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C형간염 퇴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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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간학회 “C형간염 퇴치 가능하다”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3.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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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JM’에 소개된 이집트 C형간염 퇴치사업 사례로 확인
정부 의지와 의료계, 국민의 협력을 하나로 모으면 가능

정부의 의지와 의료계, 국민의 협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C형간염 퇴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한간학회는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국가적인 C형간염을 퇴치한 이집트의 사례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인구 1억 명에 1인당 국민소득 2,500달러 수준의 아프리카 북부 국가 이집트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질병의 퇴치 캠페인을 성공리에 수행,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3월 19일자 NEJM 보고에 따르면 C형간염이 만연하던 이집트에서 전 국가적인 C형간염 퇴치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유병률을 4.6%에서 0.5% 이하로 크게 줄였다. 신규 감염자수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이집트는 1950년~1980년대 사이 광범위한 주혈흡충증 치료 과정에서 만성 C형간염이 만연해 성인 인구의 1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2014년 C형간염 항바이러스제 신약이 개발되자 2018년까지 약 20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을 치료했다. 신약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12주 치료 비용이 1인당 1,650달러였으나 2018년에는 약가협상과 저가약제 공급을 통해 약제비를 85달러까지 낮췄다.

특히 이집트 정부는 더 과감한 정책을 추진했다. 2018년 5월 이집트 보건당국은 1년 안에 18세 이상 성인 6,250만 명을 대상으로 집단검진 및 치료를 완료하겠다고 선언.

이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료기관에 선별검사소를 설치하였고 공장, 사무실, 기차역, 사원, 경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검진 차량을 이용한 선별검사팀을 운용했다.

검진기간 동안 5,800~8,000개의 검진팀이 주 7일 하루 12시간씩 운영됐으며 신속진단키트(항체검사)는 협상을 통해 개당 0.58달러로 가격을 인하했고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이용한 확진검사 또한 4.8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공급했다.

또한 TV, 신문, 대형 옥외 광고판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공익광고가 검진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방영돼 참여를 독려했다. 라디오, TV 토크쇼 등에서도 C형간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편성되도록 협조를 구하였고 문자메시지를 통한 공지도 대상자 전체에 발송됐다. 과거에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선별검사 전에 모두 제외됐다.

신속검사는 20분 이내에 결과가 나왔고, 양성자는 2주 안에 근처 병원으로 자동 예약을 통해 PCR 검사를 진행했으며 확진 결과는 5일 이내에 통보됐다.

최종 확진자에게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르와 다클라타스비르를 12~24주간 병용 투여했다. 이처럼 선별검사로부터 약제 투여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약 10일로 매우 짧았다.

이러한 집단 검진과 치료가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 2018년 10월 1일부터 2019년 4월 30일까지 7개월간 전체 대상 인구 6,250만명의 79.4%인 총 4,963만319명이 선별검사를 받았고, 검사를 통해 4.6%가 양성률을 보였다.

2019년 9월까지 분석된 결과에 따르면 선별검사 양성자 중 바이러스 검출 경우가 76.5%였고, 이 가운데 91.8%가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가 완료된 환자 중 98.8%가 완치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비용은 1인당 40.7달러가 소요됐으며 선별검사 양성자 1인당 추가 확진검사와 치료에는 총 130.6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분석됐다.

NEJM에 소개된 이집트 사례와 관련해 임영석 대한간학회 총무이사(울산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검사 비용과 치료비를 정부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던 점이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였고 정부와 의료계, 제약업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성공적인 사업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집단 검사 및 치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집트는 이번 퇴치 사업을 통해 C형간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세계 첫 번째 국가로 등극했다. 제한된 의료 자원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력의 바탕 위에서 집단 선별검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전략이 통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집트의 이번 사례는 우리나라 의료계와 정부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전략이라고 학회는 제시했다.

한편 대한간학회는 이미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개월간 전남 구례군에서 주민 4,235명을 검사해 17명을 확진, 치료하는 등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C형간염 퇴치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어 국내의 우수한 검진 시스템과 제약업계의 협조,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국내에서도 C형간염 퇴치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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