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긴급 사회적 대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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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긴급 사회적 대화’ 촉구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4.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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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열악한 시설·장비·시스템 등 드러나
공공의료 대폭 확충·의료 안전망 구축 및 의료인 보호 대책 시급

보건의료노조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사와 정부, 전문가가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 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세계 보건의 날을 맞아 4월 7일 오전 10시 40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는 △감염병 대응체계 전면 재구축과 공공의료 강화 △상병수당 도입을 통한 의료 안전망 구축 △의료진 보호를 요구하고 이를 위해 보건의료산업 노사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사회적 대화 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대응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소개했다.

지난달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으로 긴급의료지원을 다녀온 김영환 간호사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기자회견에 참여해 “감염병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인력 부족은 더 치명적으로 드러났다”며 “방호복을 입으면 일상적인 간호 업무 시간이 배로 들기에 평소보다 적은 환자를 배정받아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확진 환자 10명~20명을 배정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청소, 식사, 배식과 같은 업무도 고스란히 간호사가 감당해야 했다면서 현장 간호 인력 부족의 현실을 알렸다.

이어 김 간호사는 부족한 시설과 장비 상황을 비롯해 열악한 감염관리 실태도 지적했다.

김 간호사는 “인공호흡기 등 필수 장비조차 부족하거나 없어 뒤늦게 조달받아 환자가 위급해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면서 “좁은 공간에서 오염된 보호구를 탈의하고, 오염·비오염 구역이 혼선돼 의료진 감염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은 모범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진료 측면에서는 허술함이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대구에서 입원 대기 중 확진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상황가 관련해 나 위원장은 “감염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감염병 전문병원이 없었고 시설·인력·장비가 충분한 공공병원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OECD 국가 중 상병수당이 없는 나라는 미국과 우리나라 뿐이지만 미국은 주별로 유급병가제도가 있어 실제로 상병수당이 없는 건 우리나라 뿐”이라며 “건강보험법 의해 대통령령으로 상병수당을 실시할 수 있는 만큼 당장 상병수당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서남병원지부장은 “확진자는 약 2주간 격리 상태로 치료 받으며 고립감, 무력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병원에선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지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의료진에게 폭언·폭행을 가하는 환자가 있어 의료진도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지부장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피로도가 깊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나서 환자 심리 치료를 지원해야 하고, 의료진에게도 감정노동휴가 등 심리적 방역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수경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선별진료소, 안심병원 등 감염병 확산 사태에 따른 매뉴얼 마련과 교육훈련 △마스크, 방호복 등 보호구의 원활한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안 지부장은 “이번 사태로 공공병상 부족과 시스템 등 공공의료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코로나19 장기화 그리고 또 다른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 공공의료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민간 사립대학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도 언급됐다.

노재옥 보건의료노조 고대의료원지부장은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의 인프라가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사립대병원 병상의 10%를 국가가 지정·지원해 운영할 경우 감염병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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