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020년 병원인의 새해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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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20년 병원인의 새해소망
  • 병원신문
  • 승인 2020.01.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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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 간호본부 한상순 팀장
‘간호사 시인의 그루터기‘
경희의료원 간호본부  한상순 팀장
경희의료원 간호본부 한상순 팀장

네팔 치뜨완 국립공원에 코끼리가 있다. 평생 동안 관광객을 태우고 밀림을 다니다가 나이가 들면 그 일을 그만두고 아기코끼리를 키운다. 그들을 본 지 2~3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 코끼리의 삶이 정년을 앞둔 내게는 참 의미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020년, 경자년 새해는 내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해이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임상에서 일한 지 40년! 그리고 경희대학교병원에서의 마지막 1년을 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평간호사로 9년, 주임간호사로 10년, 수간호사로 13년, 팀장으로 7년을 일했다. 이제 남은 1년은 어느 곳에서 어떤 삶으로 나를 빛낼 것인가!

아, 이 금쪽같은 날들을 나는 어떻게 누릴 것인가!  

그동안 나는 간호사이면서 아동문학가로 지내왔다. 1999년 자유문학 동시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발을 디뎠고 5권의 동시집과 그림동화를 냈다. 동시 2편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많은 시가 노래로 만들어졌다.

굵직한 문학상들도 받아 글 쓰는 일에 기쁨을 더하기도 했다. 문득 생각해보면 내가 간호사로 일하면서 시 쓰는 일은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간호사라는 소명을 받지 않았다면 시 쓰는 일에 과연 만족할 수 있었을까? 또 시를 쓰지 않았다면 이 긴 여정의 간호사 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까?

내게는 그들이 그렇다. 그들의 시너지로 현재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새해 소망도 역시 이 두 가지의 것이 함께 한다.

하나는 인생의 반을 보낸 병원에서의 마지막 근무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할 수 있다면 팀장이라는 보직을 능력 있는 후배에게 물려주고 내가 꼭 필요한 자리에서 아픈 이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40여 년 전 초록 아기나무로 경희동산에 심겨진 내가 이제 한 해 한 해 나이테를 두르고 굵직한 나무로 자랐으니 이제 베어져 그루터기로 남아도 좋을 일이다. 그 그루터기에 아픈 이도 앉았다 가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잠깐 머물렀다 가고, 후배들도 쉬어 갈 수 있다면!

또 하나는 간호사로서 아동문학을 하고 있는 데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보고자 한다. 얼마 전부터 퇴임을 생각하면서 간호사 시인으로 의미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해왔다.

아기코끼리를 키우는 코끼리가 뇌리에 떠올랐다. 그렇다! 아이들에게 무섭기만 한 병원 이미지를 친근하고 따뜻한 곳으로 한번 의미전환을 시켜보자.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 일상을 시로 그려 동시집을 출간했으면 한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동시집이라면 참 좋겠다. 동시집에서 선보일 동시 한 편을 띄워본다.


‘아기수첩’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첩을 가졌어요.

아기 이름: 000
어머니 이름: 김윤서
아버지 이름: 한준희
출생일시: 2019년 5월5일 오전 11시20분
몸무게: 3.6킬로그램

아기 수첩에
아기 이름이 없어요. 

아기 수첩은두근두근
아기 이름 받는 날을
기다리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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