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외래 반토막…입원·수술 30%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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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병원, 외래 반토막…입원·수술 30% 줄어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3.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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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시 직원 임금 주기도 힘들어
중병협, 경영난에 긴급회의 개최…대구·경북 인력 지원 결정
대한중소병원협회 코로나19 비상대책회의
대한중소병원협회 코로나19 비상대책회의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의 중소병원 외래 진료가 지난해보다 평균 50% 감소하고 입원 및 수술도 약 30% 이상 줄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한 두달 안에 도산의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대한중소병원협회(회장 정영호)는 3월 3일 오후 대한병원협회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중소병원의 손실 보상 및 운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요양급여비 가지급 및 추후 무이자 분할 상계처리, 대출 상환 유예 조치, 신용보증기금 저금리 대출, 메디컬론 상한 금액 확대, 간접손실분 보상 등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병원장들 급격한 환자 감소로 어려움 호소

이날 회의에 참석한 중소병원장들은 외래와 입원, 수술 등이 환자가 급격하게 줄어 직원 인건비조차 걱정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실제 인력이 부족한 상태로 운영되던 중소병원들이 최근 환자 감소로 오히려 의료인력에 여유가 생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인건비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언제까지 연차 휴가나 무급휴가로 버틸 수는 없다”고 말했다.

A병원장은 “40% 이상 외래가 감소했고 건강검진은 거의 없다. 환자가 없어 35병상의 병동 하나를 폐쇄했고 간호사들 역시 휴직을 권고해 쉬고 있다”고 했다.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운영 중인 B병원장도 내과가 아예 없지만 현재 추세라면 병원이 어려워 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B병원장은 “내과 환자를 보지 않는 우리 같은 병원들도 현재 추세라면 환자가 줄어 들 수 박에 없다”며 “선별진료소를 운영하지 않아 직접적인 지원은 받지 못해도 장기 또는 저금리 대출 등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 같은 재활전문병원도 현 상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재활병원을 운영 중인 C병원장은 “새로운 환자는 거의 없고 기존 입원환자들은 새로운 환자가 올 경우 혹시라도 코로나19 감염 걱정 때문인지 경계를 한다”면서 “입원 환자도 빠르게 감속하고 있어 다음달부터 경영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D병원장은 “우린 검진이 많은데 전멸이다. 어떤 의사는 한달간 무급으로 쉬겠다고 할 정도다”며 “어차피 환자도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미뤄뒀던 병원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마이너과로 불리는 안과병원과 이비인후과 병원의 피해가 더 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E병원장은 “검진은 없고 입원환자는 30~40% 정도 줄었는데 안과병원 역시 50% 이상 줄었다”면서 “이비인후과는 무려 6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사실 선별진료소나 안심병원을 운영하는 종합병원과 내과를 가진 병원들은 정부의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마이너과를 중심으로 하는 병원들은 보상받을 길도 막막한 것 같다”며 “앞으로 6~7개월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대출 등을 알아봐야 할 처지다”고 막막해했다.

인천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F병원장은 외래가 무려 70%가 줄었고 수술도 30%가 감소했고, 천안에서 온 G병원장은 외래가 50%가 감소했으며 부산의 H병원장은 운영 중인 3개 병원에서 환자가 30~50% 줄었다고 전했다.

◇선별진료소와 안심병원 운영에 어려움 많아

선별진료소와 안심병원 운영에 따른 어려움도 호소했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커 손해를 보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안심병원을 운영 중인 I병원장은 호흡기 환자에게만 가산료를 주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안심병원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정부로부터 받는 수가보다 더 크기 때문에 안심병원 지정을 받은 경우 진료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가산료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H병원장은 공적 영역을 담당하는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데 오히려 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에서 양성자가 나왔는데 지자체가 확진자의 모든 동선을 공개해 우리 병원명이 거론돼 오히려 병원에 환자들이 오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언론에 공개하거나 확진자 동선을 공개할 때 특정병원을 공개하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안심병원에 대한 불만도 언급됐다. 정부가 많이 하라고는 하지만 절대 특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운영 비용이 더 들어가 병원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J병원장은 “안심병원 운영에 인력이 10명 정도 투입되는 데 수익은 한달에 1600만원 정도 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적고 병동에 환자보다 간호사가 더 많은 상황이다”며 “안심병원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수익이 훨씬 적다”고 밝혔다.

또한 선별진료 역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수익이 너무 적다보니 계속 운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J병원장은 “선별진료하고 안내하는 직원들의 초과근무 수당으로 1200만원이 소요됐다”면서 “현재의 사태가 심각하니까 돈 이야기를 할 수 없을 뿐이지 병원들은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중병협은 전국의 중소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자원자를 모집해 대구·경북 지역에 의료인력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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