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우리나라와 외국의 원격의료 등 규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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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우리나라와 외국의 원격의료 등 규제 비교
  • 병원신문
  • 승인 2020.04.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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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용어 폐기하고 화상(화면)진료 인정 필요
선택권 보호 차원 대법원도 인정, 별도 입법 불필요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원격의료의 국내 규제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 2월 한시적으로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는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전염병의 속성상 당연하고 합리적인 대처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해외 여러 국가에 비해 코로나 사태를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는 이면에는 의료인들의 노력을 빼 놓을 수는 없다.

전염병은 이번 사태 뿐 아니라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특히 수많은 환자가 방문하는 의료기관은 코로나 이외에도 많은 전염병에 노출되는 장소이다. 병원에 갔다가 병 걸렸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그 간 현실적인 의료기관 방문으로 진료를 해야 한다는 ‘의료기관 방문 진료’ 원칙(이하 간략히‘방문진료’라 하며, 편의상 환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진료하는 것을 ‘비 방문진료’라 한다)이라는 도그마를,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로 고집스레 지켜왔다. 이유를 보자면, 의료민영화 우려와 대형병원으로의 의료집중 반대라는 논리로 파악된다.

OECD 회원국의 입법례를 볼 때, 우리의 ‘방문진료’원칙을 고집하는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이미 ‘비 방문 진료’를 1990년대부터 시행해왔고, 우리의 의료법의 모체가 되고 있는 일본 의료법체계에도 2015년 ‘비 방문진료’를 허용했고 2018년부터는 이에 대하여 보험수가도 적용하고 있다.

중국은 ‘비 방문진료’를 2016년 도입했고 이를 통해 전자처방전을 발행하여 약품까지도 택배를 통해 받는 이른바 '인터넷 의료' 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EU도 마찬가지로 ‘비 방문진료’를 금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외국 법체계는 의료에 대하여 공급자(의료인)의 관점이 아닌 환자의 편의라는 입장을 우선시하여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 보편적인 ‘비 방문진료’방식의 허용을 우리는 왜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의료 민영화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또한 정치적 이슈가 있는 추상적인 이유 보다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료계 내부의 의견이 더 명확한 논거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복지부가 ‘비 방문진료’를 허용하였을 때, 일부 의료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복지부 올해 2월의 실태조사가 관심을 끈다. 상급종합병원은 50%, 종합병원‧병원은 56%가 ‘비 방문진료’를 도입하겠다고 하였으나, 예상외로 의원급은 72%나 전화상담 및 처방을 시행 또는 시행 예정인 점이 확인되었다.

대형 병원 보다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비 방문진료’에 더 호의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 내부의 ‘비 방문진료’에 관한 부정적 의견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법리적으로 볼 때, 우리 대법원은 의료법을 해석함에 있어, 이미 ‘비 방문진료’도 진료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3. 4. 11., 선고, 2010도1388 판결을 통하여 의료법의 “직접 진료”의 규정을 환자가 병원에 직접 내방하여 의사를 대면하여 진료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전화나 화상으로 진료도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규범해석을 했다. 물론 이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나 법제처는 대법원과 같은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법규의 해석의 최종적 역할을 하는 대법원의 판례의 입장은 결코 무시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비 방문진료’를 의미하는 ‘원격의료’라는 개념은 의료법 제34조의 원격의료에 관한 규정 때문인데, 실상 의료법의 ‘원격의료’라는 개념은 의료인이 원격지의 의료인에게 의료지식 등을 지원하는 지원행위이지 본연의 의료행위는 아닌 것이다.

입법 기술적으로 원격‘의료’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잘못이다. ‘원격지원’이 맞는 용어이다. 더 나아가 원격의료라는 단어가 금기시되다 보니 ‘비 대면진료’, ‘비 접촉진료’를 원격의료라는 명칭 대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통상적인 언어습관을 볼 때, 위와 같은 용어도 적절하지 않다. 20세기 초도 아니고, 전화로 환자의 얼굴도 보지 않고 비 대면으로 깜깜이 진료(‘비 대면진료’)를 하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을 때에도 의료적 이유가 없으면 접촉(촉진)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아니하니, ‘비 접촉진료’도 일반적인 용어라 할 수 없다. 미국은 ‘virtual visi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우리말로 단순 번역을 하면 ‘가상 방문’ 또는 ‘사실과 다름이 거의 없는 방문’정도 일 것이다. 가상 방문 등의 용어 또한 우리의 언어의 통상적 사용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의료계 이외에도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다. 예배나 교육도 화상(畫像)을 통하여 시행하고 있다. 국제화된 시대라 기업은 화상회의를 이미 많이 해오고 있다. 필자 또한 코로나로 인해 의뢰인들과 최근에는 화상회의를 보다 많이 진행하고 있다.

진료에 있어서도 화상(畫像)진료는 이미 폭 넓게 시행되고 있어 왔다. 환자가 직접 의사 앞에 위치하지 않아도 엑스레이, CT나 MRI 사진의 영상을 가지고 진단 등의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 광학기술이나 컴퓨터 영상음성 정보처리 기술의 발전으로 촉진(觸診)을 제외하고는, 환자로부터 정보를 알기 위한 문진(問診)이나 시진(視診)을 위해서 화상(畫像)진료도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의료인이 행하는 의료행위에 대하여는 특별히 법규로 규제하는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누구든 간섭하지 못한다(의료법 제12조). 의료인과 환자 간의 진료의 방식 선택은 공공위생에 큰 위해를 초래할 위험이 없다면 원칙적으로 서로 협의하여 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화면이나 화상을 통하여 의료인이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 환자의 거소에 방문(출장진료)하거나 환자로 하여금 의료기관에 내원하도록 하여 추가 정보를 확보하는 방식을 불허할 의학적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의료인이 화상진료만의 제한된 정보로 성급히 오진을 하였다면 응당 그에 따른 민사와 형사상의 책임이 발생하고 이미 관련 법 및 판례에 따른 규제가 존재하고 있다. 화상진료를 허용하면, 진료의 오남용에 따른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나 대형 병원 쏠림 현상 등의 부작용의 우려 때문이라면, 현재에도 의사 1인당 진료환자수를 제한하는 유사 보험규정을 참조하여 규제방식을 마련한 후시행하면 된다.

대형병원의 경우 현재에도 있는 비싼 진료비(본인부담금) 등으로 쏠림현상을 제한 할 수도 있다. 화상진료의 기술적 특성상, ‘빨리 빨리’를 선호하고 예약제 대신 직접 가봐야 맘이 놓이는 생각을 가진 환자가 많다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을 감안하면, 화상진료를 진료의 한 방법으로 추가적으로 열어 놓는다고 해서 특별한 사회문제가 발생할 우려는 적다고 본다. 오히려 환자의 편의나 감염병의 예방이나 관리라는 더 큰 사회적 편익을 위해 진료방식에 다양성을 줄 필요가 있다.

환자의 관점에서 진료방식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것이 화상진료를 인정하는 궁극적인 목적이다. 대법원이 이미 현 의료법의 해석에 화상진료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복지부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잠정적으로 화상진료를 허용하고 있으며, 공단도 수가 방침을 내놓고 있어 화상진료를 위한 제도적 시스템도 이미 구축된 바와 다름이 없다.

코로나 사태는 어느 시점 회복되거나 개선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얻어지는 교훈도 있어야 한다. 화상진료[화상(火傷)진료를 의미하는 말과 혼동될 수 있어 용어로서 부적절하다면, 화면(畫面)진료라 해도 되겠다]가 의도치 않게 시행된 상황에서 그에 따른 이점이나 부작용도 또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점이 많다면 의료민영화 도그마에 빠져있는 ‘원격의료’라는 용어는 폐기하고 ‘화상(화면)진료’를 소비자인 환자의 선택권 보호 입장에서 인정해줄 필요가 있겠다. 이미 의료법의 처방전 등의 규정의 해석에 있어 대법원이 ‘화면진료’도 인정한 바가 있어, 별도의 입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실에서 별 쓰임도 없어 사문화된 의료법의 ‘원격의료’규정에 대한 입법적 개정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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