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양입제출(量入制出) 방식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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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양입제출(量入制出) 방식 전환 필요
  • 최관식 기자
  • 승인 2020.02.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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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건정책연구실장
의사 부족 문제는 핀셋 대응 정책 요구돼
신현웅 실장
신현웅 실장

2009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69.3%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 비중이 2018년 92.0%까지 증가했고, 조만간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를 기점으로 수입에 근거해 지출을 결정하는 양입제출(量入制出) 방식으로의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의 고령화 및 보장성 강화 속도를 고려하면 2025~2026년 즈음 건강보험료율이 법적 상한선인 8%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수입은 부과소득 자연증가율인 2~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여 보건의료 재정의 균형 및 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도적 환경 조성 및 비급여 관리, 과도한 의사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는 의사 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건정책연구실장은 최근 발간된 보건복지포럼 1월호에 ‘보건의료정책 현황과 과제 : 지속가능성 확보를 중심으로’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폈다.

신 실장은 “2020년 보건의료정책의 가장 큰 화두는 지속가능성 확보가 될 전망”이라며 “최근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은 문재인케어를 필두로 지출에 근거해 수입을 결정하는 양출제입(量出制入) 방식으로 추진돼 왔지만 현재 보건의료정책을 둘러싼 정책적·환경적 변화를 고려했을 때 2020년을 기점으로 양입제출 방식으로의 정책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이용량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지만 일차의료 등 일부 의료의 질 지표는 OECD 평균보다 낮아 높은 의료이용량이 의료의 질로 직접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신현웅 실장은 이처럼 건강 성과와 무관한 부적정 과다 이용에 대해서는 개인의 책무성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그는 2019년 다른 연구자들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외래 과다 이용자의 상당수가 물리치료 이용자로 나타난 바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18년 기준 외래 방문일수 70일 이상인 과다 이용자의 주요 상병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상병 중 근골격계 질환이 6개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으며, 2016년 기준 한국의료패널 분석 결과에서는 외래 이용 상위 20명 중 물리치료로 인한 과다 이용자가 13명으로 65.0%를 차지한 바 있다는 것.

신현웅 실장은 “물리치료 과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질적 분석을 수행한 결과 물리치료를 병원 치료로 인식하기보다는 통증 완화를 위해 습관적으로 마사지를 받는 행위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았다”며 “필요 대비 과다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과다 이용자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급여 기준 조정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의료 이용이 지나치게 높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정보 제공 및 안내, 사례관리, 본인부담 인상 또는 책임의료기관 등록 등 단계적으로 체계적 관리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노인을 대상으로 한 합리적인 의료 이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우선 노인외래정액제의 적용 연령, 대상 조건, 배제 기준 등의 개선을 통한 합리적 의료 이용 유도 방안을 검토해 볼 것도 아울러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비급여 감소에 매진하고 있지만 의료기관들이 이에 대응해 새로운 비급여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데다 환자가 이를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실손보험이 근간에 자리잡고 있어 비급여 관리를 위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상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과도한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 되는 의사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는 총량이 아닌 불균형 문제라거나 현재는 부족하지만 미래에는 적정하거나 과잉이 될 것이다,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시선이 있지만 수급 불균형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 중이므로 총량적 접근보다 부족한 영역에 집중한 핀셋 대응 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미래 시점의 수급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한 한시적 정원 조정으로의 접근도 필요하다는 것.

신현웅 실장은 △의대 정원의 보편적 확대 △필요한 영역에 대한 선택적 정원 확대 및 할당 △의사 외 타 직종에 업무 위임 등의 접근 방식 중에 의사 부족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필수 영역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정원을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추진 중인 공공의료대학원,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지역의사선발제도와 한시적으로 특성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안과 함께 분야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현재 추진 중인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외에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전공자를 대상으로 비임상 의사를 양성하고 별도의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기초의과대학원 증설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현웅 실장은 “2020년에는 보장성 강화 정책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적정성 평가 등 문케어에 대한 중간평가가 이뤄진다”며 “최근의 재정관리정책 기조는 꼭 필요한 분야 투자는 확대하되 불필요한 재정은 절감하는 스마트 지출을 추구하는 만큼 기존의 의료 이용 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양적 확대 중심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벗어나야 국민이 마음 편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제도의 초석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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