염환자들을 증상별로 구분하여 입실시키고 검사와 치료를 진행하였다.

의료시스템의 총동원이 시작되었다. 진정시켜야한다. 해내야한다는 의무감에 너나할 것 없이 의료진 및 소방대원 등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의료지원을 나와 환자들을 위해 고군분투 해주셨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 및 의심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안타까운 일들이 생겨났고, 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3월초 70대 여성이 본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환자분은 남편이 코로나 확진 받은 상태로 당시 본원 중환자실(음압실)에 입원 중이었고, 본인도 기침이 지속적으로 있어서 응급실을 방문하였던 것이다. 환자는 증상 있는 밀접접촉자로 분리되어 응급실에 격리입실하였고, 흉부 X-ray 상 GGO pattern의 폐렴 소견이 보였다. 코로나 강력 의심 하에 본원 응급실에서 치료 및 입원 대기 중, 비고를 접하게 된다.

이미 확진판정을 받고 치료 중이던 남편 분이 경과가 좋지 않아 그만 먼저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다. 소식을 접한 환자분은 평생을 같이 한 남편의 부고 소식에 격리입원실 안에서 1시간 넘게 흐느끼셨다. 마지막 떠나는 길.. 마주보고 보내줄 수 없음에.. 같이 울어줄 수 없음에.. 마음이 아프신 건지.. 더욱더 서럽게 울기 시작하셨다. 응급의학과 의사라는 특성상 누군가의 죽음이, 일반인보다는 무디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때는 응급의료센터 내 의료진들이 코로나에 지쳐서일까. 그 흐느낌이 더 애처롭게 느껴져서일까. 함께 있던 의료진 및 소식을 전해들은 의료진 모두 마음이 우울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격동의 2월, 3월이 지나고, 4월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있고, 주위가 좀더 활기차게 느껴진다. 모두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을 거다. 빨리 이 사태가 끝나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믿고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전재천 교수의 가족.
전재천 교수의 가족.

하지만, 마음 한 구석 불안감이 계속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아직 종식된 게 아닌, 진행형이기에... 그리고, 언젠가 또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음을 알기에..

불안하다.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게 더 불안하다.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앞으로 같은 일만 반복될 뿐, 나아지는 건 없을 것이다.

정말 ‘슬기로운 의사생활’ 아니, ‘슬기로운 ( )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나랑 똑 닮은 우리 딸들과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에서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겠다. 지금도 전국에서 코로나로 노고가 많으신 의료진, 소방대원, 공무원, 그리고 현 상황을 이해해주시고 진료에 협조해주시는 환자분 및 보호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조금 더 힘내자으~~ 으라쳐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