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병원회계 투명성 이젠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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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병원회계 투명성 이젠 준비해야 한다
  • 김완배
  • 승인 2006.04.14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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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부터 국립병원 회계감사 의무화‥점차 확대 예상
정부는 병원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의료기관회계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2004년 300병상에서 시작하여 지난해에는 200병상, 그리고 2006년 1월부터는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작성된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적잖은 한계가 있다. 게다가 보건당국은 병원의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는다.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지 않고 병원이 제시한 재무제표를 공시도 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영리조직인 주식회사는 자산총액이 70억원을 넘게 되면 외부감사를 받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 이러한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면 대부분 자산규모가 100억원은 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성이 강한 병원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재무제표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의 공적기관으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오는 6월부터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은 매년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이 발의했다가 계속 지연돼 왔던 국립대학병원설치법 개정안이 지난 3월2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적용 대상이 10개 국립대병원에 불과해 병원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부실한 병원회계의 대가

이처럼 병원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도 그리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병원회계가 부실함으로써 이미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고, 앞으로의 대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첫째, 합리적인 건강보험 수가 산정에 근본적인 장애가 된다. 보건당국과 병원은 매년 건강보험 수가 조정 문제로 불필요한 소모전을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병원이 제시하는 재무제표를 곧이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계속 적자나는 재무제표를 제시하면서도 병원이 운영되는 걸 보면 보건당국이 재무제표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병원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합리적인 건강보험 수가 산정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성과급제도 도입에도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병원이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도입이 어려운 것이 성과급 제도이다. 성과급 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원가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적 수치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저항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실제로도 파업의 형식으로 벌어지는 저항을 반드시 그들의 탓만으로 돌리기는 힘든 이유다.

셋째, 향후 있을 국내외 투자가들에게도 불신의 빌미를 제공한다. 의료시장개방과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머지않은 시기에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될 것이다. 대형화 추세에 발맞추어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투자유치가 불가피할 것이다. 병원 스스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국내외 투자파트너에게 현재의 병원 재무상태를 온전히 믿어달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 것이다.

병원회계감사는 의료산업발전의 기초

어느 종교단체에 회계감사를 하려고 했더니 목사님께서 펑펑 눈물을 보이셨다고 한다. 자기가 그렇게도 못 미덥냐는 것이다. 현재 종교단체 뿐 아니라 의료기관을 포함한 비영리기관의 회계감사에 대한 인식이 이런 수준이다. 사실, 회계감사는 해당 기관이나 사람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수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검증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다.

과거 대우사태 등 기업의 천문학적인 분식회계는 IMF 위기를 낳게 한 주범 중 하나였다. 참여정부 초기의 SK그룹 분식사건 뿐 아니라 지난해 유망 벤처기업의 대표격으로 벤처기업협회장이 경영하던 터보테크의 분식회계 사태는 결국 벤처 1세대로 존경받던 기업인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사태가 병원에도 그리 먼 얘기는 아니다. 의료기관평가 확대, 영리법인 허용 등 의료산업의 선진화 노력은 진행 중인 반면 병원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제라도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나중에서야 분식이 한꺼번에 밝혀진다면 단순한 세무상 불이익을 넘어 병원으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다. 향후 의료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병원회계감사를 통한 병원의 노력이 시급하다.

가립회계법인 이길동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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