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단 특사경, 의료단체 우려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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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단 특사경, 의료단체 우려에 귀 기울여야
  • 병원신문
  • 승인 2020.01.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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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월3일 열린 의료계 신년교례회에서 특정한 영역의 범죄에 수사권을 행사하는 특별사법경찰권을 공단에 부여하는 법안(특사경법) 신설에 의료단체들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그 동안 특사경 법안을 적극 저지하고 나섰던 의료단체들이 머쓱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김용익 이사장의 주장은 끈질기다 못해 집요하기까지 했다.

공단이 이처럼 특사경에 매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의료인의 명의나 자격증을 대여하거나 모용해 자격없는 사람이 의료기관 및 약국을 개설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과 약국의 적발 건수가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

지난 2009년 사무장병원 6곳이 적발된 이래 2017년에는 40배가 넘는 253곳으로 늘어났으며 그 기간 동안 사무장병원이 챙긴 부당이익의 규모가 약 2조 863억원에 이른다.

반면 이러한 부당이득금에 대한 환수율은 5.97%에 불과하다. 평균 11개월 걸리는 수사기간 동안 의료기관을 폐업하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등 교묘하게 환수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수사결과가 공단에 통보돼야만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어 지금과 같은 수사방식 하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의료시장이나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물론,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보장성강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공단으로서는 사무장병원 때문에 발생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공단 임직원에게 사무장병원·약국 개설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 신속한 수사로 환수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같은 공단의 주장에 대해 정부 부처에서조차 찬반양론이 엇갈린다.

법무부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단속이 가능하고 특사경의 직무범위가 불법병원과 약국 개설 범죄에 한정되고 있는 점, 그리고 검찰의 수사지휘를 통한 사법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찬성하고 있다.

반대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복지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사무장병원단속 관련 특사경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관계기관 및 관련단체 등의 종합적인 의견이 검토돼야 하는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한발 물러앉은 모양새다.

의약계에서는 약사회와 치과의사협회, 간호협회는 찬성, 병원협회와 의사협회, 한방병원협회, 전국 시도한의사회장협의회는 반대에 섰다.

병·의협이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복지부에서 특사경을 운영하고 있어 중복되고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공단의 무제한적 단속 우려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크다. 지금까지 현지실사와 같은 행정조사 시 공단 임직원들의 강압적인 행태를 경험한 의료단체들로서는 공단의 특사경 권한에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사경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의료단체들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 행정조사 방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한 다음 특사경 법안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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