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신약 도입 앞서 사회적 합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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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신약 도입 앞서 사회적 합의 필수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0.03.0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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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실비아 연구위원 “재정 지속가능성 위해 각 구성원 간 폭넓은 논의 필요”

기술 변화에 따라 첨단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래 의약품은 가격 수준의 타당성과 지불가능성, 그리고 보건의료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논의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 전망이다.

따라서 각 국가별로 환자 접근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지불 모형이 속속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합의 도출을 통한 신약 도입을 위해서는 의료공급자와 국민, 그리고 정부 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보고서 ‘기술 변화에 따른 의약품의 미래 전망과 중장기 보건정책 및 거버넌스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의료비 지불과 관련해 의료계와 국민 간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앞으로 폭넓은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새롭게 도입된 의약품은 임상, 재정, 비용효과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신약의 위험분담계약은 이를 포괄하는 전체 의료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지불자와 산업계를 넘어 의료계와 국민의 참여와 위험분담을 요구하는 만큼 모든 주체의 책임 있는 행동과 결정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전 세게 제약기업과 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은 약 1,370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미래 유망 기술 치료제로 면역항암제와 유전자치료제, 줄기세포 치료제, 디지털 치료제가 꼽히고 있다.

특히 향후 등장할 유망 기술 치료제는 화학합성보다는 개발과 제조 비용이 높은 바이오의약품으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사제 제형 및 냉장 유통 등 특수관리의 필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

결국 연구·개발 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며, 신약의 고가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미래 의약품은 신속허가제도가 확대되면서 의사결정에 관한 근거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며, 항암제를 필두로 생물의약품, 신기술 의약품이 증가하면서 약가는 더 높아질 것이고, 희귀의약품과 맞춤형 제작 의약품 등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의 증가는 높은 약가와 맞물리면서 자원 배분에 대한 논의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와 함께 첨단 기술에 의한 바이오의약품은 의료인의 시술과 결합된 약물 투여를 필요로 하거나 집중적인 추적관리가 요구되면서 신약의 적정 사용을 위한 의료공급자의 자격과 역할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은 근거의 불확실성이 있는 고가신약의 급여에서 위험분담계약을 채택해 왔으며, 앞으로도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환자의 접근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지불모형이 탐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호주의 경우 환자수가 많은 C형 간염 치료제에 대해 국가 단위에서 일괄 지불 계약을 맺어 지불 총액을 고정함으로써 약제 사용 환자가 늘어나더라도 추가 지출이 발생하지 않아 재정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 환자수는 적고 약제 사용 초기에 집중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유전자치료제 등 고가의약품에서는 분할 지불계약을 통해 단기에 발생하는 약값 부담을 분산하는 모형이 추진되고 있다.

보건의료비용이 상승하고 기술이 변화하면서 의료공급자에 대한 지불제도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데, 암 치료에서도 행위별수가제에서 탈피해 묶음지불 등 지불단위를 넓히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또 의료공급자의 적정 의료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의약품 사용의 질 관리도 이러한 제도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

국내의 경우 신약의 건강보험 약품비에서 항암제 비중이 2012년 5%에서 2017년 19%로 급속히 상승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미래 의약품 환경에서 신약의 적정 급여와 적정 사용, 재정 지출의 효율성, 이해 당사자의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정책뿐만 아니라 근저에 있는 보건정책과 거버넌스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신약에 대한 접근성과 건강보험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의약품 급여의 거시적 지출 계획을 마련하고, 도입 유망 기술의 탐색을 제도화하며, 신약의 시판 후 근거 생산체계 강화 및 의료공급자의 적정 진료를 위한 자기 규제와 지불제도 개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술평가를 통해 지불 가치가 없는 기술을 판단해 그에 대한 급여를 중단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보건의료 자원의 한계에 대한 의사소통과 대상 기술의 점진적 퇴출 등 이행 전략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

박실비아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의약품 허가와 급여 거버넌스는 전반적인 틀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틀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특히 의약품 급여 결정에서는 과학적 근거보다 사회적 가치가 우선하기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책임성 강화와 다양한 이해 당사자의 참여,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향후 미래 의약품의 상당수는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 참여를 어느 수준과 단계에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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