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27)
상태바
[기획]대한병원협회 창립 60년 발자취(27)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2.11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진' 위화감 조성…'지정진료'로 명칭 변경

특진규정 폐지

1990년 보사부가 지정진료 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종전에 사용해 오던 ‘특징진료(특진)’라는 용어가 위화감을 조성하므로 ‘지정진료’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지정진료제도는 지정진료수가 및 지정진료 자격, 적용요율 및 신청양식이 병원별로 달랐다. 때문에 민원이 발생하자 대한병원협회는 지정진료연구위원회를 구성해 통일된 지정진료 규정을 마련, 보사부와 여러 차례 협의했다.

또 입법예고된 지정진료 규정(안)을 놓고 협회 차원에서 의견을 모았다. 1990년 10월 18일 실행이사회에서 김용완 보험이사와 하호욱 사무총장으로부터 규정(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들은 “특진이 환자 자신의 질환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며 확정적인 진료를 받기 원하는 의사를 지정하는 것이므로 그 지정진료의사가 400병상 이상의 큰 병원에 재직 중에는 허용되고 그 규모가 작은 단과전문병원에 재직 시는 불허한다는 것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방지정진료에 대해서는 승인만 받도록 하면서 양방에 대해 지나치시게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지정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리해 차기 실행이사회에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모두 다섯 차례에 걸친 검토회의를 가진 뒤 10월 25일 지정진료 규정(안) 내용 중 제6조의 ‘국가고시에 합격한 후 진료분야에 8년 이상 종사한 자’를 ‘10년 이상 종사한 자’로 수정 건의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의견을 10월 말 보사부에 제출하고 대한병원협회는 ‘특정진료(안)에 대한 우리의 견해’란 의견서를 언론에 발표했다.

‘의사자격 취득 후 최소한 5년간 수련의 과정을 이수한 자라야 전문 자격을 인정받기 때문에 자체로서 특정분야의 전문성이 인정돼야 하며 또다시 서브 스페셜을 전공한다 하더라도 2년 그리고 임상경험 3년 정도면 충분하므로 특진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의사 자격 취득 후 10년 이상 관련 분야에 종사한 자로서 전문의 자격 취득자로 하여야 한다. 지정진료는 보사부 장관이 심사 후 지정하도록 제어장치가 되어 있고 한방지정진료를 자체 내규로 정해 보사부 장관의 승인만 얻으면 가능토록 되어 있기 때문에 형평성이 유지되려면 특진기관의 지정기준은 수련병원 또는 보사부 장관이 적합하다고 지정하는 병원으로 하여야 한다. 특진이라는 표현은 임상이용자 간에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의사를 지정하기 때문에 그 명칭을 지정진료로 해야 한다.’

마침내, 1991년 3월 28일 국립의료원 특진규정이 국무회의심의를 거쳐 폐지됐다. 정신병원과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부속병원 특진규정 역시 폐지됐다.

지정진료 운영 규정에 관한 회의(1991년 3월 29일)
지정진료 운영 규정에 관한 회의(1991년 3월 29일)

당시 법제처는 국립의료원 특진규정 등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령을 공포했다. ‘현재 의료기관의 특진제도는 대통령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국립병원과 법령상의 근거없이 자체 내규에 의해 실시하고 있는 사립대학부속병원 및 민간종합병원으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어서 의료기관마다 그 내용이 각각 달라 국민에게 혼란과 부담을 주어 왔던 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있는 국립병원 특진규정과 그 외의 의료기관이 특진규정을 통합, 일원화해 보사부령으로 지정진료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게 됨에 따라 국립의료원 특진규정, 국립정신병원 특진규정, 국립대학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부속병원 특징규정을 폐지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지정진료 관리규칙이 제정됐는데 제정의 이유에 대해 보사부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종전의 지정진료제도는 대통령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국립병원과 법령상의 근거없이 임의적으로 자체 내규에 의해 실시하고 있는 사립대학부속병원 및 민간종합병원으로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어 각각 지정진료의사의 자격, 지정진료항목 및 지정진료수가 기준이 달라 국민에게 혼란과 부담을 주어 왔으므로 이를 일원화하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환자의 편의 및 진료의 효율성을 도모해 지정진료제도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 이 지정 관리규칙은 다음과 같이 요약됐다.

○지정진료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한 레지던트수련병원으로서 허가병상수가 400인 병원과 치과대학병원으로 한다.

○지정진료의사의 자격은 전문의의 자격을 가진 자로서 의사의 면허를 받은 우 10년 이상이 경과한 자로 하되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전임강사 이상의 자로 한다.

○지정진료기관의 장은 지정진료의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서 레지던트 수련지정과에 근무하는 자 중에서 지정진료의사를 임명하고, 지정진료의사로 임명된 자는 자신의 당해연도 총 진료건수의 70%를 초과해 지정진료를 할 수 없도록 한다.

○지정진료를 할 수 있는 항목을 진찰·의학관리·검사·방사선진단 및 치료·마취·처치·수술·정신요법 등으로 하고 각 항목에 따라 지정진료수가 기준을 정한다.

○지정진료수가는 지정진료환자 또는 그 보호자가 전액을 부담하도록 한다.

○지정진료기관이 아니면 지정진료를 행할 수 없도록 한다.

○지정진료환자 또는 그의 보호자는 지정진료의사의 변경 또는 지정진료의 해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1991년 4월 15일 지정진료제도 제7차 검토회의에서는 지정의료기관 신청구비서류에 관한 사항, 임상교수 지정진료 의사자격 신청에 관한 사항, 핵의학과 지정진료에 관한 사항, 방사선료 및 검사료에 대한 지정진료수가 적용방법에 관한 사항, 의료보험진료수가의 의료기관 종별가산율·지정진료수가 적용에 관한 사항, 지정진료의사의 지정진료행위 제한에 관한 사항, 비급여 및 일반환자에 대한 지정진료 효율적용에 관한 사항, 지정진료에 관한 의문사항, 창구를 일원화하여 통일·시행하는 방안에 관한 사항, 기타 지정진료와 관련한 사항 등에 관해 협의했다.

지정진료기관의 지정진료 개선

1992년 6월 대한병원협회는 지정진료 규칙에 대한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 지정진료실적을 의사별로 보고하도록 돼 있는 규정에 대해 이의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회의 결과, 과별로 보고키로 재확인하고 개인별 관리가 불가능한 사유를 병원별로 의견을 다시 취합한 후 보사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어 대한병원협회는 외래환자가 3000명이나 되는 대규모 종합병원에서 모든 외래환자들에게 일일이 지정진료 의사의 성명기재 및 날인을 하도록 하는 것은 대기시간의 증대와 창구 업무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재진환자에 대해서는 지정진료 신청서를 다시 받지 않아도 보사부 현지지도 감독 시 부당금액에 포함되지 않도록 건의했다.

이에 보사부는 지정진료는 반드시 환자 측의 요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지정진료를 받고자 하는 환자 또는 그 보호자는 ‘지정진료신청서’에 지정진료의사의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 또는 날인토록 규정되어 있어 지정진료 의사를 변경하거나 연장하는 경우 환자측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보사부는 ‘외래진료의 경우 환자가 내원할 때마다 지정진료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상병 진료가 끝날 때까지 동일 지정진료 의사로부터 진료 받기를 원할 경우에는 환자의 진료편의 및 원무행정의 간소화를 위해 진료 첫날에 작성한 지정진료신청서가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래진료를 받던 환자가 입원하게 될 경우 비록 동일 지정진료의사의 진료라 할지라도 진료의 범위 및 비용부담이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진료담당 의사의 변경 희망 여부를 확인해 지정진료신청서를 재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정진료 관련 대책회의(1992년 6월 19일)
지정진료 관련 대책회의(1992년 6월 19일)

대한병원협회는 지정진료제도가 환자에게 의사선택권을 보장해 줌으로써 환자의 만족도 및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를 제고하고 진료의 지속성을 유지해 진료 효율성을 높여 주며, 의료보험제도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기능도 갖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당위성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외에도 지정진료제도의 당위성으로 지정진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연구활동의 대부분이 지정진료 수입에 의한 것이며, 의료기관 재정자립을 위한 중요한 수입 원천이 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따라서 지정진료제도가 안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만 개선하면 건전한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996년 5월 정부종합청사에서 지정진료제도 개선에 관한 행정쇄신 실무위원회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는 당시의 지정진료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으므로 폐지해야 하다는 방안과 나름대로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지정진료의사의 자격과 지정진료기관의 기준을 강화하는 등 보완 방안을 놓고 논의가 있었다.

대한병원협회는 만일 지정진료제도가 폐지된다면 환자가 집중되는 대규모 병원의 경우 환자에 대한 의사의 책임의식이 저하돼 환자진료가 소홀해질 우려가 있고, 의사별 진료업무량을 균일하게 조정해야 하는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가 특정의사의 진료를 원하더라도 다른 의사에 비해 더 많은 환자진료를 요구하기가 어려우며, 의사의 입장에서도 다른 의사에 비해 과다한 환자진료를 기피하게 될 뿐 아니라 특정환자에 대한 종합적 책임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특정의사에게 진료받기를 고집하는 환자와 병원 간에 갈등을 심화시켜 의료보장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되고, 기존 지정진료의사의 사기 저하로 의료의 질 저하 및 진료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렇게 지적하면서 지정진료제도를 완전폐지하는 것보다는 현행제도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해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듬해 1월 지정진료제도 대책실무회의를 갖고 지정진료 의사 수의 제한보다는 자격기준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지정진료수가도 당시의 지정진료 수입을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협의했다.

또 1·2차 의료기관을 경유하는 지정진료 의뢰제도는 의료전달체계와 연계하여 그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환자가 직접 지정진료기관과 지정진료의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어 대한병원협회는 이 제도와 관련한 자체 시정계획을 수립했다. 이 시정계획서는 ‘해외출장 연수 및 학회참석 등 궐석 시 지정진료의사의 원외 일정을 계시하고 해당환자에게 통보한다.’, ‘지정진료 희망 시 환자는 반드시 지정진료신청서에 해당 의사의 성명을 확인한 다음 서명 또는 날인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1996년 5월 30일에 열린 지정진료대책위원회에서는 지정진료제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오해를 없애기 위해 병원은 지정진료 안내문을 게시하기로 하고 안내문 내용 중에 지정진료료도 첨부키로 했다. 지정진료 신청 양식은 입원의 경우 ‘입원서약서’, 외래는 ‘진료신청서’에 각각 지정진료 신청란을 별도로 설정하도록 했다.

1997년 7월 대한병원협회는 복지부령으로 사행 중인 지정진료기관의 지정진료 운영과 관련해 병원계 자체적으로 지정진료제도 개선발전을 지향하기 위해 운영지침을 마련해 해외원병원이 참고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그 내용은 수진자가 지정진료를 희망하지 않을 경우 진료에 지장이 없도록 비지정진료의사를 배치해야 하며, 지정진료의사의 부재기간 중에 지정진료료를 징수하고자 할 때 환자의 동의를 얻어 동일 자격의사가 대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정진료의사의 선택요건을 정했다. 또 지정진료의사가 진료하지 않은 응급환자 진료에 대해 지정진료비를 징수해서는 안 되며, 응급입원환자는 외래환자와 달리 의사 선택에 필요한 정보나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므로 응급환자 입원수속 시에는 의사의 선택과 지정진료료에 관한 안내를 보다 충실히 하여 불필요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