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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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35)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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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심사기구의 독립 요구

의료보험 진료비 심사기구를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대한병원협회는 1992년 9월 5일 검토회의를 가진 데 이어 22일에도 제1차 검토위원회를 가졌다. 위원회는 한국진료비심사원법 보다는 의료보험급여심사법으로 하고 하부 법에서 조직을 구성토록 하는 것이 체계상 합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들은 보험자·피보험자·요양기관 및 공익을 대표하는 자로 구성하는 것보다 일본과 같이 보험자·공익대표 및 요양기관을 대표하는 자로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데 합의했다. 보수 제한(제14조)에 대해서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이사와 감사는 비상근이기 때문에 의학협회안대로 상근하지 않는 이사 및 감사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보사부를 비롯해 병·의협, 소비자단체, 의료보험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심사기구 개선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 여기에서 대한병원협회는 진료비심사지침이나 요양급여기준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재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심사제도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리라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심사기구가 설립돼 심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보험 약가를 고시가로 청구하는 제도 아래에서는 병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그동안 약가가 많이 하향된 실정이나 실구매가대로 청구할 경우 병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코자 하는 의욕을 잃게 돼 결국 의약품의 고가화를 초래하고 보험재정을 악화시키게 될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고시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구입하여 발생한 차익은 병원의 의약품 구매, 관리부서의 인건비, 손폐율 및 관리비 등의 간접비용을 보전하고 있으나 실구매가로 지급받게 된다면 의료보험진료수가(투약 및 처방료)를 대폭 상향 조정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원외 처방전을 발급할 때의 문제점으로 진료의 불확실성과 환자의 대규모 약국 집중현상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해다.

1993년 5월 병원별·지역별로 분산해서 심사하던 것을 병원 규모별·진료분야별로 심사하도록 변경된 데 대해 병원협회는 회원병원들의 진료비심사가 지연되고 그에 따른 개산불지급을 하게 된 내용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별 분리청구 및 청구일 조정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입원환자 진료비 지급 시 개산급은 35일, 정산분은 51일이 소요되고 외래환자 진료비 지급에는 개산급이 32일, 정산분이 49일 소요되고 있었다. 이 개산불지급은 심사방법 변경으로 진료비 지급이 지연될 경우 병원 자금수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특히 어음 결제 불능 및 인건비 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의료보험연합회와 협의, 개선하기로 했다.

국회 보사위원회 공청회서 심사기구 독립 주장(1993년 7월 7일)
국회 보사위원회 공청회서 심사기구 독립 주장(1993년 7월 7일)

1993년 7월 7일 의료보험진료비심사기구 독립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 의료계는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심사기능의 전문성을 제고하며,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의료기관 및 보험제도에 대한 국민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심사기구의 완전한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계는 진료비심사가 보험자의 고유권한이며 심사기구 독립시 국민부담이 증가하므로 심가기구 독립에 반대했다.

의료보험수가 조정 갈등

복지부가 1994년 12월 자문기구인 의료보장개혁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의료보험수가구조개편위원회’와 함께 ‘DRC 지불제도 도입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 위원회는 1996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데 대한병원협회 등에서 위원 및 실무작업반원을 추천받았다.

의료보험수가구조 개편위원회의 기본방향은 의료수가에 상대가치와 환산지수 개념 도입 및 수가 수준의 현실화, 의학 및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른 수가 항목과 용어의 적절한 분류 개발, 상대가치의 객관화 및 과학화를 위한 연구기관·의료계·의학계의 참여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었다. DRG 지불제도 도입검토위원회는 의료기관 입원환자에 대한 진료수가를 질병군별로 미리 책정된 총액개념의 진료비로 지불하는 포괄수가제(DRG)를 도입하고 세미나·공청회 등을 통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부여해 충분히 토의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었다.

대한병원협회는 1994년 7월 의학협회·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간호협회·약사회 등 5개 단체와 공동으로 의료보험수가 조정에 대해 건의를 했다. 이는 6개 의료단체장이 연초인 3월 인상 시점을 기준으로 의료보험수가를 8.89% 인상해 주도록 요청했음에도 그보다 5개월이나 늦은 8월 1일 5.8%로 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대한병원협회와 의사협회와 합동으로 1995년도 의료보험수가를 1995년 1월 1일부로 12.67%~14.63% 조정해 줄 것을 보사부와 경제기획원에 건의했다. 이 건의는 10월 24일에 열린 1995년도 의료보험수가 조정에 관한 대책회의에서 대한병원협회와 의사협회가 단일안을 마련키로 한 데 따른 것이었다.

건의서에는 정부가 발표하는 수가인상률의 산출근거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수가조정 시기를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때 1995년 1월에 수가가 인상된다면 12.57%~14.63%로 조정하고 그 시기가 6개월 정도 늦어질 경우에는 21.55%~25.08%로 조정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995년 3월 25일 의료보험수가를 평균 5.8% 인상하는 데 그쳤다.

1995년 6월에는 DRG 지불제도 도입 및 의료보험수가 체계 개편 등에 관한 대책 마련에 애썼다. DRG 지불제도 실무작업반의 첫 번째 회의에서는 병원전산실무진과 복지부, 연합회 등으로 별도의 연구팀을 구성해 이 제도 도입을 위한 전산자료 입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두 번째 회의에서는 DRG 도입에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정상분만 및 제왕절개술, 충수돌기절제술, 편도선절제술 등 시범대상 DRG에 대해서도 관련 학회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행위별 수가는 억제하고 DRG 수가는 상향 조정해 희망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DRG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정부 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실무회의 외에도 7월에 DRG 관련 병·의협 합동회의에서도 DRG 제도 시행을 반대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DRG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이유를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양 단체의 통일된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보수가 연내 인상조정 시행 촉구 전국병원장 임시총회(1996년 11월 12일)
의보수가 연내 인상조정 시행 촉구 전국병원장 임시총회(1996년 11월 12일)

1988년 조순 부총리가 재임 기간에 두 번에 걸쳐 의료보험수가를 대폭 인상한 바 있었다. 1995년 12월 4일에 조정된 의료보험수가 인상률은 병원계가 기대하는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평균 11.8%에 그쳤다. 다만 입원료의 경우 병원 20.29%, 종합병원 19.93%, 3차 진료기관 19.97%를 조정해 평균 인상률을 웃돌았다.

이 당시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보험수가 현실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불합리한 의료보험수가를 현실화함으로써 의료의 질과 서비스를 개선, 국민보건의료 향상에 기여하는데 그 목표를 뒀다. 이런 목적에 따라 의료기관의 경영정상화와 의료인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불합리한 진료수가 산정방법이 산정지침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대한병원협회는 의사협회와 공동으로 매년 누적되고 있는 의료보호 진료비 해소 및 진료비 예탁제 도입에 관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청원서를 통해 ‘의료보호 체불문제는 이 제도가 택하고 있는 복잡한 진료비 지급 행정절차 때문에 더 가중되고 있는 만큼 시·군에서 맡고 있는 의료보호진료비의 지급업무를 전문기관인 공·교의료보험관리공단에 위탁해 시·도 의료보호기금으로부터 진료비를 예탁받아 진료기관에 지급하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후 국회는 ‘진료비지급 업무의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보호진료비 지급 업무를 공·교의료보험관리공단에 위탁해 실시하는 문제를 1997년 1월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대한병원협회는 1996년도 의료보험수가 조정률로서 7월에 조정할 경우 16.7%, 8월에 조정할 경우 20.1%, 9월에 조정할 경우 25.1%를 인상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재정경제원 수가담당 책임자, 복지부 장·차관을 만나 수가 조정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복지부 장관을 만났을 때는 서비스 평가를 병원표준화심사와 통합해 병원계가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11월 12일에는 1996년도 수가 조정이 지연되자 임시총회를 개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와 함께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만들어 전 국민에게 병원계 입장을 알렸다.

대한병원협회는 결의문에서 수가 억제로 인해 병원들이 도산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알리고 ‘의료보험수가를 물가관리 차원에서 억제하려는 정부의 행정 편의적 자세를 규탄하면서 연내 수가 조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복지국가 구현과 삶의 질 향상을 내세우면서도 국민들로부터 양질의 진료기회를 박탈하려는 정부의 이율배반적 의료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공급체계의 안정이 복지국가의 근본임을 확신하며 무분별한 수가 억제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한병원협회는 12월 30일 손학규 복지부 장관을 예방하고 의료보험수가의 조기 조정을 강력히 건의했다. 손 장관으로부터 1997년 초에 5%를 인상하고 2월에 다시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장관의 약속대로 이듬해 1월 6일 입원료 8.7%(종합병원), 진찰료 9.1%(초진) 등의 의료보험수가가 평균 5%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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