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020년 병원인의 새해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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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020년 병원인의 새해소망
  • 병원신문
  • 승인 2020.01.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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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료원 국제진료센터 김미화 파트장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한 해로
경희의료원 국제진료센터 김미화 파트장
경희의료원 국제진료센터 김미화 파트장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살아 숨 쉬고 누군가를 위해 나의 역할이 도움 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2020년 경자년 1월1일이 되면 경희의료원에 입사한 지 30년을 맞는다. 젊은 시절 20대에 아무것도 모르고 사회에 첫발을 내 딛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면서 간호사의 길을 운명처럼 받아들였고, 처음 나의 의지로 선택했던 신경외과 병동. 3교대 근무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특히 나이트 근무시간에는 뇌와 척추수술을 위한 수술 전 준비와 수술 후 집중적 간호의 손길이 필요한 중환자분들 위해 선배와 밤새 분주했던 그 순간순간들이 필름처럼 돌아간다.

돌이켜 보면 청춘의 무한한 열정과 선배님들의 끈끈한 후배 사랑 이라는 울타리가 없이는 할 수 없었을 업무였었던 것 같다.

그 힘든 환경 속에서도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위해 데이트 시간을 가슴 설레며 기다렸던 기억과 결혼 후 임신했을 때에 나이트 근무를 하고 나면 두 발이 퉁퉁 부어 있었고, 출산예정일 2일을 남기고 출산휴가를 들어갔는데 예정일을 2주 넘기고 유도분만도 시도하다가 실패해 제왕절개수술을 했었다.

다음날 40도까지 열이 나고 복수에 헤모글로빈 수치가 5.3까지 떨어져 오한이 심한 상태에서 수혈도 해야만 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퇴원 후 병원에 출근할 날이 코앞이었고, 출근할 때 다시 임산부복을 입고 출근할 수밖에 없었던 웃지 못할 VIP신드롬이란 에피소드를 가끔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도 그때는 소중한 직장이란 생각에 간호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딸은 돌 때까지는 멀리 인천에 사는 고모님 댁에 맡겼다. 휴일이면 급하게 내려가 얼굴만 잠깐 보고 올라오니 우리 딸은 엄마인 나는 그냥 아는 이모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고 올라올 때 마다 눈물을 훔치며 집으로 돌아왔던 것 같다.

가족이 떨어져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직을 고민하고 있었을 즈음, 경희의료원에 처음으로 어린이집이 생겨 그곳에 위탁하게 되었다. 우리 딸아이가 6학년이 되었을 때 우연히 어린이집 원장선생님을 길에서 만났는데, 반갑게 웃으시면서 “예린이 예쁘게 자라고 있죠? 처음 왔을 때 한 달 동안은 예린이가 신발장 앞에서 구두를 꼭 손에 쥐고 집에 가겠다고 울었다고~ 그때는 어머니가 속상하실까봐 말씀 안 드렸다며. 이제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네요.”라고 하실 때 나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었다.

그리고 둘째 아들 준혁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주중에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들을 기다린 적이 있었는데 아들이 현관문을 열면서 “다녀왔습니다” 하고 허공에 인사를 하길래 “엄마 휴가인지 몰랐을텐데 어떻게 알았어?” 라고 물었더니 “저는 늘 비어있는 집이 싫어서 엄마 계신 것처럼 인사하고 들어와요”라고 말했다. 순간 눈물이 핑돌았고 아들을 꼭 껴안고 한참을 있었던 기억이 난다.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한다는 건 힘든 과정이었고 마음속에는 늘 아이들을 정성들여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에 대한 갈등은 여전했고, 시어머님과 친정어머님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엄마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늘 갈등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한방병원으로 이동해 근무하고 있을 때 병원에서 직원을 위한 외국어 강좌가 있어서 일본어 수업을 꾸준히 해 왔었는데 때마침 외국인 진료실 개설로 외국어 가능 간호사가 필요했다.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상근 근무를 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또 한 번 직장을 그만 둘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런 저런 직장을 그만 둘 위기에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함께 특히 남편이 묵묵히 아이들을 위해 함께 도와주고 서로 배려해준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그래도 건강하게 20대를 맞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우리 눈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아이들이지만 특히 아들의 비만을 보면 음식조절을 제대로 못해준 내 탓 같기도 해 속상하지만 그 부분은 우리 아들이 스스로 잘 극복해 체중조절을 잘 해나갈 것으로 믿는다.

지금은 경희의료원 국제진료센터에서 외국에서 오시는 환자분들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맡은 바 역할을 더욱더 소중히 생각하면서 실천하고, 멀리서 육체적 질병을 치유하고자 찾아오시는 한분 한분을 위해 정성껏 도와드리고, 2020년 경자년 새해에는 나를 위해 헌신해준 우리가족의 감사함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나 또한 가족을 위해 배려와 존중 속에서 한해를 맞이하고 보내고 싶은 소망을 오늘 다짐해 본다.

2020년 1월 1일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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