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 건보재정 및 전달체계 해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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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O’ 건보재정 및 전달체계 해법 가능할까?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0.01.18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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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홍 아주의대 교수, 국회서 ‘건강보험 ACO’ 도입 주장
전문가들, ACO 도입 필요성 공감…의사협회는 시기상조

의료기관들이 서비스의 양(Volume)을 늘려 수익을 보전하는 대신 국민건강을 향상시켜 의료비를 절감한 가치(value)에 지불하는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방안으로 ACO 도입 필요성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공감을 얻고 있지만 의료계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전기홍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1월17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바른미래연구원과 사단법인 일과 복지가 공동 주최한 ‘한국 복지 제3의 길’ 정책토론회에서 ‘건강보험 ACO 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등장한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제도는 정해진 환자 집단에 대해 일차진료 의사와 병원 등 의료공급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거대한 복합 공급체계를 구성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일종의 총액계약방식이다.

전기홍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전기홍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이날 전기홍 교수는 양(Volume) 기반의 지불을 국민의 건강 가치(value)를 높이는 서비스에 대한 지불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입된 지 40년이 지난 현재의 건강보험이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높은 본인 부담과 비급여로 소득계층 간 건강 결과가 더 많이 벌어졌다며 낮은 수가와 행위별수가제가 맞물려 서비스 양(Volume)을 늘린 결과 매년 10% 정도의 급여 증가로 이어져 국민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질(Quality)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해 비용-효과적인 의료전달체계 관점에서 중요한 일차의료가 약화되는 현상이 지속돼 환자 중심의 통합적인 의료서비스가 아닌 분절적인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체계가 고착화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전기홍 교수는 “서비스 공급자에 대한 관리기능 없이 재무적 상환만으로 운영된 건강보험은 양(Volume) 기반의 지불을 통해 OECD 국가 중 가장 급속한 의료비 증가의 결과를 야기했다”면서 “보편성 의료보장을 자랑하는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전 교수는 “양 기반의 지불을 국민건강 가치를 높이는 서비스에 대한 지불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인구집단을 정하고 이를 재정적, 임상적 책을 가지고 관리할 건강보험 ACO가 비용을 줄이면서 환자 중심의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면 절감한 비용의 대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시스템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서비스 비용과 질을 평가해 정해진 만큼의 기준을 달성할 경우 비용절감에 대한 보상을 공급자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ACO 도입을 위한 이윤배분을 위한 관련법개정과 새로운 조직 신설, 시범사업 추진을 제안했다.

전 교수는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간 이윤을 배분할 수 없어 인구집단에 대한 포괄적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공급자 네트워크 구축이 불가능하다”며 “비영리법인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기반한 인센티브를 배분할 수 있도록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 재원의 배분 방식 대안을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야 한다”며 “비용 절감에 대한 인센티브 공유는 의료비 절감을 위해 꼭 필요해 의료법은 그대로 유지하고 비영리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인구집단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조치법(가칭)’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건강보험법에 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요양기관 주체에 ACO를 추가하고 현 건강보험 운영의 기본인 개인 단위 진료에 대한 행위별 청구와 급여에 더해 인구집단 건강결과를 진료한 비용과 연계해 인구집단 단위로 정산하고 급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이를 전담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신설과 원하는 의료기관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ACO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전문가들도 ACO 제도 도입에 공감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ACO 도입 필요성과 기본적인 설계에 공감한다면서 기존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개선을 이룰 수 없는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을 시작으로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있어 패러다임의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ACO처럼 의료기관의 관리하에 건강을 유지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ACO와 같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려면 의료인이 일하는 방식, 병원 시설, 병원 간 네트워크 구축 등 새로운 투자 비용이 필요한 만큼 초기 투자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거나 보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은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 건강보험이 도입된지 43년째로 한가지 보험형태만 운영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 ACO가 도입되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민간의 제안도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보험 재정의 여유를 둬야만 한다”고 전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건강보험 ACO제도 도입을 위한 선행 요소들이 있지만 현실은 각 공급자가 종별과 무관하게 생존경쟁에 내몰린 실정”이라며 “혁신적인 신제도의 정착이 매우 어렵고, 근본적인 문제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 정책이사는 “ACO제도에서 다루는 의료전달체계와 노인에게 맞는 삶의 모습 등은 ACO제도가 아니어도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구축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지불체계의 개편이라는 관점에서 ACO 제도가 언급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ACO 제도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동우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현형 제도에서 지불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공감의식 속에서 ACO제도가 언급된 것 같다”며 “전달체계를 고려해 다양한 지불제도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사무관은 “환자들이 느낄 수 있는 개선점을 녹이고 공급자가 느끼는 무한경쟁과 소득보장 가치 속에 어떻게 보장을 할 것인가를 녹이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 정부가 ACO 제도를 도입한다 안한다를 두고 말을 하긴 어렵지만 지불방식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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